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식으로 미사일을 쏴댄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된다. 제재안은 그러나 채택되지 않았다. 중국이, 러시아가 반대해서다. 그 대안은 구속력이 없는 안보리의장 성명이다.
그런데도 계속 까탈이다.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다. 영변 핵시설 해체를 중단하고 플루토늄 추출을 계속하겠다는 공갈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시찰단을 추방했다. 그리고 또 한 차례의 핵 실험도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를 흘린다.
벌써 몇 번째인가. 마치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다시 보는 느낌이다. 하여튼 예상 대로다. 벼랑 끝 전술이라고 했나. 그 게 또 다시 되풀이됐다. 김정일 감독에, 김정일 주역으로. 그 손익계산서는 그러면 어떻게 나왔을까.
얻은 것이 물론 있다. 그러나 잃는 것이 훨씬 많을 것이다. 대체적인 총평이다.
김정일의 부활을 알렸다. 미사일을 쏘아올림으로써 내부의 불만을 잠재웠다. 경애하는 수령의 리더십 건재를 과시한 것이다. 이 점에서는 어느 정도 승점을 땄다.
그러나 외부적으로 볼 때 득(得)다는 실(失)이 압도적이다. 우선 미사일발사가 명백한 실패작 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의 주 무기는 핵과 미사일 기술이다. 그 기술이 별게 아니라는 게 증명됐다. 벼랑 끝 전술이 먹혀들 소지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미사일을 쏜다. 그러면 식량을, 돈을 보내준다. 그동안의 국제적 관행이다. 그게 깨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끄는 데도 실패했다. 아니 반발만 초래했다. 비(非)핵 의지를 천명하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만 강조했다. ‘통미봉남’(通美封南)의 꿈은 사라진 것이다.
일본의 군국화에 오히려 도움을 주었다. 미사일발사가 가져온 또 다른 결과다. 틈만 나면 일본군국주를 매도한다. 그 북한이 그러나 일본이 재무장하는 길을 터준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에 대해 자위권발동의 필요를 절실히 느끼고 있던 일본이다. 이번 미사일발사는 일본의 재무장 정당화의 구실을 제공해준 것이다.
미사일발사실험의 최대 피해자는 중국이다. 이 점에서 김정일 체제는 상당한 전략적 손실을 자초했을지도 모른다.
일본의 재무장, 더 나아가 ‘핵보유국 일본’을 중국은 내심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발사는 그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거기다가 무엇보다도 6자회담의 효용성을 떨어트렸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북한에 대해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정도로 영향력을 지닌 나라가 중국이다. 그런 중국은 이 다자회담의 좌장역할을 수행하면서 상당한 혜택을 누려왔다.
한 편으로는 미국을 견제한다. 그러면서 국제외교무대에서 중국의 위상을 구축한다. 그리고 동북아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성한다. 6자회담을 통해 중국이 추구해온 전략적 목표였다. 때문에 6자회담에 대한 중국의 집착은 여간 강한 게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미사일 발사사태는 북경당국의 의도를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북한에 통제능력에 치명적 허점이 존재한 결과인가 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핵심과 군부실세는 심모원려(深謀遠慮)한 중화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그런 중국의 진짜 속내는 알 길이 없다. 이번 사태는 때문에 어쩌면 북경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을 수 있다는 가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한반도정세의 궁극적 조정자로서 중국의 위상에 문제가 생겼다는 쪽의 진단이 옳은 것 같다. 그렇다면 미국의 대북한 정책의 토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6자회담 테두리 밖에서 문제해결의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이제는 ‘B 플랜‘을 생각할 때란 카토 연구소의 테드 카펜터의 주장이다. 중국으로 하여금 궁중쿠데타를 통해 김정일을 제거하라는 게 그 주 내용이다. 북경의 북한피로증세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런 지적과 함께 미국과 동북아 국가들은 중국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조건을 내걸고 김정일 제거에 나서야 할 때가 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정일의 북한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이번 미사일 사태와 관련해 새삼 제기되는 궁극적인 질문이다. 사람들이 굶주린다. 굶어 죽는다. 사회 전체는 거대한 수용소다. 한 마디로 생지옥이다. 그 가운데 오직 김정일을 위한 김정일의 통치만 있을 뿐이다.
그 독재자가 국제사회에 대해 횡포를 부린다. 악을 쓰며 미사일을 쏴대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의 해법은 김정일 제거를 통한 수령절대주의 해체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