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요사이 한인사회에 크게 반향을 일으킨 행사라고 한다면 작게는 전미주지역의 이화인을 하나로 묶은 ‘이화여고 동문회 합창’일 것이고, 크게는 국내외 한국인들을 신명나게 만든 ‘월드베이볼 클래식경기(WBC)’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행사는 성격이 전혀 다르지만 청중이나 관객이 다 하나가 되어 화합과 단결로 일체감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매우 동일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합창이나 운동경기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조화가 포인트다.
합창이나 운동경기는 참가자 개개인이 모두 지휘자나 감독의 지휘아래 개인에 대한 절제를 통해 이루는 하모니, 즉 화합을 통한 결속, 단결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참여와 자기희생을 필수로 한 화합과 배려, 수용만이 합창이나 운동경기를 성공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화합과 조화는 내가 속한 가정, 그리고 이웃, 커뮤니티, 국가 민족의 단결을 모색하고 정체성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합창이나 운동경기는 사람들을 화합, 단결시키며 정서를 순화시켜준다는 의미에서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합창이나 경기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튀는 사람이 있으면 합창이나 운동경기에서 화합이 깨진다. 모두가 만들어낼 아름다운 결실을 위해 그래서 하나가 되어 노력하는 것이다. 눈빛만 보아도 저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까지 알게 되는 것이 바로 화합이요, 단결의 기본이다. 친구 보다 더 가까운 사이, 우리가 원하는 가정과 사회, 국가의 모형이 바로 합창이요, 운동경기와 같다. 그러나 현실은 일까지 하면서 집안일 하고 아이도 돌보면서 하루 한 번씩 노래 한소절도 부르기 힘든 주부들이다. 또 집안의 가장들은 미국에 와서 안에서나 밖에서나 가족을 위해 헌신하느라 너무나도 버거운 실정이다. 공 한번 여유있게 나가 힘차게 차볼 여유도 없는 것이 이시대 우리 한인남성들인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합창이 필요하고 마음놓고 치고 던질 운동이 필요한 시기다. 한 가정의 남편과 아버지,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에 묻혀있던 자신을 녹여 밥 위에 얹혀지는 여러 가지 재료의 개성이 어우러진 비빕밥처럼 포용력, 그리고 화합과 단결의 정신을 합창과 운동경기를 통해 찾아보자. 비빔밥 정신, 화합, 단결의 정신으로 어우러진 하모니가 우리 생활의 기본일 때 우리는 이민의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한인들은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것이 특징으로 성격 차, 이해관계로 얽혀져 모든 사람이 무리없이 교류하거나 다 친하게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입맛이나 문화 습관의 차이도 서로가 가까워지고 교류가 잦아지게 되면 서로를 이해하고 익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 반목하고 시기하며 필요이상의 경쟁을 하는 것은 가정과 커뮤니티 화합과 단결에 가장 큰 적이 된다. 우
리는 같이 어울려 합창하거나 운동시합 같은 것을 하게 되면 어느 민족 보다 단결력을 보여 항상 좋은 결실을 맺곤 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한민족의 피에는 ‘성공의 피’가 흐르기 때문일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개인적으로 돌아가면 ‘성공의 피’가 아닌 ‘반목의 피’로 돌변한다. 남이 잘되는 꼴을 못보고 어떻게든 내가 남보다 1등이 돼야 하고 남보다 더 잘 살아야 하고 남보다 더 힘이 세야 한다. 그래서 단체나 직장, 심지어 교회까지 한인들이 모이는 곳에 가보면 언제나 반목, 시기, 질투, 경쟁심리가 팽배하다. 미국, 특히 뉴욕은 180개 국가가 넘는 나라의 인종이 한사람, 한 사람 질서와 법을 지키며 서로의 문화와 종교, 언어를 존중하며 함께 어우러지기 때문에 미국의 시스템이 아무런 문제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 우리 커뮤니티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서로 다른 생각과 성격, 그리고 특징이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하모니를 이룰 때 아름다운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는 비록 어렵지만 한인사회 구성원이 모두 하나가 되는 화합의 하모니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위기를 돌파하고 오는 29일 실시되는 제 31대 뉴욕한인회장 선거를 기점으로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 그런 한인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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