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위에 군림하려는 아이
단호한 행동으로 버릇 고쳐야
4살 8개월 된 대니엘이 첫 상담 때 일가족을 대동하고 왔었다.
얼마 전에 잘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가르친다는 프리스쿨로 옮겼는데 적응을 잘 하지 못한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과 관계에서 지나치게 자기중심으로 행동해서 많은 어려움을 보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라고 선생님이 권했었다.
엄마와 이야기가 진행 중인데 대니엘이 수시로 끼어들어 엄마에게 말을 건넨다. 필자가 할 이야기가 있으면 기다렸다가 해라고 제지하자, 하얀 얼굴이 금새 붉은 색을 띠면서 굳어진다. 그리고는 엄마의 커다란 핸드백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하더니 필자가 앉은 방향으로 툭, 툭 집어던지고 종이와 티슈를 꺼내서는 찢어서 바닥 여기저기에 뿌리기 시작했다. “He does exactly the same thing at home.” 엄마는 대니엘이 집에서도 똑같은 행동을 하지만 아무도 아이행동을 제지하여서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다고 했다.
5살 3개월 된 프랭크는 필자의 사무실에 역시 엄마와 함께 와서는 처음 상담을 하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잠시 둘러보다가 “집과 학교에서 하는 행동”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리에 잠시 앉았다가 일어나더니 필자 사무실의 이것저것을 만지기 시작한다. 필자가 애지중지하는 랩탑의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랩탑의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필자가 이야기 중이니까 멈추고 자리에 앉으라고 지시를 하니까 못 들은 척 뚜껑을 좀 더 빨리 열었다 닫았다 한다. 필자와 엄마가 이야기를 멈추고 시선을 집중하자 속도가 늘어났다. “Stop it and go back to your seat, please.” 필자의 지시에 랩탑 뚜껑을 “탁!” 닫고는 의자로 가서는 앉은 채 의자를 앞뒤로 젖히면서 의자 뒤와 뒷머리로 사무실 벽을 쿵, 쿵 치기 시작했다. “STOP IT, FRANK!” 엄마가 목청을 올려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학교와 가정에는 대니엘, 프랭크 같은 아이들 때문에 부모와 선생 모두 애를 먹고 있다.
사회 행동기능을 올바르게 가르치지 않고 그냥 “하지 말라” “그만두지 못해” 따라 다니면서 잔소리하는 엄마, 보고 있다가 가끔 한 번씩 “이 녀석이 정말?” 버럭 소리를 지르는 아빠. 왜 “내 새끼들” 울리느냐고 감싸는 할머니·할아버지.
학교에 가면 역시 타이르다가 안 되면 벤치시키고 교무실로 보내버리는 선생님. 매질이 불법인 미국에서 아이들이 주도권을 쥔 세상으로 변모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부모, 선생님은 통제권을 상실한 것인가? 그렇지가 않다. 아직도 부모와 선생은 당당한 권위를 지킬 수 있고 그렇게 할 때 아이들은 세상에 나가서 자기책임과 권리를 동시에 행사하는 사람으로 살게 된다.
위에 예를 든 아이들의 집에서의 행동을 관찰해보면 아이들은 거의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4, 5세난 아이들이 부모위에 군림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 아이들은 대체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즉각 쟁취하고자하는 ‘nstant gratification’을 주요 행동특징으로 삼으며, 이때 좀처럼 물러서거나 굴하지 않는 초지일관과 지속성을 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즉각 손에 넣는 방법을 어린 아이들이 어디선가 이미 터득한 것이다. 그 방법은 대체로 아무 데서나 뒹굴기, 소리내어 울기, 엄마를 조그마한 손으로 때리기, “엄마 미워” 또는 “I hate you!”로 부모 마음 아프게 만들기, 물건 집어던지기 또는 쓰러뜨리기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을 보게 된다. 책읽기, 엄마 말 듣기 같은 생산적인 일에 이렇게 불굴의 의지를 보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님들은 속수무책이라고 한숨을 짓는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이렇게 즉각, 당장 그 자리에서 내놓으라고 떼를 쓰는 이 물건들이 바로 부모의 가장 큰 무기이다.
그런데 이 무기를 부모들은 아무 대책없이 아이들에게 내어주고 나서는 아이들 행동을 가르칠 방법이 없다고 한숨을 짓는다. 프랭크 엄마가 그 다음 주에 와서는 아이가 지금 당장 장난감 총을 사러 가자고 조르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문의를 해왔다. 프랭크는 엄마가 지금 당장 사주지 않으면 아빠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준다고 엄마를 끈질기게 회유하며 있는 힘을 다해 울었지만 필자의 지원으로 용기를 얻은 엄마가 이제부터는 원하는 것은 당장 사 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그 대신 생산적 행동을 학교와 집에서 보여서 300점 점수를 채우면 그때 사준다고 못을 박았다.
프랭크는 직접 자신의 행동(엄마 때리지 않고 말로 기분 표현하기 15점, 선생님 지시 따르기 10점, 다른 친구와 협조해서 플레이하기 5점 등) 하나하나에 일일이 점수를 정하고 엄마와 함께 점수차트를 만들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는 프랭크가 원하는 것을 당장 그 자리에서 손에 넣지 못하고 의지를 꺾은 것은 이번이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했다.
대니엘은 한시간 가까이 필자 사무실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고 온갖 이유(팔이 아프다, 배가 아프다, 브레인이 망가졌다, 힘이 없다 등)를 대면서 자신이 바닥에 어지럽힌 것들을 치우지 않으려고 필자를 설득하고 엄마와 힘겨루기를 했지만, 요지부동의 엄마와 필자에게 결국 손을 들고 모든 것을 다시 깨끗하게 치우고 원위치로 정돈한 다음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들 행동에 변화를 기대하는 부모는 그 전에 부모의 행동방식에 먼저 변화가 있어야 하며 아이들의 초지일관에 역시 정면으로 승부하는 불굴의 의지가 필요하다.
프리스쿨이나 K학년에서 사회성 기능에 문제가 나타나는 아이들이 나중에 3, 4학년 되면 알아서 저절로 기능을 깨우치지 않을까 생각하기 전에 대니엘, 프랭크와 같은 행동플랜을 마련하여서 실행하는 부모의 태도변화가 필요하다.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213)234-8268, www.drsoh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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