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한 주째를 맞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 많은 아시아 관측통들이 보이고 있는 반응이다.
취임사부터가 그렇다. 결의와 다짐으로 가득 찼다. 특히 강조된 것은 희생을 감수 할 수 있는 책임감이었다. 비장한 각오가 곳곳에 묻어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당선자 시절에도, 또 백악관에서 공식 집무를 시작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80년래 최악의 경제위기, 끝나지 않은 두 개의 전쟁 등에 비교하면 아시아 지역은 잔잔한 호수 같이 비쳐질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아시아가 이 같이 그 운선순위에서 밀려도 되는 것일까. 많은 관측통들은 바로 이 점에 우려하고 있다.
“수면은 잔잔하다. 그러나 그 밑으로는 방향을 점치기 힘든 거센 조류가 용솟음치고 있다.”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의 지적이다. 그 거센 급류가 수면으로 치솟는 날이면 현재 미국이 맞고 있는 도전, 예컨대 이라크 전쟁, 가자 사태 등은 난장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불황은 미국 세기가 끝나고 미국은 쇠망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표시다. 여기저기서 나온 진단이다. 그리고 그 대안 세력으로 지목되는 게 중국이다.
불황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그러나 다른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세계적 불황의 최대 희생자는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이른바 ‘이머징 마켓’으로, 이번 불황은 역으로 미국의 파워를 소생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지난 300여 년 동안 숱한 부침을 겪어 왔다. 위기를 맞을 때 마다 그러나 쓰러진 것은 자본주의 종주국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덜 성숙한 체제들이다. 이번 세계적인 경기불황도 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
월터 러셀 미드의 주장으로, 국가자본주의 체제인 중국과 러시아, 중동 산유국, 또 많은 아시아지역 국가들이 경제 불황의 피해가 더 격심한 데 주목했다. 그러면서 그가 특히 우려하고 있는 것은 중국 경제의 ‘크래시’ 가능성이다. 그 파장이 보통 큰 게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11월 이후 사실상 성장을 멈추었다. 실제 실업률은 20%선에 이르고 있고, 1조 달러에 가까운 악성대부를 안고 있는 중국의 은행들은 내파상황을 맞고 있다. 거기다가 주식시장 붕괴로 중산층은 재산을 거의 다 날리다 시피 했다.
문제는 뒤따르는 사회, 정치적 혼란이다. 경제 불안이 전국적 소요사태로 이어지면서 집권 공산당의 정통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어딘가 그 조짐이 썩 안 좋아 보인다. 그래서 2009년이나, 2010년은 공산당 집권을 끝내는 해가 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중국 경제의 신화는 계속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니콜러스 에버스타트의 지적이다. 중국에 대한 장밋빛 일색의 전망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중국은 인구에서, 원자재 부족, 극심한 환경오염, 또 부정부패에 이르기까지 산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경제가 팽팽 돌아갈 때는 그냥 넘어갔다.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 모든 문제들이 일제히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부패하고 부서지기 쉬운 체제다. 그 권위주의 체제가 천안문 사태 이후 최대의 정치적 시련에 과연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면서 ‘실패한 중국’에 대한 정책도 워싱턴은 마련 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인도의 장래도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빈곤과 기아가 일상의 정치적 문제인 나라가 인도다. 거기다가 경제 불황이 덮쳤다. 시장경제주의 비관론이 팽배한 가운데 극단의 종교집단이 날뛰고 있다. 60년 역사의 인도 민주주의가 큰 시련에 봉착한 것이다.
또 하나 상황을 불안케 하는 요소는 북한의 장래다. 변화와 개방을 한사코 거부해왔다. 그러면서 핵 개발을 해왔다. 그 김일성-정일 수령절대주의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그 체제가 무너지는 날 아시아지역의 안보지형에는 어떤 변화가 발생할 것인가.
온갖 악몽의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수백만 난민 발생에서, 핵무기 유출, 그리고 무력집단 간의 충돌에 이르기까지. 문제는 아무도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많은 관측통들이 특히 불안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것은 아시아지역에서 팽배하고 있는 민족주의다. 경제적 어려움은 희생양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이는 외국인혐오증세로 이어지면서 민족주의와 민족주의의 대립이라는 악순환을 불러 올 수도 있어서다.
중국, 한국, 일본 등지의 인터넷은 그렇지 않아도 병든 쇼비니즘의 낙서
로 도배질 되다시피 했다. 사이버 공간에 넘쳐나는 그 민족주의가 현실의 공간에서 부딪힐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들은 우려의 눈길로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에 대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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