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버락 오바마가 선정 됐다. 예상됐던 일이다. 미국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2008년은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이 역사적 해의 주인공이 오바마다. 그러니 ‘올해의 인물’로 그가 선정된다는 것은 정해진 수순인지도 모른다. 하여튼 격찬 일색이다. ‘올해의 인물’ 정도가 아니라 ‘세기의 인물’로 뽑혀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찬사마저 쏟아지고 있다.
그 역시 한 때는 ‘올해의 인물’로 선정 됐었다. 지지도도 90%가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새로운 권력’ 버락 오바마에 집중되면서.
그는 아마 권력무상이란 말을 새삼 절감하고 있을지 모른다. 조지 W. 부시가 바로 그다.
의회에서는 공화당 다수의 위치를 무너뜨렸다. 달러화 가치를 하락시켰고, 재정적자만 누적시켰다. 거기다가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 빠뜨렸고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황급히 타운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이제 그 임기가 한 달도 안 남은 제 43대 미국 대통령 부시에게 쏟아지는 비난이다. 부시는 그러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나.
744명의 저명한 정치학자와 역사가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58%는 부시를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했다. 24%는 ‘수준이하’라는 평점을 내렸다. 11%는 중간 수준은 된다고 보았고 단지 7%가 ‘괜찮은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했다.
거기다가 이런 말도 나돈다. 2009년 1월20일 이전에 또 한 차례 대형 테러가 발생하는 날에는 부시는 말 그대로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과연 옳은 평가일까.
위기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기만 할 뿐 액션이 없다. 위기는 계속 고조되는데 결국 수수방관하다가 끝났다. 역사는 이런 대통령에게 아주 혹독한 평가를 내린다. 제15대 대통령 제임스 부캐넌이 그 경우다.
미합중국은 분열의 위기를 맞았다. 내란의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다. 부캐넌은 그러나 머뭇거리기만 했다. 우유부단한 태도가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이런 부캐넌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최악의 대통령’의 하나로 항상 꼽힌다.
프랭클린 피어스, 워렌 하딩, 캘빈 쿨리지 등도 이런 대통령의 범주에 들어간다.
위기가 발생했다. 상황에 대처해 결단을 내린다. 액션에 들어갔다. 그러나 실패로 끝났다. 우드로우 윌슨, 린든 존슨 같은 대통령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들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그러나 그리 가혹하지 않다. 그런 실패에 대해서는 역사는 관용을 베푼다.
부시는 부캐넌 스타일의 대통령이 아니다. 아니, 과감한 결단에, 또 어떤 면에서는 집착이 아닐까 할 만큼 강한 집중력을 보였다. 이라크 전쟁으로 대별되는 테러전쟁과 관련해 그가 보인 지도자로서의 자질이랄까, 행동이랄까,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부시에 대한 평가는 아직은 시기상조다.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경제문제에 쏠려 있다. 금융위기의 끝자락은 언제나 드러날지, 불안한 시선으로 응시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부시에 돌리고 있다.
역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경기는 일종의 사이클에 불과하다. 경제는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것이다. 부시에 대한 평가는 그러므로 경제보다는 이라크 전쟁의 결말에 달렸다. 그 올바른 평가는 때문에 20년, 혹은 50년 후에나 가능하다.
중동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다. 그 이라크가 결국 민주화됐다. 과거 2차 대전 후 독일과 일본이 파시스트 전체주의를 극복하고 자유민주체제로 거듭난 것처럼. 그 경우 부시는 ‘아랍 민주화의 아버지’로 불릴 수도 있다.
그 때에는 제43대 미국 대통령 부시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전쟁 여파로 최악의 상황에서 백악관을 떠난 해리 트루먼이 훗날 역사의 재평가를 받았듯이.
거기에 한 가지 더. 부시는 독재체제에서 탄압받고 있는 많은 반체제 인사들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같은 피를 나눈 동포들도 관심 밖이었다. 한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들도 외면한 그들을 부시는 직접 만났다. 탈북자들을 백악관에 불러들여 따듯하게 안아준 것이다. 그 배려가 어쩌면 훗날 많은 열매를 맺어 부시의 업적으로 새롭게 평가되지 않을까.
Goodbye, Mr. President! 떠나는 대통령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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