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 그린을 겹겹이 둘러싼 수많은 갤러리들의 우레와 같은 환호 가운데 코스를 나선 최경주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우승에 도전한 것에 만족한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은 일문일답.
-라운드 소감은.
▲작년보다 좋아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점수 생각을 하지 않고 쳤다. 그린이 말라 딱딱해지면서 브레이크를 읽기가 힘들었지만 후반이 되면서 샷감이 편해졌고 잘 마무리해 기쁘다. 매년 향상되는 것을 느끼며 리비에라코스가 점차 내 것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3위면 아주 만족한 성적으로 생각한다.
-첫 홀에서 미켈슨이 이글이 잡으면서 차이가 7타가 됐는데 마지막엔 동점을 이룰 퍼팅 찬스를 만들었나. 그럴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나.
▲전혀 생각 못했다. 그냥 오늘 게임은 하나님이 주관하신다고 생각하고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결국 3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했는데 올해도 오늘처럼 잘 될 것 같다.
-마지막 홀에서 버디퍼팅이 공동선두를 위한 것이란 걸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다. 앤디(캐디)가 이야기해 줬다.
-버디펏 상황은.
▲훅 라이였다. 과연 어느 정도 훅이 먹을 지는 쳐보기 전엔 알 수 없었다. 강하게 친다고 쳤는데 결과적으로 좀 더 많이 봤어야 했다. 그런 것들은 다 경험이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한인팬들이 굉장히 많이 찾아와 응원했는데.
▲지금까지 내가 PGA투어에서 뛴 이후 오늘 단연 가장 많은 한인팬들이 오셨다. 그분들의성원의 힘이 정말 컸고 그 힘이 모아져 이만큼 한 것이다. 굉장히 자랑스러웠다.
-꼭 LA대회 우승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로 인한 부담은 없나.
▲부담은 없다. 하지만 꼭 한 번 여기서 이기고 싶다. 올해만큼 한 것은 다음에 우승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지난 2002년 소니오픈에서 7위를 한 뒤 “올해는 뭔가 잘 되겠다”고 느꼈는데 그 해 2승을 했다. 선수로서 그런 느낌을 들 게 해준 한 주 였다.
-이번 대회에서 그런 느낌을 느낀 것인가.
▲그렇다. 아이언샷과 숏게임이 모두 좋았고 무엇보다도 분위기를 잘 이끌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사실 항상 잘 한다면 뭐가 재미있겠나. 뭔가 아쉬운 점도 있고 도전할 점, 준비할 점도 있어야 한다. 많은 숙제를 안고 가지만 잘 될 것 같다.
<김동우 기자>
최경주가 6번홀 그린에서 라이를 살펴보고 있다.
노던 트러스트오픈 4라운드 상보
최경주는 3라운드에서 버디만 4개를 골라내 4언더파 67타의 호타를 휘둘렀으나 같은 날 신들린 9언더파 62타의 맹위를 떨친 미켈슨에 눌려 5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갔다. 2위 로메로에 4타, 최경주 등 4명에 5타차 리드를 안고 4라운드를 시작한 미켈슨은 첫 홀에서 이글을 잡아내며 독주할 듯 했지만 이후 바로 다음 두 홀에서 연속보기를 범한 뒤 7, 12, 14번홀에서 잇달아 보기를 보태는 등 14번홀까지 버디없이 보기만 5개를 저질러 승부가 끝난 줄 알았던 추격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하지만 최경주는 라운드 초반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파3 4번홀에서 11피트 내리막 퍼팅을 놓쳐 보기를 범한 뒤 11번홀까지 파 행진을 계속하던 최경주는 12번홀에서 마침내 세컨샷을 4피트 옆에 붙여 버디를 잡은 뒤 바로 다음 홀에서 6피트 버디펏을 홀컵에 떨궈 마침내 추격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어 14번홀(파3)에서 9피트 버디펏을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17번홀(파5)에서 6피트 버디펏을 잡아내 선두 스트릭커에 2타차로 육박했고 스트릭커가 마지막 18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마침내 마지막 홀 버디로 그와 타이를 만들 찬스를 잡게 됐다. 최경주의 마지막 티샷은 페어웨이 한복판에 내려앉았고 이어 어프로치샷은 그린 앞쪽에 떨어진 뒤 굴러 핀 9피트 5인치 옆에 멈춰 섰다. 기적의 역전드라마 가능성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끝내 드라마는 없었다. 그의 버디펏은 홀컵을 스쳐지나갔다. 설사 그 퍼팅이 들어갔어도 잠시 후 미켈슨이 17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15언더파로 내려갔기에 결과적으로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해도 최경주의 추격전은 한인팬 들에겐 정말 숨막히는 스릴을 안겨준 한 편의 드라마로 부족함이 없었다.
한편 첫 홀 이글 후 보기만 5개를 범하며 휘청대던 미켈슨은 3홀을 남기고 2타 뒤진 마지막 순간 정신을 차렸다. 파3 16번홀에서 티샷을 홀컵 3피트 옆에 붙여 버디를 잡고 스트릭커에 1타차로 따라붙은 앞선 스트릭커가 18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다시 공동선두로 복귀한 뒤 17번홀(파5)에서 이날 최고의 드라이브샷을 터뜨리며 투온에 성공, 70피트 거리에서 투퍼팅으로 버디를 잡고 선두에 복귀했고 마지막 18번홀에서 5피트짜리 파 퍼팅을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지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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