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법안에 대한 의회의 호응을 받아내기 위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여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만약 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경제가 엄청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고 한 것을 두고 경제계에서 좋지 않은 반응들이 많다. 정말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들이다. 오바마 정부의 초기 정책입안과 집행에 대해서 자본시장에서의 반향은 지금까지 “아니올시다였다. 시장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어려운 경제에서의 리더십은 어떠해야하는가. 정부에서 경기부양책으로 해야 할 것과 지도자가 해야 할 것들이 있다.
케인즈의 경제이론을 추종하는 이들이 경기부양의 촉진제로 좋아하는 공공투자의 효과는 사실 지금까지 주요국들의 경제통계에서 확실히 증명된 게 하나도 없다. 도리어 가장 위험한 장기침체로 이어진 “잃어버린 10년을 야기한 일본의 공공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은 ‘아무데로도 가지 않는 다리’를 짓게 만든 쓸데없고 낭비성인 공공투자에서 보듯이 실패로 이른 반면교사가 되어버린 편이다. 후버대통령 시절 생긴 대공황에서 미국경제를 “탈출시킨 프랭클린 루즈벨트(FDR)의 뉴딜정책이 미국경제를 과연 구했느냐, 아니면 경기침체를 도리어 연장시켰느냐 에 대한 미국학계에서의 토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면 FDR의 공적이 과연 무엇이냐 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 중에서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 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어둡고 어려운 시절, 힘들어하는 미국민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었다. ‘벽난로 옆에서의 대화’로 유명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리고 경기부양정책을 들고 나오면 서, 국민에게 그는 믿을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로 자리매김을 했다.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그는 “두려워해야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밖에 없다라고 따스한 말씨로 안심을 시켰고, 국민들은 그의 말을 믿었다.
한국의 예를 보더라도, 취임1주년을 맞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들을 보면서 걱정이 되는 이유가 리더십에 대한 의문에 있다. 기업인출신으로 경제 하나는 확실히 챙기겠다는 약속으로 정권을 잡은 대통령이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 현실에 청와대를 지키고 있으면서 국민들에게 전혀 앞으로의 경제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으니 모든 게 불안한 것이다. 국제경제 환경이 주는 설명할 수 있는 어려움 이상으로 불안하게 올라가는 원화 환율도 그 근본적 불안감이 경제리더십에 대한 불안감 때문임은 물론이다.
필자는 한국과 미국의 경제불안에 대한 정부의 대응정책들을 보면서 이상하게 자꾸 FDR의 ‘벽난로’ 와 청와대의 ‘지하벙커’가 비교된다. 한 지도자는 어려운 국민들을 안심시키려 따스한 느낌을 주는 벽난로를 택하고, 딴 지도자는 비상상황을 자꾸 연상 시키려 지하벙커를 택했다. 너무나 대비가 되지 않는가.
옛날 한국에서는 무슨 비상시국이 있으면 어떤 이들이 광장에 나와 머리를 빡빡 깎는 일과성 연기들이 있었다. 물론 남이 자기의 결연한 의지를 보아달라는 의미였으리라. 어린 학생들은 성적이 떨어지면 눈썹을 밀어버리고 성적 올라갈 때까지 밖에 부끄러워 못나가게 자신을 어렵게 해놓고 결의를 다지는 귀여움도 있었다. 청와대의 지하 벙커도 그런 자기 성찰의 의미로 보여 진다. 그런데 어린학생들의 경우와 다르게 지하벙커를 만든 이들은 귀엽게 보아지지가 않는다. 아마 자기들이 어려운 게 아니라 거기서 일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불쌍해 보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언제 경제가 풀릴지 모르면서, 거기서 재임 중 못 나오게 되는 상황이 되면 국민자신들이 겪게 될 어려운 사정이 연상되어서일까.
지하벙커는 대통령 자신의 마음에 만드는 것이 현명한 방법 아닐까. 자기 자신의 불안감을 접고 자기 당 정파들 싸움에 휘말리지 말고 나라를 생각해서 큰마음으로 포용성 있는 지도자로 나선다면 출신지역, 교회, 학교, 당내계파 따지지 않게 지도자가 좀 커지지 않을까. 그런 다음에 국민들에게 더 따스하게 다가간다면 국민들이 지도자를 더 믿게 되질 않을까.
“내년 상반기 국민총생산이 몇 프로 내려갈 것이다라는 얘기는 대통령이 아니라 경제통계담당국장이 하는 것이다. 지도자는 그런 어려운 발표가 나올 때 두렵고 어려워할 국민들을 안심시킬 얘기를 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의 리더십이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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