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래 커네티컷 브리지포트대학 경영학 교수
필자가 타는 크라이슬러의 닷지 듀랑고가 이십만 마일을 얼마 전에 넘기고도 매일 집과 학교를 무사히 오간다. 며칠 전에는 혹시나 해서 펩보이라는 정비소에 가서 보였더니 아직 문제없다고 해서 고마워하며 돌아왔다. 그런데 이 회사가 파산보호신청을 했고 또한 그것을 회사 사장이 아닌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마침 발표날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이제는 크라이슬러 자동차를 아주 싸게 살 수 있게 된 것이냐고 물어 왔다. 안타깝게도 아니다. 크라이슬러가 택한 파산은 개인들이 하는 챕터13이나 회사를 청산하는 챕터7이 아닌 회사를 다시 살리기 위해 일정기간 채권자들로부터 회사를 보호하는 챕터11을 택함으로써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오바마 대통령이 예상한대로 한 두 달내로 파산보호에서 나올 수 있을지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리지만, 일반 가게에서 보는 재고정리 반값 세일 같은 일은 없을 것 같다하니 실망하는 빛이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왜 이렇게 되었는가는 근로자들의 은퇴후 후생복지 비용이 과다하다고 한다. 상당히 일리 있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잘나가는 도요타도 미국에 공장이 있고 베스트 셀러인 캠리는 모두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데, 도요타 직원들의 임금이나 후생복지가 미국 회사들 보다 적은 것인가, 그렇다면 좋은 직원들은 모두 미국 회사로 가고, 일류가 아닌 직원만 남을 테니까. 아니다 도요타는 미국에 공장을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은퇴 후생 복지를 받는 직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도요타도 미국회사들과 같은 은퇴 직원들의 과도한 후생 복지비용 문제가 발생 할 것이다.
그렇다면 도요타나 혼다 자동차가 미국 자동차보다 기계적으로 더 좋을까, 이 질문에 십여년 전이라면 긍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십여년간 미국 자동차 회사들도 많은 발전을 하여 이제는 제품의 질적 차이는 없는 것 같다. 필자의 자동차가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반인들의 인식이 아직 미국 자동차의 질적 향상을 다 인정해 주지 못하고 있는 점은 문제점이긴 하다.여기에 또하나의 큰 문제점은 판매망 즉 자동차 딜러들의 문제다. 아직도 지엠이 미국내에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팔고 있고 그 뒤를 토요다가 바짝 좇고 있다. 그런데 딜러수를 보면 지엠은 6,246개가 있고 도요타는 단지 1,200개의 딜러를 갖고도 비슷한 숫자의 자동차를 팔고 있으니 네 배 정도로 효율적인 딜러망을 갖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시장에서는 지엠은 딜러당 한달 평균 25대 정도를 팔고, 도요타는 100대 이상을 판다는 것이다. 포드 3,800개와 크라이슬러는 3,200개의 딜러를 갖고 있으니 지엠의 딜러 보다 별로 더 나은 점이 없다.
자동차 산업이 이윤이 많이 나는 것이 아니어서 도요타의 경우도 이윤률이 6퍼센트 정도이고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이번 불황 직전에도 1-2퍼센트 정도의 이윤률이었으니,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회사들의 30퍼센트 이윤률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은 많은 고용효과가 있어 미국 정부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비 효율적인 딜러망도 미국 정부가 크라이슬러를 파산 시킨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파산을 하지 않으면서 어떤 딜러를 문닫기는 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6월 1일 까지 파산의 위험이 있는 지엠도 발빠르게 1,000여개의 딜러를 줄이겠다고 발표를 하였지만 가능성과 시간의 촉박함 또한 천여개로 충분 할 것인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총 생산의 40 퍼센트 가까이를 수출하는 중국이나 한국과 달리 총생산의 70퍼센트 가량을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미국 소비자 심리지수가 이번 불황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하니 자동차를 더 많이 구매하지 않을까 기대도 해보지만, 미국인들의 구매가 신용위주에서 현금위주라는 보고서 나왔다. 10년 전 4,000억 달러의 신용카드 사용에 단지 1,000억 달라만 현금카드를 사용했는데 작년에는 신용카드나 현금카드나 같이 8,000억 달러를 사용했고 현금카드 사용액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니, 이제는 미국 소비자들도 신용제공이 아니라 소득 증가를 가져와야 더 많은 소비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실업률이 늘지 않는 등 고용 시장의 안정이 와야
다시 옛날의 경제로 갈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기업들이 감원을 하거나 계획 중이라 하니 자연의 봄은 벌써 우리를 부르고 있으나 경제의 봄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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