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이 되면 행복한 가정과 어린이들을 위한 갖가지 행사들이 많이 치러지지만 한인 가정들 20%가 중독문제로 학대와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중독가정과 자녀들을 위한 행사는 별로 없어왔다. 가정에 중독문제가 있으면 가족들 모두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이다.
중독자가 6~7년 동안 ‘내적 변화’(Internal change) ‘생활태도 변화’(Lifestyle change) ‘삶의 망가짐’(Life breakdown)이라는 3 단계들을 따라 중독이 진행되면서 가족들도 함께 망가지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들은 집안의 정서적 기류가 조석으로 변해서 ‘정상적인 가정’이 어떤 것인지를 잘 모르며 성장하게 된다.
부모나 배우자가 내 가정에 중독문제가 있음을 알 즈음이면 중독자는 이미 ‘생활태도가 변화’된 2번째 단계에 처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남편이 술, 마약, 또는 도박을 하는 경우에 아내가 치유기관을 찾기까지 ‘중독문제를 외부에 숨기다가, 더 많은 문제들을 발견하고, 혼자만의 힘으로만 해결시도’를 하는 등의 3 단계과정을 차례로 겪게 된다. 이때라도 가족들이 곧바로 치유기관을 찾으면 좋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한 실정이다.
한 부모가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서 계속 중독적인 행위에 의존해서 사는 동안에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든 중독을 중단 시키기기만 하면 가족들의 고통도 없어질 수 있다는 기대로 중독저지를 위한 각종 수단과 방법들을 취해보지만, 수치심 때문에 외부에 바른 치유방법을 알아보지 못한다.
가족들의 상식과 지혜로만 온힘을 다하는 최선은 결국 중독문제를 건전하지 못한 방법으로 대처하게 만들어서 가족들도 의존적인 사람으로 된다. 그래서 중독증을 ‘가족 전체의 병’(Family illness)” 이라고 하는 것이다.
남편의 중독문제에 정서적으로 시달리다 못한 엄마는 “너희들만 없었으면 벌써 내 팔자 고쳤을 거다”는 식으로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심을 자녀들에게 터트리기도 하며, 부모들이 항상 같은 문제로 싸우는 것을 지켜본 자녀들은 말리고 싶지만 그럴 능력이 없어서 대신 TV를 보거나 온라인 폭력물 게임에 열중하며 아무도 상처 줄 수 없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과 마음’을 닫아버린다.
도박중독에 빠진 한 청년은 회복모임에서 “엄마, 도박장으로 아빠를 찾아다녔을 때에 왜 하필 나만 업고 다녔어. 어렸을 때 본 도박장면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것 같아” 하며 흐느꼈다. 이는 자녀들이 부모의 부정적인 행위에서도 세계관을 배우고 있다는 비극이다. 실제로 알콜 중독자 부모의 아들들에 대한 중독반응 연구에서 일반가정의 아들은 8.2%인 데에 비해서 중독자의 아들들은 5배나 높은 42%가 후일 알콜 중독자가 된다는 조사가 있었다.
중독자는 가족들을 ‘중독추구 대상’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다른 사람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것을 목격하면서 성장한 자녀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이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학습했으므로, 중독자 부모는 상처받은 자녀들에게 새로운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도 회복을 선택해야만 한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7살 딸아이가 눈을 자주 떠는 심한 정서불안 증세를 보인다는 통보를 받고 부모가 회복으로 나온 가정이 있었다. 회복참여 3개월 만에 아무런 의료적 치료 없이도 딸의 증상은 사라졌고, 회복모임이 있는 날이면 딸은 으레 “오늘 공부하러 가는 날 맞지? 아빠 사랑해” 하는 전화를 걸었다.
자녀들에게 중독은 병이며 누구나 병에 걸릴 수 있듯이 부모도 한때 아팠었지만 이제는 치료받아서 나은 모습을 통해서 사과하는 것이 좋다. 이는 자녀들도 어떤 몹쓸 병에 걸리거나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부모와 같이 외부의 도움을 받아서 회복을 해야 하겠다는 본보기가 된다.
가정의 달 만이라도 이웃과 사회에서 중독가정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회복을 돕는 행사들을 하면 중독가정들이 수치심 없이 더 회복으로 나올 수 있어서 자녀들에게는 생애의 최고 선물이 될 것이고 사회에 중독문제로 인한 가정폭력과 강력사건들 또한 줄어들 것이다.
이해왕 /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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