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역사적인 취임식을 갖는다. 지난해 선거운동 기간 내내 “우리는 변화를 필요로 한다”(We Need Change)고 외치던 미국민들에게 “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로 화답한 결과이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박사가 “언젠가 우리 모두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다는 진리를 옹호하고 내 후손들이 피부 색깔이 아니고 개인의 인격으로 판정을 받는 날이 올 것이라는 꿈을 갖고 있다”는 명연설을 한 1963년 이후 46년만에 흑인의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의 가장 큰 이유는 공화당 정권의 이라크 정책과 경제실책이 경제위기를 야기했다고 유권자들이 믿은 것이었다. 그 결과 인구가 가장 많은 백인표의 43%나 얻을 수 있었고 소수민족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백인들이 여론조사에서는 흑인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하고도 투표 때는 흑인 후보를 찍지 않는다는 브래들리 효과를 무너뜨렸다. 미국인들의 인종관이 많이 개선되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오마바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미주 한인들은 최소한 두 가지를 배울 수 있다고 본다. 첫 째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들은 자신이 원하고 노력하면 미국 대통령을 포함하여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 둘째는 대부분 한인들이 백인을 높이 보는 한편 딴 소수민족을 멸시하는데 이런 인종차별적 편견을 불식하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오마바는 케냐에서 온 유학생과 백인 여성 사이에서 1961년에 태어난 이민 2세이다. 부모가 오바마가 두 살 때 이혼하였고 인도네시아 사람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6세부터 10세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학교를 다녔다. 10살 때 다시 하와이로 돌아와 외조부모 밑에서 자라며 고등학교를 마쳤다. 어머니는 오바마가 34세 때인 1995년에 암으로 사망하였다.
오바마는 컬럼비아 대학 졸업 후 시카고로 이주하여 교회에서 후원하는 지역사회 봉사단체에서 일을 하다가 1988년 하버드 법대에 입학하여 1991년 우등생으로 졸업하였다. 법대 졸업 후 다시 시카고로 돌아가 인권변호사로 일을 하며 시카고 대학에서 헌법학을 가르쳤고,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일리노이 주상원의원을 지낸 후 2005년부터 2008년 대통령으로 당선되기까지 연방 상원의원으로 일했다.
오바마는 고등학교 시절 마리화나, 코케인, 술에 손을 댄 적이 있다고 고백했었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양부모가 없는 소위 결손가정에서 자란 혼혈 흑인이 젊은 시절의 방황과 역경을 이기고 정신 차려 일류대학을 나왔고, 졸업 후 사회봉사와 인권변호사로 일하며 대학교수를 하였고, 정치에 뛰어들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삶의 여정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특히 소수민족 젊은이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 소수민족은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많이 올려도 최고 자리는 바라만 볼 수 있지 실제로 올라갈 수 없다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을 그가 깼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은 단일민족이기 때문에 더 우수하다는 잘못된 교육 때문인지 타민족에 대한 배타심이 강하다. 미주 한인들 중에는 백인은 우수하다고 우러러 보는 반면 흑인이나 히스패닉은 멸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식당, 건설현장, 공장에서 막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백인이 아니고 소수계 노동자들이라 소수계 사람들은 모두 교육도 못 받았고 자존심도 없는 무식한 사람들로 단정하여 반말과 심지어 욕설도 마구하며 함부로 대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미주 한인사회도 변해야 하겠다. 우선 우리도 무엇이건 마음먹고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다는 ‘담대한 희망’을 가져야 하겠다. 그래서 한인들의 미 정계지출에 큰 자극제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사람은 피부 색깔이 아니라 개인의 인격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인류평등의 원칙을 되새겨야 하겠다. 흑인이나 히스패닉을 낮게 보지 말고 동등한 이웃으로 함께 잘 살아가는 화합과 협력의 사회를 이루는데 한인들이 앞장서고 크게 기여했으면 한다.
이청광
퍼시픽 스테이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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