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s strike back.”- 불황이 날로 깊어간다. 관심은 온통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정책에 쏠리고 있다. 그 가운데 또 다른 ‘불황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 민주주의도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4~5년 전만 해도 신문의 헤드라인은 온갖 민주화 운동으로 장식되기에 바빴다. ‘황색혁명’에 ‘장미혁명’ 그리고 ‘시더혁명’ 등. 우크라이나, 그루지야, 레바논의 민주화를 말하는 것이다. 민주화는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여겨졌었다.
그 민주화 움직임이 시들해지면서 2008년은 급기야 ‘민주주의 불황의 해’로 불려졌다. 상황이 달갑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프리덤 하우스의 보고서도 그렇다. 3년째 자유는 위축됐고, 민주주의는 심각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나 단순히 독재자 수가 늘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세계의 사조(思潮)랄까, 그런 게 변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고, 근본적인 우려사항이라는 것이다.
세계의 민주화 비전이 크게 퇴색하면서 새로운 권위주의가 대두되고 있다. 과거 공산주의가 그랬던 것 같이 그 권위주의가 현대화의 한 대안인 양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권위주의 세력의 주축은 중국과 푸틴의 러시아다. 이 두 나라 모두 내셔널리즘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그러면서 지향하는 것이 국가자본주의다. 이 권위주의 체제가 서방의 자유민주주의세력에 사사건건 도발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 외곽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우고 차베스의 베네수엘라와 쿠바, 북한,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권위주의 체제들이다. 거기다가 중세적인 회교 율령에 의한 세계 통치를 꿈꾸는 이란 등 이슬람이스트 세력이 반(反)민주, 반서방의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역사의 종언’이라고 했던가. 역사는 서방 민주주의의 승리로 마감됐다는 후쿠야마의 주장은 허구가 아닐까, 아니 오히려 ‘민주주의의 종언’을 맞은 게 아닌가 하는 것이 그 질문이다.
자유 진보주의의 승리로 20세기 이데올로기 싸움은 끝났다는 이 후쿠야마의 선언이 나온 게 벌써 20년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상황은 그게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나오고 있는 민주주의 비관론이다.
그 비관론은 경제 불황을 맞아 더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기에 정치적 자유는 신장된 적이 없다’- 역사가 가르치고 있는 이 사실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의 벤저민 프리드먼은 정치적 자유는 경제적 번영기에 확산되고, 불황기에는 위축된다고 설파한다. 프리덤 하우스의 아치 퍼딩턴도 같은 의견이다. “풍요의 시기에 민주주의는 진전된다. 결핍의 시기에 민주주의는 약화된다.” 그의 지적으로, 대공황기인 1920년과 30년대에 민주주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번 불황이 장기화 되면 그러면 어떤 결과가 올까.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게 오바마 행정부의 해외정책이다.
미국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다. 민주화를 통한 세계화의 한 가운데 있어 왔다. 이런 미국의 새 대통령의 민주화 촉진정책은 어떤 모양새를 보일 것인지 새삼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스마트 파워’를 표방했다. 그러나 이는 원론 제시일 뿐 해외정책의 구체적 모습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일부 드러난 현 외교팀의 동선(動線)은 그 윤곽 추적을 어느 정도 가능케 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톱 외교관 힐러리 클린턴은 중국 방문에서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많은 인권그룹을 실망시킨 것이다.
이란 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오바마는 러시아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경우 폴란드와 체코에 세우려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그 비밀 제안이 거절됐다. 그리고 러시아 측에 의해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다.
어떤 결과를 가져 왔나. 도발해 오는 이란을, 또 러시아를 적절히 응징하지 못한 채 속내만 들킨 꼴이 됐다. 그리고 미국의 이해를 위해 동맹국을 팔아버리려 했다는 인상만 남겼다. 나토 동맹국인 폴란드, 체코와의 관계만 서먹해진 것이다.
‘말은 부드럽게, 그러나 커다란 몽둥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없이’- 지금까지 선보인 오바마 해외정책에 대해 영국의 한 언론이 내린 촌평이다. 지나치게 유화 일변도가 아닌지 그 우려를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좀 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느껴지는 감이 어딘가 좋지 않다. 경제는 나빠졌다가도 회복된다. 그러나 해외정책의 오류가 가져오는 후유증은 여간 큰 게 아니기에….
옥세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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