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스 슈라이버의 노력 결과
모두가 동등하고 조화 이뤄야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그 젊고 멋지던 케네디 대통령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케네디가 태어나 자란 생가가 있다. 나는 그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그 대단한 집안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 가족 중에는 대통령만큼이나 존경을 받는 여성도 있다.
케네디 대통령의 부모인 조와 로즈 케네디는 아홉이나 되는 자식을 키우면서 2등을 해도 안 되고, 꼭 일등을 하라고 교육했다. 그런데 그 가족에게 남에게 알리지 못할 큰 비밀이 있었다고 한다.
그 비밀은 다름 아닌 로즈메리라는 정신지체가 있는 케네디 대통령의 누이에 관한 것이었다.
그 로즈메리에게 유난히 애정을 가지고 그를 가족의 한 사람으로 세상에 당당히 알리자고 한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케네디의 또 다른 누이인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다.
유니스의 이 슈라이버라는 성은 유니스의 남편에게서 온 것인데, 그(유니스)는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부인인 마리아 슈라이버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유니스는 젊었을 때부터 사회 정의에 대해 관심이 많아 범행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위해 교도소에 가 살기도 했고, 그 청소년들이 출감하면 자기 집에 묵도록 하기까지 했으며, 전쟁에서 전사한 오빠인 조 주니어를 추모하기 위해 정신지체자 단체를 맡아 운영하기도 했다.
유니스는 존 F.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로즈메리를 세상에 알릴 것을 권하였다.
1962년 9월 유니스는 Saturday Evening Poster라는 잡지에 로즈메리의 이야기를 커버스토리로 실었다. 그 기사는 로즈메리뿐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되어 가혹한 대우를 받고 있는 모든 지적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것이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인 그 때만 해도 집안에 지적 장애아가 태어나면 큰 수치로 여겨 그 아이를 집단 수용소 같은 곳에 격리시켜 평생을 살게 하기도 했다.
유니스가 쓴 기사를 읽고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이 유니스에게 하소연을 하게 되었다. 자기 아이를 여름 캠프에 데리고 갔더니, 정신지체가 있어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유니스는 그 아이들을 자기 집 뜰에 와서 놀게 했는데, 그것이 바로 스페셜 올림픽이 탄생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 6년 뒤 1968년 시카고에서 스페셜 올림픽이 처음으로 열리게 되었다. 그 개회식에서 시카고 시장은 유니스에게 “지금부터 세상은 결코 지난날과 같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 말대로 스페셜 올림픽은 지적 장애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역사적인 계기가 되었다. 지금 스페셜 올림픽에는 미국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 180개국에서 250만 지적 장애인이 참가하게 되었고, 전 세계 장애자의 삶을 크게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스페셜 올림픽을 한국에서는 장애자 올림픽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스페셜 올림픽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번역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스페셜 올림픽의 그 진정한 의미를 나는 우리 큰 아이 진한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나도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스페셜 올림픽을 특별한 소수의 장애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페셜 올림픽을 위해 기부를 하라고 전화를 받으면, 장애인들을 올림픽에 내보내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회의를 가졌었다.
그런데 몇 년 전, 진한이의 학교에서 스페셜 올림픽 축구연습을 시작한다며 원하면 매주 학교 운동장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참가 대상은 뜻밖에도 축구에 재능이 있건 없건 장애가 있는 모든 학생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해서 지난 몇 해 동안 진한이는 스페셜 올림픽에 참가해 왔으며 축구뿐 아니라 달리기, 넓이뛰기, 농구,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장애자 올림픽에서는 모두가 우승자라는 슬로건을 따라 진한이도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의미를 두고 참가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수영을 시작하여 금메달을 따게 되었다. 개인 경기가 아니고 릴레이이긴 했지만 우리에게는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진한이는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학교에서 물리치료의 일환으로 수영을 배워 왔지만 수영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었다. 다행히 물을 무서워하지 않아 초보자용 풀에서나마 물놀이를 즐길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우리는 진한이가 떠서 가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만으로도 신기했다. 반은 뜨고 반은 걸어가고 “그런가 보다”라고 여겼었는데 기적같은 일이었다.
스페셜 올림픽은 스포츠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사람을 양성하여 국위를 선양하는 일반 올림픽과는 아주 다르다. 뛰어 놀 기회가 없는 장애아들에게 장애가 없는 아이들과 똑같이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장애인들은 스페셜 올림픽을 통해 스포츠를 할 기회 뿐 아니라, 자신이 무엇인가를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친구를 만나며, 서로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또 한 가지, 스페셜 올림픽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그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다. 스페셜 올림픽은 코치에서 진행 임원까지 거의 자원봉사자들에게 의해 운영된다. 자원봉사자들은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오지만 사실은 그 자신들이 많은 것을 받고 돌아가게 된다고 한다.
진한이가 스페셜 올림픽 농구를 할 때 코치를 하던 어느 키 크고 잘 생긴 아가씨는 고등학교에 농구를 할 때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늘 벤치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 아가씨는 매주 토요일 아침 약혼자와 같이 왔다. 스페셜 올림픽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젊은 아가씨도 있고, 손자까지 본 할아버지도 있고, 아장 아장 걷는 아기를 데리고 오는 젊은 부부도 있고, 장애가 있는 형제가 있는 대학생도 있다. 그리고 자원 봉사를 하게 된 이유 또한 다양할 것이다.
홍혜경 <프리스쿨 특수교육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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