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자 가족모임을 나타내는 상징에도 몇 가닥의 매듭이 있다고 한다. 가족 친목모임의 도움이 필요하다. 어떤 위대한 존재에게 의탁할 필요성이 있다. 스스로 잘못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 오늘 하루만을 열심히 산다고 생각한다. 누리고 있는 축복을 재발견한다. 자주 웃는다.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런 등등의 매듭으로 이어질 때 도박 중독자들이 보다 나은 삶을 향해 한발 한 발 전진할 수 있다는 것.
세상을 살다 보면 그 때 그 때 삶의 매듭이 지어진다. 그 매듭들이 이어지면서 우리 인생은 죽음이라는 종착역까지 가게 된다. 그 하나 하나의 매듭은 삶의 새로운 마감과 또 하나의 새로운 촉진제와 재충전의 뜻이 담겨있다. 그동안 지나온 것을 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다짐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삶의 순간 순간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통해 한 단계, 한 단계 삶이 마무리 지어지는 것이다.
학생들의 졸업은 바로 이러한 삶의 완성을 위한, 즉 인생의 홀로서기를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이 태어나 성장하면서 거쳐가는 몇 단계의 졸업은 그래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 나아가서는 대학원, 연구기관 등등. 이런 과정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할 경우 그 인생은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가 없다.
특히 일반적으로 최고과정인 대학 졸업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단계를 거쳐 곧 바로 삶의 현장으로 이어지는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는 이유다. 그래서 대학 졸업식장에는 대통령이나 유명한 정치인, 기업가, 문화인 등이 참석해 일종의 격려가 담긴 축하연설을 하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 각 대학마다 졸업이 시작됐다. 일반 대학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육, 해, 공 삼군 사관학교를 마치고 졸업하는 사관생들도 너무 기뻐 4년 동안 쓰고 다니던 모자를 하늘로 집어던지고 하면서 환호성을 지르고 야단이다. 그러나 이 환호성 속에는 알고 보면 아주 쓰라린 고통과 노고가 들어있다. 그리고 남모르는 기대와 설레임, 희망도 들어 있다. 그래서 졸업생들을 ‘잘했다’ ‘수고했다’ 잘 해라’ 칭찬해주고 격려해주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 또 한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야 할 일이 있어서다.
졸업은 하나의 매듭이지 영원히 끝나는 것이 아니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우리 인생에 졸업이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졸업과 동시 그 때부터 시작이다. 그래서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들을 한다. 대학 졸업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인 자녀들은 부모들의 지나친 욕심으로 무작정 일류대학에 들어갔다 졸업을 못하거나 아니면 도중 다른 학교, 혹은 다른 과 등으로 전공을 바꿈으로써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생이 마라톤이라는 의미를 잘 모르고 한 단계 한 단계 매듭을 제대로 짓지 못하고 온 결과이다. 그러다 보니 대학을 졸업하고도, 심지어는 일류대학을 나오고도 자기 일을 똑바로 못하거나 부모 옆에서 얼씬거리는 절름발이 한인 2세들을 보게 된다. 학창시절의 한 단계, 한 단계, 매듭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현실이다.
유아기부터 대학 졸업 때 까지 학창시절, 미래를 향한 도전기, 노년기를 통틀어 인생 3막이라고 한다면 인생의 가장 황금기인 제 2막의 마무리를 위한 준비단계에서 자녀들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이것은 문제가 있다. 제 1막의 과정인 부모의 보호 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와 홀로된 개체로서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에 대한 작업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어린아이는 세상에 나와 자라면서 기어 다니다가 그 이후에 걷고 뛰고 하는 법을 배운다. 한 번에는 날 수 없기 때문에 걸음마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아이는 일어서기가 어렵다.
한 단계, 한 단계는 다음 단계를 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익하고 배우는 과정이다. 바다에 나가 고래 잡는 법을 습득하기 위한 훈련이다. 졸업의 매듭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한 아이의 생은 부자와 빈자,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 행복한 자와 불행한 자 등으로 판이하게 갈라진다.
인생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위에서 항해하는 돛단배와 같다. 배가 표류하느냐, 순조로우냐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어떤 매듭을 짓느냐에 달려 있다. 졸업은 늘 새로운 시작이요, 또 다른 비전과 목표를 향한 희망과 도전의 신호탄이다.
여주영 (주필)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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