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 인구 갈수록 증가세
조기 대응, 치료 가능성 높아
자폐아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500명 중의 한 명이던 자폐아가 지금은 150명에 하나라고 한다. 이 사실은 가히 당혹스럽지만, 다른 한편으론 희망적인 소식이 들리고 있다. 지난 5월9일자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자폐아 중 10% 정도는 9세 전에 치료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최근 자폐아의 수가 급증하면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그에 대한 연구나 교육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의 인식이 높아짐으로써 자폐증으로 진단받는 아이가 늘어났을 수도 있다고 하니 그 수가 증가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것만도 아니다.
아직 자폐증의 완치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나 적절한 치료를 하면 장애의 정도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에는 이제 논란의 여지가 없다. 현재, 미국에서는 어떤 아이든 자폐증으로 진단을 받으면 비교적 충분한 교육과 지원을 받게 된다.
자폐아의 교육은 빠를수록 좋다. 다시 말하면, 두뇌가 형성되는 시기에 가능하면 일찍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자폐증은 어렸을 때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장애 중의 하나이다. 현재, 자폐증 진단을 받는 평균 연령은 만 3세이며,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아동기가 되어서야 발견되기도 한다.
자폐증이 심한 경우는, 옹알이나 말을 전혀 하지 않고, 눈을 맞추지 않으며, 이름을 불러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손을 자기 얼굴 앞에 대고 펄럭거리는 등의 비정상적인 반복행동을 계속 한다. 하지만 언어발달과 지능이 정상이거나 영재로 보이는 아이들 중에도 자폐증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그 진단이 더 늦어진다.
내가 가르치는 프리스쿨에 다니던 헨리는 처음에 영재인 줄 알았는데, 몇 개월 후에 자폐증이 있는 것으로 진단을 받았다. 그 때 헨리는 2년9개월밖에 안 되었는데도 학교 벽에 있는 글을 다 읽고, 숫자를 1,000까지 세었다. 돼지 그림을 기가 막히게 잘 그렸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교실 구석에서 돼지 그림을 그리거나 숫자나 글을 쓰며 보냈다. 그런데 점점 헨리에게서 이상한 특징이 보이기 시작했다.
헨리는 그런대로 말도 잘 하고 미소를 띠기도 했지만, 다른 아이들과는 놀지 않았다. 그 또래의 아이들은 친구가 옆에 있어도 평행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처음에는 문제로 삼지 않았다.
헨리도 그런 아이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헨리가 교실 안을 걸어 다니게 되면 마치 불도저가 지나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소동이 일어났다. 헨리는 교실에 있는 거의 모든 아이들을 밀어 울게 하였다.
헨리는 그런대로 말을 잘 하긴 했지만 말하는 방법이 독특했다. 말에 억양과 감정이 없이 mono tone이며, 말을 할 때 상대방의 얼굴을 보거나 눈을 맞추지 않았다. 그리고 때때로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열 번 혹은 스무 번이나 반복했다.
이렇게 언어와 인지 발달에 문제가 없는 자폐증의 경우, 예전에는 자폐증이라고 진단을 받지 않고 평생을 살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나이 또래와의 교제나 결혼생활, 직장생활 등의 사회적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겪게 된다.
자폐증이 있는 사람 중에 이 장애를 대중에게 이해시키고 자폐가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옹호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동물학 박사이며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부교수이기도 한 Temple Grandin은 동물의 행동을 해독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현재 61세의 그랜딘 교수는 네 살 때 자폐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학습능력에는 문제가 없어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일반 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에게서 늘 괴상한 아이라고 놀림을 받았다. 똑같은 말을 반복하기 때문에 녹음기라고 불리고 그래서 화가 나서 아이들을 때리는 바람에 정서장애가 있는 영재 고등학교로 옮기게 되었다.
그랜딘 교수는 지금도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으며, 사람들과 교제하는 일은 지루하게 느껴진다고 하며, 사람들의 감정보다는 동물의 생각을 더 잘 이해한다고 한다. 그랜딘 교수도 자폐아의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 자폐증의 경우에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유아기에도 특징이 보인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는 6개월이 되도록 웃지 않거나, 1년이 되도록 옹알이를 하지 않으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등의 제스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1년 반이 되어도 말을 시작하지 않거나, 24개월이 되어도 두 단어로 된 문장을 사용하지 않으면 일단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런 특징을 발견하면 소아과 의사와 상의하거나 그 지역의 특수교육 담당국에 문의를 하는 것이 좋겠다. 만약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는 단계에 있더라도, 일단 가능성이 크다고 판정되면 얼리 인터벤션(early intervention)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럼으로써, 결과적으로 그 가능성을 피하게 될 수도 있다.
요즘은 자폐증의 조기 교육이 강조되고 부모들이 과민하게 반응을 하는 경향도 있어 점점 많은 아이들이 특수교육을 받게 된다. 몇 년 간의 교육으로 아이가 회복되거나 장애의 정도가 줄어든다면, 부모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그 아이를 평생 보살펴야 하는 책임에서 벗어나게 되는 셈이다.
자폐증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도 불가능한 무서운 장애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자폐증은 가능하면 빨리 발견하여, ABA 요법, 통합교육, 언어치료, sensory integration 등의 적절한 치료를 하면 크게 효과가 나타난다는 희망적인 소식이 늘어나고 있다.
홍혜경 <프리스쿨 특수교육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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