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운동 당시 한국 기독교 대표 11명, 백악관에 호소문
3.1 운동 당시 한국의 교회 대표들이 미 대통령과 국무장관에 보내 일제의 만행을 고발한 호소문이 발굴됐다.
본보가 미 국립문서보관소에서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1919년 5월1일 손정도 목사 등 한국 기독교계 대표 11명은 ‘만국 예수 교우의(에)게’란 제목의 한글 편지를 작성한 후 번역해 우드로 윌슨 대통령과 로버트 랜싱 국무장관에게 보냈다.
“대한예수교도 50만 명의 대표인 우리는 만국 예수 교우의(에)게 삼가 글을 올립니다”란 문장으로 시작하는 호소문은 일제의 폭압적인 통치와 한국인들의 평화적 저항을 대비시키며 기독교도들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호소문은 “4천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한국은 불행히도 일본의 군국주의를 만나 병탐을 당해 선교의 자유가 박탈되고 1911년에는 105인의 인도자를 3년간 감옥에 보냈으며~ 민족 자결의 복음과 불평은 전국 일치로 독립을 주창하며 자유를 회복코자 할 때 한곳도 폭렬한 행동이 없고 평화적 반항을 계속할 뿐이거늘 무도한 일인은 악독한 살생과 구타를 일삼아 감옥이 빌 틈이 없도록 인민을 착취하며 심지어 어린 아이와 부녀까지 능욕과 악형을 당하였으며 회당과 학교를 불살라 버리는 등 그 잔학한 행동과 처참한 경황은 글에 다 기록할 수 없는 정도”라고 당시 참혹한 상황을 전하고 있다.
말미에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셔 구원하실 줄을 믿는 고로~ 여러분의 원조를 바라옵니다.”라며 기독교인들의 지원을 당부하면서 끝을 맺었다.
이 호소문은 ‘대한야소교회 대표자’란 단체명 아래 목사 안승원, 손정도, 장덕로, 김동조, 조상섭, 배형식, 이원익과 함께 장로 조보근, 김시혁, 김승만, 장붕 등 11인의 이름과 직인을 찍었다.
기독교 대표들의 호소문은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던 여운홍(여운형씨의 동생)씨가 타자로 친 자기 소개편지와 함께 영문으로 번역돼 그해 9월19일 국무부에 전달됐다. 그러나 윌슨 대통령의 백악관에 전달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An Appeal to the Christian World’란 제목의 영문 호소문은 당시 필라델피아에 거주하고 있던 서재필 박사가 번역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여운홍 씨의 영문 편지가 ‘대한민국 공보국(Bureau of Information For The Republic of Korea)’과 서 박사의 영어 이름인 ‘필립 제이슨 MD Direct)’ 명의가 적혀 있는 용지를 사용한 점이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계가 미국측에 보내는 호소문을 전달하는 특사 역할을 맡은 여운홍 씨의 편지는 “나는 각하(윌슨 대통령)에게 아래의 호소문을 동봉하게 된 걸 영광으로 생각 한다”면서 “한국의 기독교연맹이 세계만방의 모든 기독교도들에 보내는 메시지를~ 그들은 외부와 연락할 수단을 갖지 못하고 있어 나로 하여금 이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보냈다”고 적고 있다.
편지는 또 “만일 가능하다면 미국과 구라파의 예수를 믿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그들이 원하는 바는 정의와 자유뿐이므로 각하께서 동정과 함께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길 믿는다”고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여운홍은 이어 “나는 죽음 자체보다 어려운 상황에 빠진 기독교인들을 구해주길 간절히 원한다”고 적었다.
여운홍 씨가 미측에 호소문을 전달하는 한국 기독교계의 특사가 된 것은 1918년 오하이오주 우스터대학을 졸업한 그의 영어 실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국의 기독교 대표들이 연서해 미 대통령과 국무장관에 호소문을 보낸 것은 당시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 대표들은 1919년 당시 백악관과 국무장관에 호소문을 보내는 한편 신한청년당 대표 여운형이 파리에 파견될 때, 역시 손정도 목사 등 11인이 연서(連署)한 ‘한국시정진술서(韓國時情陳述書)’를 국제연맹 장로교만국연합총회 및 미주 각 교회에 보내어 일제의 만행을 폭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한국시정진술서’가 윌슨 대통령에 보낸 ‘만국 예수 교우의(에)게’란 호소문과 동일한 내용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종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