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 영향을 받지만 경제분야에 직접 몸을 담고 있지 않는 이들이 궁금해들 하는 것이 2007년까지 세계에 그 많던 돈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인 것 같다. 이 질문의 대답을 찾다보면 경제를 하는 우리들에게도 현실을 돌아볼 계제가 되는 것 같다.
정부와 기업, 가계를 돌아봐도 돈을 찍어내는 한국은행이나 미연방준비은행 말고는 돈이 많은 곳이 한 곳도 없고, 세계 어느 곳을 보더라도, 예를 들어 과거 에너지 위기 때의 중동 산유국들처럼, 없어진 돈들이 몰려가 있음직한 곳이 있는 것 같지도 않으니 의문이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세계경제의 그 많던 돈들이 간 곳은 어딘가. 우선 경제적 재화가 어떤 경제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가치를 가지려면, 실제 보고, 듣고, 먹을 수 있는 실물을 제외하고는 실물에 직접적인 고리를 가져야한다.
한국은행권이나 그린백 달러가 경제에서 가치를 가지려면 금 같은 귀중품에 직접 고리를 가져서 지폐자체는 종이조각이지만 그 것이 연관된 금이 그 뒤에 있다는 대중의 믿음이 있으면 가치가 생긴다.
금의 양이 커가는 경제의 규모를 못 따라 가게 되면서 지폐의 가치는 한은이나 연준의 보증, 결국은 한 나라의 국고가 보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원화나 달러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경제에서의 가치교환은 종이조각으로 이루어진다. 건물, 토지, 특허 같은 재화만이 아니라 모기지, 주식, 사채 등 모든 유동성에 관련된 재산도 그 소유권 이전은 종이조각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재산의 가치는 기록되고, 검증되면서 그것을 대변하는 종이조각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유지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제에 파생상품이란 이상한 재산(?)이 등장한 것이다. CDS, CDO, MBS 란 이름을 가진 이런 종이조각들은 현대경제의 귀재들이라고 일컫는 재무경제에서의 문제아 들이 만든 것인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파생상품들이 기록과 검증이란 종래의 경제재화의 필요요건들을 거치지 않게 되면서 세계에서 돈들이 사라지게 만든 주범이 된 것이다.
세계경제가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서 만들게 되었다는 이 파생상품들은,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에서보면 처음에는 기가 막힌 종이조각 들이었다. 환율이 널뛰기를 하는 게 불안한 수출업자들은 환율헤징을 해주는 파생상품을 사면 장래의 불확실성이 많이 줄었다.
모기지 투자가 불안한 금융회사들은 여기에 보험들 듯이 필요한 파생상품을 사면 장래의 리스크가 해결되었다. 이렇게 도처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파생상품들은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서브프라임이란 신용기록이 나쁜 이들에게 집 모기지를 해준 금융프로그램이 지금 경제위기의 주범이라고 하는 건 너무 세상을 쉽게 보고 하는 얘기다. 처음 사람들의 불안은 거기서 시작은 되었지만, 서브프라임의 사이즈는 얼마 되지 않는다. 경제에 미치는 실제 효과는 얼마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주말,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갑자기 같이 불안한 마음이 들게 되었다. 그 사이즈로 보아서 실물경제의 수십조 달러보다도 더 클지 모른다는 파생상품을, 과연 애당초 사인해준 보험, 금융회사들에서 감당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여러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엄습한 것이다.
파생상품은 관리 감독하는 정부기관이 없다고 해야 될 정도로 세계경제의 어두운 지하경제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위험 액수가 얼마나 되는 지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파생상품의 성격과 위험부담의 구체적 범위는 그 파생상품을 가지고 있는 회사경영층에서도 모른다.
똑똑한 재무전문가들이 하루에 수천페이지씩 수십년 읽어도 모자라는 그 서류들에 담긴 구체적 리스크부담은 아무도 모르고, 공공기관에 기록된 것도 없고, 검증할 방법도 없다. 실물 재화에 대한 연결고리가 없어진 종이조각은 경제적 가치를 모른다.
있다고 생각했던 돈들이 사라진 것은, 모두의 머리에서 있다고 생각한 경제가치가 믿음을 상실하고 사라진 것과 일치한다. 종이조각에 담긴 경제적 재화는, 사람들이 그것이 가치가 없다고 믿는 순 간부터 재화가 아니다. 돈의 가치란, 장래에 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이 그 전부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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