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객원논설위원.목회학 박사>
많은 사람들이 기적에 대하여 생각 해 볼 것이다. 기적이란 앉은뱅이가 어떤 힘에 의해 벌떡 일어나 걸어가는 것. 암에 걸린 사람이 의사로부터 사형선고 같은 말기 판정을 받은 다음에 어떤 경로를 통해 깨끗하게 완치되어 다시 살아나는 것. 12층에서 떨어진 사람이 죽지 않고 살아나는 것. 40일을 굶어도 죽지 않고 살아나는 것 등등.
기적이란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이성과 판단, 즉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기적을 바라는 사람들 중에는 죽을병에 걸리어 다시 소생할 수 없는 환자와 그 가족일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환자 스스로도 다시 병이 나아 새로운 생을 살기를 바라지만 그 가족들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져 환자가 소생되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런데 기적이란 죽을병에 걸린 사람이 살아나는 것만이 기적은 아니다. 기적이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시작된다. 한 사람의 생명으로 태어나는 것 자체가 기적이기에 그렇다. 인간의 몸 자체가 갖고 있는 기능을 보면 기적이 아닌 것이 없다.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퍼져 있는 실핏줄을 통해 피가 돌고 있는 한 가지만 보아도 기적이다.
현미경으로 보아야 보이는 미세한 세포인 난자와 정자가 착상되어 여인의 몸속에서 한 인간으로 형성되어지는 그 과정도 기적이다. 인간의 몸 자체가 기적의 장소이다. 사람은 사람의 힘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기적 같은 몸의 움직임과 신진대사, 그리고 혼과 마음의 작용 등으로 살아간다. 이렇듯 사람의 몸은 매일같이 기적 같은 현상이 벌어져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기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사람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는 분명히 무엇인가의 또 다른 힘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우주의 힘이라 불러도 좋겠다. 우주에 널려 있는 우주의 기와 사람이 바라는 사람의 기가 합칠 때 기적 같은 일이 인간의 몸 안에서
는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불치의 병이 완쾌되는 것이 이런 경우일 것이다.
산을 다니는 사람들은 산에 올라가면 호연지기를 만난다고 한다. 호연지기란 하늘의 기와 땅의 기가 만나는 것을 말한다. 나무가 우거지고 산세가 늠름한 곳으로 들어가 걷다보면 무엇인지 모르는 특이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럴 때 심호흡을 한 번 하면 온 산기운이 몸과 마음에 들어오는 듯싶다.
기적이란 이런 산에도 있다. 산속에 있는 모든 나무를 비롯한 생명체들. 이들도 기적 같은 생명력으로 살아들 간다. 인간의 몸처럼 다양하게 구성되어진 생명체들은 아니라 해도 나무는 나무대로 기적처럼 살아간다. 바위 한 가운데서도 풀과 나무는 자란다. 씨가 뿌려지면 그 씨는 조그만 공간 안에서도 뿌리를 내리며 생명을 키워 간다.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나무뿌리들이 물줄기를 향해 뻗어가는 그 현상을 보면 기적의 생명력을 볼 수 있다. 인간만이 생명에 대한 애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생명들에게 주어진 생명의 애착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먹이를 주는 사람도 없는 산에서 자라는 노루와 토끼 같은 생명들도 그들 나름대로 새끼를 낳아 번식시키며 잘 살아간다. 그들 몸속에도 인간의 몸과 같은 기적은 일어나고 있다.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지구도 기적중의 하나다. 스스로 돌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지구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현상도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지구를 갉아먹으며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을 지구는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않는다. 그냥 묵묵히 지구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죽어가는 모든 생명체들을 품에 안고 돌아가고 있다. 환경파괴의 원인이 되고 있는 인간들의 욕심도 지구는 탓하지 않는다. 자신의 살 속에서 새끼를 키워 그 살을 먹여 살리고 자신은 죽어가는 생물처럼 지구는 인간을 위해 모든 생명체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준다. 이것도 기적이다. 땅에서, 바다에서, 물에서, 대기권이 아닌 지구의 얕은 하늘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삶 자체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기적 같은 일이 우리의 몸과 마음과 땅과 지구 안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몸속에서 수없이 많은 생명체인 미생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도 기적이다. 사람들은 알지만 잊고 살아갈 뿐이다.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일들만이 세상을 끌어가지만은 않는다. 이성적, 혹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도 사람을, 세상을 끌어간다. 그것도 기적 같은 일이다. 인간은 그 기적의 한 가운데 있다. 인간 같은 생명체는 아직 그 어느 다른 행성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기적의 인간들. 모든 기적 속에서 새 삶과 희망이란 기적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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