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인 2008년 워싱턴 한인사회는 전례 없는 불황으로 움츠러들었으며 그 와중에도 비약을 위한 용틀임을 친 한해였다.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이어 정초부터 터져 나온 월스트릿 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한인사회는 몸살을 앓았다. 한때는 갤런당 4달러대까지 치솟은 유가에 조바심을 치기도 했다. 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워싱턴을 비롯한 전 미주 한인들의 공분을 일으켜 조직적인 대응에 나서게 했다. 올해 워싱턴 한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사건들을 10대 뉴스로 선정, 정리한다. <편집자 주>
1. 실물경제가 추락하며 암울함이 뒤덮은 한해였다. 월스트릿발 금융위기는 전 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패닉상태에 빠뜨렸다. 정부는 긴급 구제 금융안을 내놓고 ‘제로금리’라는 사상초유의 정책을 내놓았지만 향후 경기회복 전망은 미지수다. 한인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같은 금융위기는 올 중반부터 한인 실물경기로 본격 옮겨 붙으면서 한인경제 전반을 급속히 얼어붙게 만들었다. 한인 가계들은 불요불급한 데 외에는 지출을 줄였으며 한인 업소들은 자금줄 경색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사상 최악의 불황 터널을 경험하고 있다.
2.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에 이어 날개 없이 추락했다. 한인 부동산 시장은 올 들어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의 직격탄을 맞으며 ‘주택값 폭락’, ‘매기 실종’이라는 치명상을 입었다. 모기지 페이먼트를 제 때 내지 못한 한인 소유 주택들의 차압이 잇따랐다.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들의 상당수는 직장을 잃었으며 마땅한 전직업체를 찾지 못해 ‘놀고 있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인 건설업계도 폐업 도미노 현상이 발생했다. 이 와중에 밴티지 콘도와 파크 크레스트 콘도를 구입했던 한인들 수십 명이 건설회사를 상대로 계약금 반환 소송을 벌이는 사태도 발생했다. 또 증시 폭락으로 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욱 커졌다.
3.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터져 나온 미 쇠고기 안정성 파동은 워싱턴의 한인사회에도 요동쳤다. 지난 4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는 조건의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면서 시민단체와 야당은 ‘졸속 협상’이라고 반발했다. 전국적으로 100일 이상 촛불집회가 이어지며 국정은 혼란으로 치달았다. 이 와중에 한인사회의 의견도 둘로 갈렸다. 한인연합회를 비롯한 4개 주요 한인회장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쇠고기 문제가 자칫 한미관계를 손상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일부 동포들과 유학생들은 반대로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백악관 앞에서 열어 맞불을 놓았다. 이번 파동은 한편으론 한인들에 무심코 먹어온 쇠고기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4. 일본 정부의 교과서 독도 영유권 명기는 한국민은 물론 워싱턴 한인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워싱턴 지역 4개 한인회는 7월 독도수호특별위원회(위원장 최정범)를 발족시켜 범 동포적인 독도 수호 캠페인을 전개했다.
동포사회는 미 의회도서관의 독도 표기 변경 움직임을 막아내는 성과를 올린 데 이어 미 지명위원회(BGN)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표기 변경하자 이를 번복하는 데도 앞장섰다. 독도 특위는 1차적 대응에 그치지 않고 미국 사회를 움직이려는 목표 아래 내년에는 국제적 연대와 1.5세 및 2세들에 대한 독도 교육 강화, 학술적 토대 마련 등의 청사진을 마련해 실질적이고 광범위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번 독도 캠페인은 미국 여론을 움직이는 힘이 결국 재미동포들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5. 올해 초부터 원 달러 환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미국 발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원 달러 환율은 급기야는 한때 1500원대로 급상승, 한인 사회에서는 희비가 교차됐다.
한국을 상대로 한 수입업자들은 기대감을 나타낸 반면 유학생들과 특히 기러기 가족들은 큰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달러 값이 치솟으며 한국으로의 송금 및 투자에 대한 관심도 고조됐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등에서는 한국 투자 재테크 세미나도 개최, 많은 한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6. 지난 11월 제 44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이 압승,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탄생했다. ‘변화와 희망’을 기치로 내건 오바마의 승리는 백인들의 나라로만 여겨졌던 미국 땅에서 한인들이 더 이상 소수가 아닌 주류의 위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대선전에서는 한인들의 참여 열기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유권자 등록운동이 활발해진 가운데 오바마와 매케인 캠프의 한인 지지자들은 각 캠프에서 전화 걸기 등의 캠페인을 전개했다. 또 양 후보 측의 한인들을 초청한 토론회도 개최되는 등 미 주류사회 정치참여가 본격화되는 모습이었다.
7. 지난 11월17일을 기해 한국인의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이 전면 시행됐다. 비자 없이 90일간 방문, 상용 등의 목적으로 미국을 여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의 경기침체와 고환율 등으로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항공, 여행업계에서는 달러 환율이 내려가고 전자여권 보급이 보편화되며 한국인들이 현재 소지한 비자가 만료되면 무비자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8.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도착 첫날인 16일 동포 리셉션을 갖고 한때 이웃사촌이었던 한인들을 격려했다. 리셉션에는 400여명이 참석, 이 대통령을 반겼다. 이 대통령은 19일에는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9. 지난여름 한인타운 애난데일은 당국의 대규모 범죄 소탕작전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FBI, 알콜-담배-총기 단속국(ATF) 등 합동수사당국은 7월16일 도박장, 기원, 봉제공장, 식당, 노래방, 가정집 등을 급습해 모두 50여명을 체포했다.
당국은 이중 총 4백만 달러어치의 담배를 밀거래한 것으로 드러난 조정호씨 등 15명을 기소했다. 이들 중에는 신분도용, 돈세탁 공모, 여권사기, 사회보장번호 사기 등의 혐의가 적용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한인사회에 범죄에 대한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10. 11월23일 실시된 워싱턴한인연합회장 선거에서 김영천(사진) 후보가 당선됐다. 총 3천446명이 투표한 이번 선거에서 홍일송 후보를 더블 스코어 차로 누르고 첫 여성회장이 된 것이다.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인연합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의문점을 던져준 선거이기도 했다. 또 김인억 회장의 대수 문제, 과다 선거 등록금 문제 등을 놓고 선거 직전부터 논란이 야기된 가운데 치러졌다. 고대현 후보는 등록을 취소하면서 등록금 반환 문제도 불거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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