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선망의 직종이었던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찬바람을 맞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심각한 불황에 빠지면서 자동차 디자이너 일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빅 3 자동차 회사들이 신규채용을 동결하고, 그나마 있는 인력도 감축하는 분위기여서 한동안은 자동차 디자인 일자리를 구경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디자인학과 졸업생들은 자동차가 아닌 다른 분야 디자인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 불황 맞으며 채용 동결
감원·감봉 바람 속에 취업 가능성 희박
신발·장난감 디자인으로 업종 바꾸기도
연방상원에서 자동차산업 금융구제 법안이 부결되던 날 저녁 패사디나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에서는 자동차 디자인학과 졸업생들의 졸업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보통 때 같으면 졸업생들의 일생을 좌우할 수도 있을 중요한 전시회이다.
정성껏 제작한 미끈한 미래형 자동차 모델과 입체 모형이 담긴 비디오 스크린 옆에서 졸업생들은 정장차림을 하고 웃으며 이력서를 배부했다. 자동차 회사 채용 담당자의 눈길을 끌고 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거의 아무도 나타나지를 않았다.
“보통은 대기업 디자이너들이 줄줄이 나타나지요.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아무도 오지를 않아요” - 졸업 전시회에 전기 자동차 모델 ‘스텔라라’를 낸 줄리어스 버나도(27)의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멋진 자동차 디자인이 꿈이었던 그는 그 교육을 받느라 10만달러 정도를 썼다.
지금 같아서는 다른 종류의 직업을 생각해봐야 하겠다고 그는 말한다.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 명문인 패사디나 아트센터는 취업의 금광 같은 곳이었다. 자동차 제작사들이 거기서 인재들을 넉넉히 뽑아놓고는 미래의 자동차들을 디자인하게 만들곤 했다.
예를 들어 업계의 전설적 존재인 BMW의 수석 디자이너인 크리스 뱅글 같은 디자이너들은 졸업 전시회에서 그대로 자동차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이 4반세기내 최악의 수준으로 판매고가 떨어지는 위기를 맞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는 현재 부시 행정부로부터 140억달러 긴급구제 기금이 나오기만 목을 빼고 기다리는 상태이고, 포드는 그보다 조금 나은 형편일 뿐이다.
경비 절감이 절박해지면서 자동차 회사들은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동결시켰다. 생산라인 직원들 감원, 중역들 감봉, 그리고 자동차 쇼나 사무용품 등 기타 지출 삭감에 이어 상품 계획과 디자인 분야도 무사하지 못하다.
자동차 업계 인력규모로 볼 때 디자이너는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들의 비중은 엄청나다. 디자인이 좋지 않으면 자동차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다자이너 없는 자동차회사는 미래가 없다.
GM은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한 데 이어 2012년까지 8개 모델을 없앨 계획이라고 이달에 의회에 보고했다. 포드는 새로운 트럭 디자인 계획은 줄였다. 그리고 지난 3월 캘리포니아 칼스바드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폐쇄한 크라이슬러는 75명이었던 디자인 담당 직원 중에서 지난 해 15명 줄였다.
“지금이 어려운 시기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가까운 시일 내에 좋아지리라는 낌새도 없다”고 GM과 포드의 디자이너였던 래리 에릭슨은 말한다. 현재 그는 아트센터와 쌍벽을 이루는 명문, 디트로이트 예술대학의 자동차 디자인학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대학은 오랜 세월 빅 3의 인력 공급라인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10명에서 20명 남짓한 졸업생들 중 절반은 이들 자동차회사 스튜디오에 일자리를 잡곤 했다고 에릭슨은 말한다.
그러나 지난 봄 졸업반 학생들이 전시회를 연 후 자동차회사에 취직한 학생은 단 한명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취직에 성공한 학생은 자전거 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 그 나머지 학생들은 여전히 일자리를 찾고 있거나 아니면 자동차가 아닌 다른 분야 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
졸업반 학생 중 유일하게 자동차회사에 취직이 되었던 마이콜라 킨드라티신은 토요타의 취업 제의를 거절하고 GM을 선택, 캐딜락 디자인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누구나 취업 제의를 받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고 그는 말한다.
건축과 엔지니어링 대학으로 알려진 미시건의 로렌스 테크놀로지컬 대학은 지난해부터 자동차 디자인 전공을 신설했다. 이 학과 2학년생인 제시카 코지인에 의하면 첫해가 지난 후 6명이 중퇴했다. 취업 전망이 어두워서 모두들 실망했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굉장히 불안해한다고 그는 말한다. 학과 교수들은 자동차 외에 신발이나 의류 등 다른 상품 디자인을 공부해둘 것을 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지난 11일 아트센터 졸업작품전에서 션 황은 자동차 모델과 함께 신형 헤어드라이어 모델도 함께 전시했다. 시애틀에서 남가주로 공부하러온 그는 12월 졸업을 앞둔 다른 학생들이 혼다나 도요타에 취직하고 싶어 하는 데 반해 삼성전자에 취직해 셀폰 디자인을 하는 것이 꿈이다. 자동차 디자이너로 설계하고 사고하는 법을 배운 것을 다른 상품에 적용하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크라이슬러 디자인 부의 랄프 길스 부사장은 자신이 디트로이트 예술대학을 졸업하기 1년 전인 1991년, 경기침체로 대부분 졸업생들이 일자리를 잡지 못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그가 학교를 졸업했을 때 그는 크라이슬러에 취직을 할 수가 있었고 그후 미친 듯이 채용 붐이 일어났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니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고 그는 충고한다. 모든 것이 주기적이라는 것이다.
취업이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 학생들이 택할 수 있는 한가지 대안은 공부를 더 하는 것이다. 아트센터 졸업생들 중 5명은 졸업을 6개월 미뤘다. 내년 5월쯤이면 자동차 업계 사정이 좀 나아지지 않을 까 하는 기대이다.
디트로이트 예술대학은 내년 가을부터 미국에서 처음으로 자동차 디자인 석사학위를 제공한다. 아마도 많은 디자이너들이 그곳에서 공부를 하며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릴 것이다.
자동차 자체 디자인이 업계의 록 스타 같은 위치라면 자동차 내부 디자인은 인력이 부족한 상태이다.
내년 8월 졸업 예정인 홍콩 태생의 리키 웡은 어바인의 피스커 자동차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거기서 그는 내년 출시될 8만7,000달러짜리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카르마의 내부 디자인을 돕고 있다. 경제가 나빠지면서 실내 디자인으로 관심을 돌린 것이다.
아트센터의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자동차만 고집하지 말고 좀 더 융통성 있게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흡수할 수 있는 숫자보다 훨씬 많은 디자이너들을 양성하고 있는 실정이니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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