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힘든 시절이지만 은퇴 노인들만큼 난감할까. 홈 에퀴티가 은퇴 자금을 지원해줄 금고 노릇을 할 것으로 믿어왔는데 집값 떨어져 에퀴티가 왕창 날아가 버렸으니 저축해 둔 것 없는 노인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은퇴는 했지만 먹고 살아갈 일을 생각하면 전혀 여유롭지가 못하다. 주택 가치 하락에 경제난까지 겹쳐 은퇴 노인들의 삶이 과거 어느 세대보다 어렵게 변했다. 모기지 융자회사인 골든 게이트웨이 파이낸셜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주택 가치 폭락으로 많은 노인들은 은퇴할 처지가 못돼 노구를 끌고 일터로 복귀하거나 은퇴를 연기하고 있고, 대책 없이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생활비로 쓰고 있다.
주택 가치 하락으로 노인들 “은퇴도 못해”
에퀴티 잘려나가고 팔려고 해도 팔지도 못해
생활비 마련 위해 은퇴 연기 또는 ‘다시 일터로’
65세 이상 노인 주택 소유주 800명을 인터뷰한 이 조사에서 노인 31%는 주택 가치 하락으로 은퇴 자금이 크게 줄어들어 은퇴하지 못하고 계속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22%는 은퇴한 상태지만 돈이 없어 다시 일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집값 폭락으로 달콤한 은퇴는 남의 일이 돼 버렸다.
은퇴 노인들은 주택 가치 하락으로 인한 재정적 곤란을 만회하기 위해 백방으로 해결방안을 찾지만 집값 폭락은 자신들의 여생에는 치유하기 힘든 상처가 될 것이다. 은퇴자들은 다시 일을 찾아 나서지만 경제난까지 겹쳐 성공적인 복귀는 힘들다. 고용은 1974년 이후 최악의 상태로 침체돼 수많은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있는 차제에 지식과 기술이 뒤처진 은퇴 노인들이 취업할 곳은 하늘의 별따기다.
이 조사에서 대부분의 노인들은 대다수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노후 재정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61%가 노후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주택시장이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데 대해 심히 불안해하고 있었다. 많은 경우 은퇴 이후의 주된 자금원으로 홈 에퀴티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에퀴티가 30% 이상 사라져 버렸으니 다시 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
노인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투자 손실을 만회할 시간이 없다는 것. 젊은이들이야 언제가 될지 몰라서 그렇지, 언젠가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만 노인들이야 그렇지 못하니 절박하다.
이런 사정이니 일터로 복귀하는 노인 수는 실제로 급증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대부분 다른 연령층 고용은 줄고 있는데 반해 65세 이상 노인 고용은 크게 늘었다. 11월 현재 65세 이상 노동인구는 615만명. 2000년에 비해 46%나 비약적으로 늘었는데 매년 6%씩 성큼성큼 증가했다. 전체 고용은 지난 12개월간 1.7% 감소한 것과 아주 대조적이다.
많은 노인들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유형자산, 대부분의 경우 집을 처분하거나 담보 대출을 받고 있었다. 은퇴 노인들의 80%는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 중 80%는 모기지 페이먼트를 완납한 상태다. 응답 노인의 12%는 집을 담보로 에퀴티 론을 얻어 생활비로 쓰고 있었는데 수입이 없는 노인에게 이런 형태의 대출은 아주 위험하다. 융자를 갚지 못하면 집을 뺏기는 일만 남는다.
리버스 모기지를 얻는 노인들도 많았다. 리버스 모기지는 죽거나 집을 팔기 전에는 상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주택시장이 침체한 이후 급증하고 있다. 리버스 모기지 전문인 골든 게이트웨이사는 지난해보다 21%나 늘었다고 밝혔다.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집을 팔려 한다는 노인이 13%나 됐고, 19%는 돈도 없고 집도 잃게 될지 몰라 극도로 불안하다고 답했다. 이사를 가고 싶으나 갈 수가 없다는 노인도 13%였다. 주택가격이 폭락하여 차압이 봇물을 이룬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홈오너들이 집을 팔려고 해도 팔 수가 없는 처지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보험을 파는 노인들도 다수 있었다. 응답자 중 54%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답했다. 주택 가치 하락은 은퇴 노인들에게 치유하기 힘든 상처가 되고 있다.
<케빈 손 객원기자>
주택 가치 하락으로 은퇴 노인들의 생활이 타격을 받게 됐다. 많은 은퇴자들이 여유롭고 달콤한 은퇴를 반납하고 일터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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