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안보위기는 어디서 올까.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 가운데 워싱턴 일각에서 새삼 던져지고 있는 질문이다. 테러리즘이 안보의 주 관심사였다. 그러나 경제위기와 함께 포커스가 달라지고 있다. 진짜 안보위기는 그게 아닐 것일지도 모른다는 방향으로.
‘악의 축’(axis of evil)은 잊어버려라. 이제는 ‘격동의 축’(axis of upheaval)이다-. 하버드대학의 닐 퍼거슨의 주장이다.
경제가 결딴난다. 정권이 무너진다. 그 뒤로 따르는 것은 정치, 사회적 소용돌이다.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목도되는 현상이다. 이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세계가 맞을 최악의 문제는 이 ‘실패한 국가’들로부터 올수 있다는 것이다.
실패한 국가들을 ‘격동의 축’이란 용어로 한데 묶었다. 그 대표적 국가가 소말리아다. 러시아, 멕시코도 1순위 후보로 올라 있다.
비유하자면 이 실패한 국가들은 모기, 파리 등이 들끓는 일종의 늪과 같은 습지다. 그 습지에서 온갖 병균이 배양된다. 부패, 빈곤, 증오, 무정부상태, 내전, 인종청소 등이 그 병균이다. 습지를 그대로 방치할 때 그 병균은 무섭게 번식한다.
‘격동의 축’ 리스트에는 현재 최소한 9개 나라가 올라 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그 리스트는 계속 확장된다는 것이다. 소말리아사태의 거대한 확대판을 세계는 맞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관련해 관심을 끄는 것이 미국가정보위원회(NIC)위원장 데니스 블레어의 의회 증언이다. 그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의 25%에서 경제 불황과 관련해 정권전복 등 사회적 불안이 노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위기가 앞으로 1,2년 계속될 경우 폭력적인 극단주의가 팽배할 것이다. 이는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져 전쟁이나, 난민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계속된 그의 증언으로, 테러리즘보다는 경제위기가 가져온 정치, 사회적 소요가 최대 안보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새삼 주목되는 게 북한이란 국가체제다. 일찍이 이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됐다. 포커스가 ‘악의 축’에서 ‘격동의 축’으로 바뀐 상황에서 그러면 북한은 더 이상 심각한 안보위협이 되지 않는 것일까. 그와 정반대라는 생각이다.
이미 실패한 국가다. 그 북한체제가 극도의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실패한 국가가 보이는 증상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악성종양의 이상전이(轉移)현상이라고 할까. 그런 증세가 엿보여 하는 말이다.
그 뚜렷한 증세가 군부의 대두다. “외적으로 북한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많은 것이 변했다. 김정일의 입지가 크게 약화됐다. 지난여름 뇌졸중을 앓은 이후 김정일은 매제 장성택과 군부의 도움으로 통치를 하고 있다.” 타임지 보도다.
타임지가 특히 주목한 것은 북한 군부 내에서 팽배하고 있는 불만이다. 경제난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거기다가 군부의 불만이 고조될 때 정권붕괴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점치면서 김정일 체제가 20년 전 동구국가들과 같은 운명을 맞을 상황도 배제하지 않았다.
타임지뿐이 아니다. 북한 전문가 마다 지적하고 있는 것이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서 군부의 입김이 상당히 강화됐다는 사실이다. 김정일은 아들에게 권좌를 물려주는 세습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조차 군부의 눈치를 볼 정도라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장성택과 군부를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로 권력의 추가 넘어갔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이것이 의미는 것은 것 다른 게 아니다. 권력승계가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절대 권력자가 쓰러진다. 이후 나타나는 현상은 개인지배의 영향력 후퇴다. 그 필연적인 결과는 권력 내 파벌주의의 현재화다.
권력승계를 둘러싸고 처절한 권력투쟁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으로, 그 극단의 상황은 내전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미얀마스타일의 군부 통치다.
미사일발사 이후 북한 내부에 특히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후계구도와 맞물려 강압적 수단과 위기감 조성으로 체제 유지에 안간힘을 쏟아 왔다. 그 결정판이 미사일 발사다. 그러면 그 미사일 발사로 사회 저변으로부터의 변화 욕구를 잠재울 수 있을까.
예감은 불길한 쪽으로 흐른다. 위기감 조성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북한이 가는 길은 이제 외길 수순밖에 없어 보인다. ‘수령절대주의체제’에서 ‘군부집단통치체제’로의 전이다. 한 마디로 최악 형태의 ‘실패한 국가’ 모습이다. 그 악의 사슬에서 북한주민이 해방되는 날은 언제일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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