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미 국민들이 드디어 “뿔이 났다.” 1,7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정부로부터 받은 AIG 회사에서 1억7,000만 달러의 보너스를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AIG를 망친 (확대 하면 미국의 경제, 더 나아가 세계의 경제를 망친) 재무상품 유니트 의 중역들에게 지불한 것이 드러나면서 불이 붙기 시작한 미국인들의 분노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원에서 부랴부랴 정부의 구제 금융을 받은 회사의 직원들에게 지불되는 보너스의 90%를 세금으로 거두어드리는 법률안을 통과 시켰으나 미국인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분노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은행 업계 측의 “해명”과 대통령 재무 고문 로렌스 서머스의 “설명”이었다. 은행 중역들의 해명은 이 모든 위기를 초래한 파생상품의 거래가 너무나 복잡해서 그러한 상품들을 애초에 설계하고 거래해왔던 사람들이 아니고는 도저히 바로 잡을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계속 붙잡아 두기 위한 “잔류 장려금”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9.11 테러의 주역들이 아니면 테러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오사마 빈라덴과 그의 추종자들에게 수 억달러의 상금을 주고 도움을 받자는 논리와 다름이 없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그 보너스를 받아 챙기고 이미 AIG를 떠난 중역들이 53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로렌스 서머스 고문의 설명은 그 보너스가 이미 작년에 체결되었던 계약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피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 양반이 누구를 놀리나? 도대체 그 계약이 어떠한 논리로 중역들이 천문학적인 손해를 회사에 끼쳤을 때 몇 백만 달러씩의 보너스를 받게끔 규정하고 있는지 몰라도 계약이라는 것은 비상 상황이 발생시 언제든 재협상되는 것이 사업계의 관행이다.
지금 서머스 고문 장려 하에 수만 명의 주택 소유주들이 은행 채무에 대한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GM과 크라이슬러의 종업원들은 그들이 이미 몇 년 전 계약을 통해 확보해 놓았던 보수 및 부가혜택을 회사를 살리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협상을 강요 받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평범한 미 국민들을 분노케 하는 것은 그들이 처음으로 이제까지 미국 사회가 얼마나 불공정한 부의 분배를 해왔는지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막을 올린 신자유주의 경제가 ‘국물론’이라는 그럴 듯한 논리 아래 얼마나 철저히 평범한 미 국민들을 부의 분배에서 제외해 놓고 소수 부자층들만의 부를 키워 왔는지에 대해서 참으로 오래간만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파산으로 현재의 경제 위기를 시작한 베어 스턴스와 레만 브러더스의 최고 경영자들이 받은 5년 간의 “급여”는 각각 1억2,800만달러와 3억5,000만달러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액수의 중역 급여는 미국의 상위 1,000 기업에서는 지금도 통상인 것이 현실이다.
2006년에 발표된 하원 보고서에 의하면 1965년에 대기업의 CEO들이 받던 급여가 평균 직원의 급여에 24배였던 것에 비해 2004년에는 431배로 늘어났다. 한편 2001년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9만2,000달러 이하를 버는 근로자들의 급여는 인플레이션의 효과를 조정하고 보면 매년 0.2 내지 0.7%씩 줄어 왔다. 그런데 현재의 소득세 규정에 의하면 1년에 37만3,000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에게는 그 액수가 수백만달러가 되든 수억 달러가 되든 상관 없이 35%로 세율이 고정되어 있다.
더욱 일반 미 국민들의 분노를 부추기는 것은 월 스트리트에서 일어나 전 세계의 경제를 수렁 속에 떨어트린 작태들이 금융 규제법들 하에서는 합법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오바마 대통령은 “더러운 비밀”이라고 부른다.
이제 두고 볼 일은 과연 오바마 대통령이 해일같이 덮쳐오는 국민들의 분노를 사그러뜨릴 수 있는 조처를 얼마나 신속히 취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그의 개혁들이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기다려 줄 것을 국민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가이다. 이 뿌리 깊은 국민의 분노를 무시할 경우 오바마 정권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김철회/ 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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