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서울의 중심부에 개장하는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을 함께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우리 민족사에는 수많은 위인들이 있지만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야말로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고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위대한 인물이므로 이 결정은 참으로 잘 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세종대왕의 업적은 오늘날 우리에게 너무나 큰 유산으로 남아있다.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이 그 중 하나이다. 우리 민족이 중국의 글자인 한문을 쓰다가 처음으로 우리글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세종대왕의 덕분이다. 또 지금 한반도의 경계인 압록강과 두만강의 국경이 세종 때 확정됐다. 고구려와 발해가 멸망한 이후 이때 우리 민족이 가장 넓은 국토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세종 때는 자연재해가 심해 농사에 흉작이 심했는데 세종은 경회루 옆에 초막을 짓고 2년간 기거하면서 또 궁궐 안에 경작지를 만들어 농사를 직접 지으면서 영농을 연구하고 각종 과학기구를 만들어 영농방법을 개선하였다.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민생에 힘쓴 결과 생산성이 증가하여 국고 비축미가 500만석으로 150년 후인 선조 때의 50만석에 비하면 10배나 되었다.
어느 누구보다도 학문과 예술의 진흥에도 심혈을 기울였던 세종의 모든 시책은 백성을 위한 마음에서 출발했다. 한글창제가 그랬고 농토 확장이 그랬다. 세종은 관리의 부정부패와 백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세제도를 개편했는데 이 제도를 시범실시하면서 백성의 여론을 반영하느라고 17년에 걸쳐 확정하였다. 이처럼 군주가 백성을 위하여 하는 일에 백성의 뜻을 반영하기위해 노력한 예는 15세기초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또 이순신 장군은 어떤 위인인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모든 사람이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홀로 군사를 훈련하고 군비를 준비했다. 수군을 폐지하려는 군왕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간청하여 수군을 지켰고 모함을 받아 온갖 고문과 백의종군을 겪었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이순신 장군은 23전23승의 전공만으로도 세계 전쟁사에서 위대한 명장으로 기록된다. 100년간에 걸친 전국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일본천하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과 명나라를 정벌하여 수도를 북경으로 옮기려던 계획이 이순신의 승전으로 좌절됐다. 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후 명나라와 일본과의 강화조약에서 조선 8도중 4도를 일본이 차지하려고 했으니 이순신 장군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한국이 있었겠는가.
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명장은 역사상 많이 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른 영국의 드레이크, 나폴레옹의 프랑스 해군을 격파한 넬슨제독도 명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명장은 국가에서 병력과 병참을 전폭적으로 지원받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이런 지원이라곤 받아 보지도 못했고 오히려 군왕의 몰이해와 질시견제속에서 군사를 모병하여 훈련을 시키고 나무를 베어 배를 만들고 농사를 지어 군량을 조달하면서 전쟁을 하였고 피난민까지 수용 보호하였다. 그러면서도 싸울 때마다 수십배의 적을 이겼으니 명장 중의 명장인 것이다.
러일전쟁에서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괴멸시켜 근대 일본해군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도고 헤이하치로는 바로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대첩에서 썼던 학익진법을 원용하여 러시아 함대를 무찔렀는데 그는 “이순신은 나의 스승”이라고 공개 고백했다. 그리하여 일제시대에 일본해군은 해마다 한산도의 제승당에서 이순신 장군의 진혼제를 지냈다. 역사왜곡으로 악명높은 일본 교과서는 이순신 장군의 초상과 함께 “조선침략은 이순신에 의해 실패로 끝났고 마침내 정권의 붕괴로 이어졌다”고 기술하고 있다. 일부 극우 일본인들은 이 교과서 내용을 삭제하는 운동을 펴고 있다. 우리 민족사에 뛰어난 영웅인 이순신 장군은 이렇게 적국에서조차 존경을 받는 성웅이다.
이제 이 위대한 두 인물의 동상이 서울 도심에 나란히 서게 되었다. 이 동상은 서울 뿐아니라 곳곳에 세워져야 하고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세워져야 한다. 남북분단상태에서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이 시대에, 잔머리나 굴리고 패거리나 일삼는 사람들이 지도자를 자처하는 이 시대에 조국과 국민을 위해 희생하는 아름다운 영혼과 뜨거운 가슴을 가진 위인이 너무도 그립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시대의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
이기영
뉴욕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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