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사회 건강교회 만들기 포럼’ 지상 중계
미주한인교회는 현재 어디에 서있는가? 위기는 아닌가? 한국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가 지난 해 불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충격적인 결과는 미주 한인교계에도 경종이 되고 있다. 신뢰도 18%의 응답은 교회가 그 목적과 사회적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는 일반인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미주에서 같은 조사를 벌였어도 차이가 별로 없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게다가 이민사회라는 특수성을 더하면 더욱 추한 모습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워싱턴 기윤실과 워싱턴교회협, 라디오 ‘기쁜소리방송’, 본사가 공동으로 19일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서 마련한 ‘건강교회 포럼’은 교회가 뼈아픈 반성과 개혁을 위한 몸부림을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코너에 몰려있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예정됐던 패널리스트 한 명이 참석을 못해 김영봉 목사(와싱톤한인교회) 혼자 고군분투(?)해야 했지만 김 목사의 치밀한 준비와 참석자들의 깊은 관심은 장내를 시종 뜨겁게 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완벽한 해답도 지금은 기대할 단계가 아니나 문제를 문제로 인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희망을 던져준 이번 포럼에서 발표된 내용을 요약해 옮긴다. <이병한 기자>
기윤실·기쁜소리방송·교회협·한국일보 공동주최
▲ 위기적 상황
기윤실 보고서를 보면 한국교회에 대한 인식이 참혹할 만큼 부정적이다. 미국 ‘Fermi’ 연구소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미국교회도 별로 다르지 않다. 이민교회는 이같은 일반적인 문제에다 이민사회라는 특수 상황이 더해져 더 복잡하다. 한인교회 문제점이 뭔가는 정숙희 한국일보 기자가 쓴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에 잘 정리돼 있다. 목회자의 자질, 지나친 헌금 강요, 성전 건축으로 인한 잡음, 교회의 대형화, 초대형, 초호화 예배당 건축, 교회의 내부 분쟁과 이로 인한 송사와 피해, 교인 쟁탈, 교회의 상업화, 교회 난립, 목회자의 전권과 전횡, 은퇴 목회자의 대우에 대한 갈등, 부실한 신학교 난립, 교회의 금권주의, 불투명한 재정운영, 교회의 영주권 매매, 미국사회로부터의 고립 등이다. 이밖에도 Fermi 조사는 정죄적(judgmental), 위선적(hypocri
tical), 시대에 뒤쳐진(old fashione
d) 면을 지적했다. 한국 기독교인이 이기적이며 위선적이라는 인식도 많다.
문제는 교회가 자율적으로 통제하고 개혁해 나갈 수 있는 제도나 권위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교회가 한 번도 ‘절대선’이었던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단지 어떻게 개선해 나가느냐의 문제요 거룩성이 득세하느냐, 타락성이 득세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또 한편으로 교회가 언론과 사회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치부가 공개된다는 것은 조금씩 열려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 개혁의 출발
역시 목회자와 평신도가 먼저 건강해야 한다. 성공보다 바르게 살고 목회하는 목회자가 필요하다. 맹목적인 헌신자나 무책임한 비판자가 아니라 ‘헌신하면서도 깨어있는’ 평신도가 많아져야 한다. 그러면 교회는 건강해지는 길로 들어선다.
건강한 목회자를 좀더 설명하면 우선 목회자가 교회와의 관계 설정에 앞서 하나님 앞에 나는 누구인가 물어야 한다. ‘용서받은 죄인’으로서 거룩함에 이르기 위해 힘쓰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재철 목사는 ‘회복의 목회’에서 목회자를 ‘구도자’로 표현했다. 즉 완제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목회를 ‘서로 보살펴 동행들이 함께 구원의 길에서 진보하도록 돕는 일’로 이해했으면 좋겠다. 밀도 있는 영성, 신앙 인격, 건전한 신학, 바른 가치관 등이 목회자에게 필요하다.
▲ 개혁의 동력-평신도
교회 문제의 80%가 제도와 목회자에게 책임이 있다면 평신도도 20%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향력은 그 비중을 훨씬 넘는다고 믿는다. 헌신적이면서도 깨어있는 평신도들이 연합하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나쁜 그리스도인(unchristian
s)’이라는 책에 보면 신자를 ‘언더 크리스천‘ ‘오버 크리스천‘ ‘져스트 크리스천‘으로 나누는데 언더 크리스천은 교회 경력은 많으나 삶의 변화는 없고, 헌신은 회피하면서 직함은 추구하며 비판은 강력하나 건설적인 대안은 없는 사람이다. 자주 교회를 옮겨 다니고 여차하면 교회를 떠난다. 자신이 너무 수준이 높아서 교회에 적응을 못하고 어느 목사의 설교도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신자는 이민교회의 특성상 문턱이 낮기 때문에 생겨난다. 그리스도인이 되지 못한 교인이기 때문인 것이다. 교회는 양육보다 교인으로 잡아두는데 더 관심이 있다. 금전적 혹은 신분적 영향력을 교회가 무시하지 못하고 이민자들이 사회에서 겪는 무력감을 교회에서 권력으로 상쇄하고 싶어하는 것도 언더 크리스천들이 생겨나는 이유다.
반면에 ‘오버 크리스천’은 죽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지만 역시 삶의 변화가 없는 사람이다. 세상과 교회를 이분법적으로 보고 교회 안과 밖의 행동이 판이하다. 믿지 않는 사람과 소통할 수 없고 목회자에게 아무런 비판력이 없이 절대 복종한다. 한국의 모 방송이 어느 대형 교회 목사를 부정적으로 방송했을 때 그 교회 성도가 “나는 무조건 목사를 믿는다”고 말한 대목이 생각난다. 이들 역시 교회가 교인 만들기에 집착하고 사회적 성취감을 교회 안에서 맛보려는 성향 때문에 생겨난다.
‘져스트 크리스천’은 균형이 잡혀 있다. 개체 교회에 헌신하나 하나님 나라에 초점을 맞춘다. 스스로 영적 훈련을 하기 때문에 자질부족의 목회자가 설자리를 찾지 못한다. 자신의 직업을 성직처럼 여긴다.
▲ 건강한 교회의 기초
목회를 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가지가 바로 돼야 한다고 본다. 목회의 방향과, 제도와 조직, 그리고 수단이다. 목회자는 이 부분들을 평신도와 함께 고민하며 부단히 고쳐 나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총체적 위기 상황에 직면한 한인교회의 가장 유효한 처방은 ‘본질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이 모두 각성, 회개, 성숙해 나갈 때 느릴지는 몰라도 반드시 교회는 건강해진다. 제도난 조직은 희망의 근거가 아니다.
이날 참석자들은 김 목사의 주제 발표후 교회와 정치의 관계, 교회의 사명과 구원 등 다양한 질의 응답 시간을 가지며 교회의 나갈 방향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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