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2월도 마지막 날이다. 2009년, 기축년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벌써 2개월이 지났다. 세월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가는 세월은 막을 자가 없다. 모든 사람들이 세월을 따라 또 가고 있다. 늙음이다. 늙어서 죽지 않는 자는 없다. 사람들은 노인이 되어 삶에서 사라지는가 하면 또 그 뒤를 잇는 사람들이 있다. 젊은 사람들이다.산에 올라가 보면 젊은 나무들이 있나 하면 노목들도 있다. 노목들은 더 늙으면 고목이 된다. 고목은 더 나이가 들면 나무들의 삶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쓰러져 있는 고목들은 살아있지 않
은 나무들이다. 이미 수십 년이 되어 버린 쓰러진 나무들은 흙이 되어 땅과 하나가 되는 것을 본다. 발로 툭툭 치면 흙처럼 흘러내리는 나무들의 모습에서 자연의 이치를 본다.
얼마 안 있으면 산에도 들에도 새파란 새싹들이 돋아 날 것이다. 새싹들은 죽어있는 듯 살아 있는 겨울나무 가지에서도 필 것이다. 생명의 움틈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미 입춘대길이 지나 음력으로는 봄이 왔다. 내일이면 양력으로도 춘 3월이 된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이하게 되는 인간들의 모습도 밝아야만 된다. 봄은 젊음의 계절이다. 젊은이들의 모습 속에선 봄과 같은 생동감을 엿볼 수 있다. 세상이 아무리 살기 힘들다 하더라도 젊은 사람들을 보면 희망이 보인다. 소망이 보인다. 미래가 보인다.
그들에게서만큼은 절망은 없다. 싱싱하다. 젊음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한 나라의 장래는 젊은이들에게 달려 있다”라고 했을 것이다.
자유와 기회가 보장돼 있는 나라, 미국에서의 젊은이들은 더욱 활기 차 보인다. 그들의 어깨에 미국의 장래가 걸려 있다. 삶이 힘들다고 생각될 때 힘차게 걸어가는 젊은이들의 발랄한 걸음걸이를 유심히 본다. 같이 젊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힘과 기를 얻을 것이다.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꿈틀거림에서 용기를 얻을 것이다. 젊음과 늙음은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그대로의 모습들이다. 젊음과 늙음이 조화되
어 이루어내는 삶의 아름다움은 하늘이 이 땅에 내려준 선물들이다. 젊음을 통해 인간은 미래를 찾아 나선다. 늙음을 통해 인간은 과거를 되돌아보며 회상에 젖어보기도 한다. 젊은이와 노인이 한데 어우러진 세상은 삶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 준다.
젊음과 늙음은 순환이다. 대 자연의 순환은 인간세계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이루어진다. 봄을 맞이하는 땅과 나무들과 그 나무들 속에서 자라나는 모든 새싹에서도 순환은 역력히 나타난다. 하늘의 기운에서도 나타난다. 따뜻한 봄바람 속에서도 느껴지는 것은 대 자연이 세상에 안겨주는 순환의 생명력이다. 젊음에게서 생동감과 기쁨과 즐거움을 본다. 늙음에서는 느긋함과 지혜를 본다. 젊음은 활화산처럼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에 있다. 늙음은 황혼과 같지만 황혼은 사라지는 것뿐이지 또 다시 오는 것이다. 젊음이 다시 황혼이 되어 나타나지는 것이다. 순환인 것이다. 늙음은 결코 죽음이 아니다. 그냥 사라지는 것일 뿐이다. 젊음이 그 뒤를 이어간다.
젊은 대통령이 이끌어가는 미국은 다시 젊음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의 주위에서 그를 보좌하고 있는 늙음의 노 정객들은 그에게 지혜를 부어줄 것이다. 조화다. 경제가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젊음과 늙음의 조화는 그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것이다. 미국은 젊은 나라다. 이제 겨우
500년도 되지 않은 나라다. 그 젊음이 미국을 다시 태어나게 할 것이다.
미국에서 자라나고 있는 우리들의 후세들에겐 핑크 빛 미래가 열려 있고 더 넓은 세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인과 미국인과 세계인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그들의 젊음은 발휘될 것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신념을 가지고 그들은 살아나갈 것이다. 아지랑이 아물거리는 봄날의 싱그러움이 우리의 젊은이들을 감싸 안을 것이다.
춘 3월이 내일인 날, 젊음을 생각해 본다. 늙음도 생각해 본다. 세월의 빠른 흐름도 되짚어 본다. 고목이 되어 다시 흙으로 돌아가 그 흙으로 다른 젊은 나무들의 밑거름이 되는 대 자연에 깃들어 있는 순환의 이치를 되새겨 본다. 생이 힘들다 생각될 때, 젊은이들의 빠른 발걸음과 그들의 발랄함에서 새로운 생명력과 용기를 얻어 봄도 괜찮을 것이다. 봄은 오고 다시 신록의 계절인 여름도 곧 올 것이다. 여름이 가면 단풍지는 가을이 올 것이고, 가을이 가면 눈 덮인 겨울이 올 것이다. 이렇듯 가고 오며, 오며 가는 것이 세상과 대 자연의 순리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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