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목회학 박사
칼은 어느 누구의 손에 잡히느냐에 따라 용도가 달라진다. 강도의 손에 칼이 잡히면 사람을 죽이는 칼이 된다. 의사의 손에 칼이 잡히면 사람을 살리는 칼이 된다. 칼이 주방장의 손에 잡히면 맛있는 요리가 준비되어 나온다. 같은 칼이라 해도 이렇듯 잡히는 손에 따라 그 용도는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날 수 있다. 칼 자체는 누구의 손에 잡힐 줄 모른다. 강도의 손에 잡혀 사람을 죽인 칼이라 해도 그 칼을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칼을 사용한 강도가 나쁘지 칼은 칼 그대로 있는 것이다. 물도 마찬가지다. 뱀이 물을 먹으면 독이 된다. 소가 물을 먹으면 우유가 된다. 물의 성분도 정수하여 사람에게 마시게 하면 몸에 좋은 것이 되나 술을 만들어 마시게 하면 사람을 해하는 것이 된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도 마찬가지다. 쓰는 글도 마찬가지다.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살리는 말이 되거나 아니면 사람을 죽이는 말이 될 수 있다. 글도 어떤 글을 쓰느냐에 따라 읽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거나 아니면 좌절과 절망을 안겨 줄 수 있다. 같은 단어의 말과 글이라 해도 이렇듯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는 것이다.부드러운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격한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이길 수 있다. 조용히 말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는 사람을 이길 수 있다. 잔잔하게 써 내려가는 글들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켜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 있다. 과격한 글은 사람의 마음을 격하게 하여 흥분을 자아내게 할 수 있고 결국은 마음에 상처를 안겨줄 수 있다.
이렇듯 말과 글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말과 글을 사용하여 표현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 글과 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지는 것이다. 인터넷에 떠오르는 댓글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거나 아니면 절망을 하게 된다. 인터넷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현대기기의 산물로 사람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사용하여 올려지는 글들이 어떤 글이냐에 따라 사람들의 희비는 엇갈리는 것이다. 누구에 의해 어떤 글과 말이 인터넷에 뜨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거나 아니면 실망시켜 죽음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그러므로 말과 글을 대중들에게 전해주는 매체가 사람들의 실생활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아주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책도 마찬가지다. 활자화되어 있는 책 자체를 좋다거나 나무랄 사람은 없다. 어떤 책, 즉 어떤 내용의 책을 고르냐에 따라 달라진다. 책도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책이 있나 하면 사람을 피폐하게 하고 절망을 안겨주는 책도 있다. 책은 고르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선택되어진다. 선택은 고르는 사람의 자유의지에 속해 있다. 사람의 생도 마찬가지다. 의사에게 들리어진 칼처럼 생을 유익하게 잡고 살아나가는 사람이 있나하면 그 반대인 사람도 있다. “저런 사람은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이란 말을 듣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주어진 생을 강도에게 잡힌 칼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이웃에 해만 끼치는 사람들이다. 아니, 사회를 악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그러나 그런 사람들도 태어난 생 자체를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다. 태어나게 한 부모도 나무랄 수가 없다. 강도에게 들린 칼 자체나, 뱀에게 마시우게 되는 물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듯 생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똑 같은 생으로 태어났으나 그 생을 강도에게 들리어진 칼처럼 잘못 사용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하루하루가 선택의 결과로 생은 이어진다. 하루의 삶도 수십 번 혹은 수백 번의 마음에서 결정되어지는 선택의 결과로 마감된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또 하루며 그것이 연속으로 이어져서 긴 여로인 한 평생이 된다. 하얀 백지장처럼 시작된 모든 사람들의 생이다. 그러나 어느 사람은 소가 마시는 물처럼 우유를 만들어 살아가며 또 어떤 사람들은 뱀처럼 독을 만들어 살아간다.
무심하게 내 뱉는 말 한 마디가 독이 되어 사람을 상하게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그러나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말 한 마디가 사람의 생을 완전히 변화시키기도 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자살을 생각했던 사람이 용기와 희망을 주는 글을 읽은 후 자살을 접고 다시 힘차게 살아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칼은 생이나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들려 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말도, 글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주어진 칼 같은 생. 의사의 손에 잡힌 칼처럼 사람을 살리는 칼이 되어 살아가야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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