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액으로도 평균연봉(2,300만달러)으로도
메이저리그 역사상 투수 1위 메가딜
만일 대비 ‘3년 뒤 FA 선언권’ 안전장치도 마련.
카스텐 찰스 사바티아. 메이저리그야구 현역최고 좌완투수 CC 사바티아의 본명이다. 그는 건장한 사내들이 즐비한 그 판에서도 도드라지게 보이는 거구다. 키 6피트7인치, 몸무게 290파운드다. 평평한 곳에서 맞짱을 떠도 절벽으로 느껴질 만큼 몸집이 큰 그가 볼록 솟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뿌리니 타자들에게 주는 위압감은 더하다.
올해 나이 스물 여덟. 몸관리만 잘한다면 앞으로 십수년은 더 호령할 수 있는 이 거함투수는 데뷔 시즌(2001년)부터 곧장 두각을 나타냈다. 여느 투수들 같으면 시즌 중반이나 후반에 주로 불펜요원으로 간간이 선발요원으로 감을 잡는 데 주력하는 데뷔 시즌에 그는 첫 게임부터 선발요원으로 투입됐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다.
그는 2001년 33게임 모두 선발투수로 출장해 180.1이닝을 소화하며 17승5패(평균자책점 4.39)의 눈부신 작황을 냈다. 그해부터 올해까지 8년동안 그는 총 254게임에 출장했는데 단 한번도 예외없이 선발등판이었다. 그렇게 해서 117승73패(평균자책점 3.66)를 기록했다. 몸관리도 철저했다.
2006년(28게임)만 빼고 나머지 7시즌동안 한결같이 30게임 이상씩 선발피칭을 했다. 2006년의 28게임 선발출격은 사바티아 자신에 비해 다소 낮은 것일 뿐, 다른 선발투수들의 연평균 출격빈도에 대면 낮다고 할 수도 없다.
몸이 아프거나 공이 망가져서 경기를 거르는 일이 없고 승율이 높다는 건 우등생 겸 개근생과 같다. 구단 입장에서, 그에게 큰돈을 투자해도 밑질 위험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배리 지토, 랜디 잔슨, 마이크 햄튼, 박찬호 등 고액계약 뒤 죽을 쑤는 바람에 소속구단이 본전생각에 땅을 치게 만들었던 선수들과 비교하면 사바티아에 대한 투자는 (지난 8년의 작황으로 판단컨대) 안전이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바로 올해 입증된 사실이다.
그는 지난 7월 올스타브레익을 코앞에 두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로 이적했다. 만년 하위권을 맴돈 브루어스가 올해만은 포스트시즌까지 살아남겠다며 불러들인 야심작이 사바티아였다. 브루어스의 투자는 즉효를 봤다. 사바티아는 이적 직후 9연승 등 기대이상 본때를 보이고 시즌 막판에는 사흘 간격으로 마운드에 오르며 브루어스에 기어이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안겼다. 브루어스는 본전을 뽑았다. 밀워키 구장은 연일 초만원 사태를 이뤘다. (사바티아의 사흘 간격 출격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다. PS 승리는 거두지 못했다. 피로누적이 큰 이유로 꼽혔다.)
올해 가을 사바티아는 기존의 계약에서 풀려났다. 지난달 자유계약선수(FA) 트레이드시장이 오픈됐다. 시절 인연은 아주 나빴다. 경제난 때문에 거의 모든 구단들이 몸을 사렸다. 좀체 지갑을 열지 않았다. 이번 시장에 매물로 나온 FA 171명 가운데 한달이 되도록 새 계약을 맺은 선수는 고작 20명가량이다. 그러나 사바티아는 사바티아였다. 그를 둘러싼 열기는 자못 뜨거웠다.
그는 발레호 출신이다. 그는 서부팀을 원했다. 그런 말이 보도되기 이번부터 돈 좀 있다 하는 팀들은 그에게 눈독을 들였다. 서부팀 발언 보도가 나온 뒤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안테나도 바빠졌다. 사바티아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고향에 너무 가까운 곳에서 뛰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긴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오클랜드 A’s는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렸다. 실은, A’s는 구단이 가난한데다 트레이드시장 오픈 초기에 강타자 맷 할러데이를 영입하는 등 뭉칫돈을 쓴 터라 사바티아에게 마음은 있어도 오라고 할 형편이 안됐다. 자이언츠는 A’s보다야 낫지만 천정부지 사바티아 몸값을 감당할 능력이 되는지 의문이었다.
돈도 있고 포스트시즌 풍년가망도 있는 LA 다저스가 자연스레 사바티아를 영입할 수 있는 서부의 유일대안으로 꼽혔다. 사바티아의 마음도 다저스로 쏠리고 있다는 추측이 무성했다. 그가 LA 동부에 대저택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그런 추측을 더욱 부추겼다. 다저스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거액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뉴욕 양키스가 사바티아 영입을 위해 뭉칫돈을 풀 것이란 소문이 돌자 다저스측은 사바티아의 마음은 다저스에 있다고 바람을 잡기도 했다. 올해 큰맘 먹고 큰돈을 써 사바티아를 영입한 브루어스는 그를 붙들기 위해 훨씬 큰맘을 먹었지만 부자구단 양키스와 다저스가 베팅을 하는 틈바구니에서 배겨날 수 없었다. 브루어스 구단측은 트레이드시장 초기 고액베팅설의 진원지였던 양키스를 향해 해도 너무한다는 볼멘소리를 할 정도였다.
양키스냐 다저스냐. 결론은 양키스다. 10일 ESPN 등 보도에 따르면, 양키스와 사바티아는 7년 1억6,100만달러 메가딜에 합의했다. 투수로는, 총액으로도 평균연봉(2,300만달러)으로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액이다. 타자까지 포함하면 ML 통산 4위에 해당한다. 이전까지 투수 최고액은 지난해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뉴욕 메츠로 옮긴 좌완투수 요한 샌타나(6년 1억3,750만달러/평균연봉 2,291만달러)였다.
사바티아의 올해 연봉은 1,100만달러였다. 내년부터 2배 이상 받는다. 2002년 70만달러였던 그의 연봉은 7년만에 30배 이상 폭발하는 셈이다. 강자에겐 불경기가 따로 없음을 사바티아의 연봉상승 커브는 보여준다(02년 70만달러, 03년 110만달러, 04년 270만달러, 05년 525만달러, 06년 725만달러, 07년 875만달러, 08년 1100만달러, 09년부터 15년까지 연평균 2300만달러).
축구의 나라 영국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있다면, 야구의 나라 미국에는 뉴욕 양키스가 있다. 올해는 부진했지만,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선망하지 않을 수 없는 팀이다.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은 야구사나이 최고자부심의 상징처럼 돼 있다. 양키스가 뽑아가는 선수는 한결같이 스타플레이어다. 그렇다고 양키스에 있으면 다 성공시대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양키스에 갔다가 명성에 흠만 남긴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투수 최초로 1억달러 돌파계약을 맺었던 케빈 브라운이 그랬고, 40대 중반인 지금도 인기가 짱짱한 랜디 잔슨도 양키스에 있던 몇 년동안 거의 이름조차 가물가물할 정도였다. A’s에 있다 양키스로 간 홈런타자 제이슨 지암비는 별중의 별이 되기는커녕 마이너리그 강등수모 등 겪을 것 다 겪고도 끝내 이름값을 못한 채 지금 새 정처를 찾고 있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사바시아는 이번 계약에 안전장치를 달았다. 일단 7년 계약이지만 3년이 지난 뒤, 즉 2011년 시즌이 끝난 뒤 사바티아 자신이 원할 경우 자유계약선수(FA) 지위를 얻는다는 권리다. 사바티아로서는 성적이 나빠서든 다른 요인이 있어서든 양키스 생활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또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연봉 2,300만달러도 성에 차지 않을 정도로 초인적인 성적을 냈을 경우) 3년 뒤 뉴 스타트를 할 수 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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