“3차 핵실험을 감행 할 수 있다. 농축 우라늄을 개발하고 대륙간탄도 미사일 발사에 나설 것이다….” 북한의 2차 핵실험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안이 채택되기가 무섭게 나오고 있는 관측들이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유엔안보리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지 않나, 군사동맹국인 중국까지 싸잡아 비판을 해대지 않나. 그리고 끊임없는 대남 비방선전에, 협박과 공갈이다. 그도 모자라 또 불장난 움직임이다. 그 모습이라니, 정신이상상태라는 진단밖에 나오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두려워 북한 집권세력은 정신병자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인가. 해석이 분분하다. 그 가운데 한국문제 전문가 도널드 커크는 재미있는 답을 제시한다. 김정일이 진짜 무서워하는 것은 미국의 선제공격도, 군부의 도전도 아닌 초코파이라는 것이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준다. 그 초코파이를 북한 근로자들은 선뜻 먹지 못한다. 혼자 먹기에는 너무 아까워서다. 초코파이는 그래서 유출돼 가족, 친척들에게 선물로 나눠지고 평양일원의 암시장에까지 나돌고 있다.
그 초코파이가 보통 선풍적 인기가 아닌 모양이다. ‘자본주의의 감미로운 상징’에 북한 사회가 녹아들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과자 이야기가 아니다. 맛으로 응축된 한류(韓流)라고 할까. 그 문화침투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중국 국경을 통해서도 한국문화는 스며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상당히 희석된 형태다. 초코파이의 경우는 다르다. 원산지로부터 직접적인 한류의 내습으로, 그 엄청난 파급 효과에 북한의 집권층은 아연 긴장했다. 공포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류가 논의 된다. 그러면 그 뒤로 따르는 게 공한증(恐韓症)이란 용어다. 중국에서 특히 자주 보는 현상이다.
‘모든 것이 중국에 달렸다’- 북한 응징과 관련해 여기저기서 나오는 이야기다. 이번 유엔안보리 제재결의도 그렇다. 중국의 도움 없이는 별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왜 중국은 그러면 북한제재에 그토록 미온적이었나. “공한증이 그 한 원인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중국 전문가 존 폼프릿의 지적이다. “중국의 젊은 세대는 서구화의 길을 걷고 있는가. 그 보다는 ‘남한화’(南韓化·South-Koreanized)되어간다고 보아야 한다.”
그가 던진 자문자답으로, 중국에서 한류의 영향력이 그만큼 엄청나다는 것이다. 한류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에게서 북경당국은 불안감을 느낄 정도다. 그 불안감은 공한증으로 변하면서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13억 인구의 나라가 한류의 내습에 떨고 있다. 그 한류가 폐쇄된 북한 사회에 파고들 때 어떤 일이 발생할까. 김정일 집단으로서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북한은 김정일과 그 친위세력인 소수에게는 지상천국이다. 나머지 인민들에게는 지옥이다. 그 북한 정책의 최우선 고려 대상은 김정일의 안위다. 두 번째는 김일성 수령일가의 영광. 세 번째는 당정군(黨政軍)에 포진된 김정일 친위세력의 안위다. 북한주민은 안중에도 없다.
이 친위세력은, 탈북자들의 말을 빌리면, 자본주의의 단 맛을 가장 잘 아는 속물들이라고 한다. 김정일 체제는 이들의 충성심을 바탕으로 유지된다. 충성심을 유도하는 방법은 선물공세다. 충성도에 따라 김정일의 하사품이 달라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본주의 단 맛의 독과점적인 통제가 김정일 통치의 한 수단이다. 이런 북한 사회에 한류가 몰아칠 때 먼저 오는 것은 무엇일까. 그 독과점 통제체제의 붕괴다. 이는 김정일 체제 몰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북한이 핵개발에 목숨을 거는 이유도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다. 수령절대주의가 빈사상태에 이르렀다. 그 상황에서 김정일 자신의 안위, 더 나아가 김일성 수령일가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게 권력세습의 형태를 취하든 어떻든 간에.
관련해 이번 유엔안보리 제재안 중 특히 관심을 끄는 부문은 김정일의 돈 줄 조르기 방안이다. 김정일 친위세력은 자본주의의 맛을 단단히 들였다. 그런데 안보리 제재 조치로 사치품 수입이 어렵다. 거기다가 금융제재 조치로 돈 줄이 마른다. 특권이 박탈될 판이다.
그럴 때 어떤 일이 생길까. 모반의, 반란의 기운이 싹튼다. 그것도 김정일의 최 측근을 중심으로. 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사실이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북한 제재에 그렇게 미온적이던 중국이 북한과의 교류를 전면 중단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와서다.
그건 그렇고, 김정일 폭압체제를 하루라도 빨리 붕괴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류의 보다 적극적인 확산이 아닐까. 북한 주민을 직접 대상으로 한 ‘풍요의, 자유의, 그리고 보살핌의 한류’를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는 것 말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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