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인구의 나라 권력 서열 2인자다. 시진평이라고 하던가. 그런 그가 한국의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 국방부장도 거들고 나섰다. 북한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거들먹거린다. 그러면서 항상 애매모호한 소리만 해댔다. 또 엉뚱한 소리로 염장을 지르기 예사였다. 북한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중국이 보여 온 태도다. 그러던 중국이 전례 없이 북한을 큰 소리로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커다란 목소리가 어딘지 수상쩍다. 허둥댄다. 그러면서 낭패한 기색에, 화가 나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보여 온 태도다. 무엇이 중국을 허둥대게 하고 있을까.
“북한 핵실험이 주고 있는 첫 번째 교훈은 소프트 파워로는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교훈은 북한문제 해결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중국은 그동안 과대평가돼왔다는 사실이다.” 그레그 셰리단이란 논객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기고한 내용이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도 모자라 미사일을 마구 쏴댄다. 게다가 휴전협정을 준수할 필요가 없다는 으름장이다. 그리고는 유엔 안보리를 상대로도 사실상의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막가파 언행을 하고 있다.
정신병자 같이 종잡을 수 없다. 그런 집단이 핵을 보유하게 되다니. 북한을 향해 불안한 시선이 쏠리면서 새삼 제기되고 있는 게 ‘중국 과대평가론’이다. 세리단만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논객들마다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 부문이다.
북한에 중국만큼 영향력을 가진 나라가 없다. 북한에 대해 직접적 군사제재를 가하지 않는 이상 북한문제 해결은 중국에 일임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일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북핵 문제 해결의 전략적 파트너로 받아들인 주 이유다.
그 중국이 그런데 과연 무엇을 했나. 질책이 쏟아진다. 그러면서 그동안 중국이 보여 온 이중플레이에 분석의 메스가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동북아에서 추구해온 것은 오직 현상유지정책이었다. 북한의 도발에는 사실이지 별 관심이 없다. 그리고 6자회담이라는 어수선한 잔치판을 벌여놓고 주요 국제회담 주최국이라는 사실에 우쭐대고만 있었다.
그 정도가 아니다. 북한 핵실험은 중국에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이게 중국의 진짜 속내다. 북한의 핵무장은 중국의 전략적 좌표 설정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중국 군부의 입장이고, 공산당 고위층의 생각이다. 북한의 핵무기개발은 이런 중국이 도움을 준 결과다.
사실 3년 전 부터 나온 지적이다. 그 하나가 헤리티지재단의 존 카시크가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군부의 입장을 파헤친 보고서다.
중국 군부는 북한의 도발을 심각히 보지 않는다. 중국군 수뇌부는 북한 핵과 미사일을 외교적 사안으로 보지 않는다. 군사적 사안일 뿐이다. 그 중국 군부는 중국의 대북정책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요지는 중국 군부는 국가안의 국가 같은 존재로 북한 정책에 있어 배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국 군부와 북한 군부는 특수 관계에 있다. 때문에 북한 핵실험은 중국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게 3년 전 워싱턴포스트의 앤 애플바움이 지적이기도 하다.
“북한 문제는 바로 중국 문제다.” 로버트 케이건, 고든 챙 등 같은 전문가들도 같은 생각이다. 중국 군부와 공산당 수뇌는 북한의 핵무장을 결코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 한국, 일본과의 세력균형에 도움을 준다. 오히려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는 유용한 카드라는 게 후진타오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 ·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으로 요약되는 모택동시대의 멘탈리티에 젖어 있는 게 중국 지도부의 북한관이다. 한 마디로 겉 다르고 속 다른, 상호공존과는 거리가 먼 중화 민족주의적 이기주의에 함몰돼 있는 게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라는 호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동북아 상황과 관련해 근본적 인식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6자회담 무용론이다. 이와 함께 중국에 거센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김정일 정권붕괴’와 ‘동북아시아의 총체적 군사위기’- 양 자중 한 쪽을 선택하라는 압력이다.
그 방향 선택이 ‘전체 동북아 안정’쪽으로 기울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김정일 체제의 증발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3년 전 뉴스위크가 전망한 대로 혹시 궁중 쿠데타가 되는 게 아닐까. 북한에 대해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나라는 여전히 중국이다. 그 중국이 북한의 불장난으로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리고 몹시 화가 나 있으니….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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