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열렸다. 매물은 많다. 매기는 별로다. 메이저리그야구(MLB)의 이번 트레이드 시황이 그렇다.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의 몸이 돼 남든 떠나든 새로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FA, 프리 에이전트)는 총 171명이었다. FA시장이 문을 연지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새 계약서에 사인을 한 선수는 고작 20여명이다. 강타자 맷 할러데이(콜로라도 로키스에서 오클랜드 A’s로), 올해의 아메리칸리그 MVP 더스틴 페드로야(보스턴 레드삭스에 잔류) 등 몇 명을 제외하고는 계약을 체결한 월척급 FA는 드물다. 소문은 무성하지만 흥정도 거래도 한산하다.
▷이런 가운데, MLB 통산 한시즌 최다 세이브기록을 수립한 프랜시스코 로드리게스의 새 정처가 정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9일 AP통신에 따르면, 로드리게스는 뉴욕 메츠와 3년 3,700만달러의 계약에 합의를 봤다. 계약서는 로드리게스가 소정의 신체검사를 통과하는 즉시 발효된다는 전언이다. 언론에 보도된 F로드와 메츠의 계약고는 외형상 대형이지만 로드리게스의 활약상이나 기대치에 비하면 낮은 것이다.
A로드로 불리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나 I로드로 불리는 이반 로드리게스처럼, 흔히 F로드로 불리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로드리게스는 올해 LA 에인절스의 주전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면서 62세이브를 올렸다. 1990년 바비 티그펜(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이 수립한 한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에서 5걸음 더 나아간 대기록이다. 데뷔 시즌인 2002년 에인절스가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오르는 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 로드리게스는 올해까지 그곳에서 뛰며 통산 23승17패 208세이브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게다가 나이가 26세에 불과하다.
이같은 성적과 가능성을 근거로 로드리게스측은 연평균 1,500만달러선에서 5년정도 계약을 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공황 전망이 나도는 경제난 속에서 각 구단들이 지갑열기를 사리는 바람에 로드리게스측이 눈높이를 낮췄다는 후문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타자부문 최대어로 꼽히는 매니 라미레스는 최대어라서 도리어 손님들(구단들)의 외면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쌀 수 없는 몸값 때문에 구단들이 군침을 삼키면서도 정작 손을 내밀지 못한 것이다. 당장 LA 다저스가 그렇다. 올해 정규시즌 후반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라미레스를 영입한 다저스는 라미레스가 떠나지 않기를 원하면서도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 앉지는 못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홈페이지는 9일 다저스의 네드 콜레티 단장과 라미레스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관계자들의 윈터미팅이 열리는 라스배가스의 한 호텔에서 협상을 벌였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조만간 합의에 이를 것이란 전망은 희미하다.
역시 돈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콜레티 단장은 (우리는) 라미레스에 대해 논의했는데, 그쪽은 여전히 다저스와의 계약에 관심있음을 말했고 우리도 여전히 라미레스에 관심있음을 말했다고 만남 자체를 확인하면서도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같은 계약 조건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미레스측이 조건을 완화하지 않는 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보라스는 라미레스가 나이(37세)도 있고 해서 연평균 2,000만달러선에 6년정도의 장기계약을 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다저스는 다름아닌 라미레스의 나이 때문에 장기계약에 위험이 따를 것을 계산해 2년 4,500만달러선에서 합의를 봤으면 했으나 라미레스측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이마저도 철회한 상태다. 보라스는 한때 라미레스를 원하는 구단은 많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얼어붙은 경제난에 구단들도 잔뜩 움츠려 라미레스의 운신폭이 넓지 않아 보인다. 콜레티 단장이 통상 비밀에 부치는 예비만남과 대화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같은 상황 때문에 협상에서 도리어 유리한 입장임을 과시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작년에 반짝했다 올해 시들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내년에는 뭔가 보여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모양이다. 시카고 컵스의 붙박이 마무리로 활약한 초특급 우완투수 케리 우드 영입협상이 최종사인만 남겨뒀다는 소식이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인 MLB.com은 계약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채 클리블랜드가 우드와 계약에 합의했으며 계약기간은 기본 2년 + 3년째 옵션이라고 전했다. 인디언스는 한국인 외야수 추신수가 올해 후반기 맹활약을 펼친 곳이다. 우드는 시속 100마일에 육박하는 광속구 투수로 데뷔 시즌인 1998년 20승 고지에 올라서는 등 초우량 기대주였으나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뒤 선발투수에서 불펜투수로 보직을 바꿨다. 올해 성적은 5승4패 34세이브다.
▷LA 다저스에서 올해 부활에 성공, 선발투수 복귀를 외치며 새 정처 모색에 나선 박찬호에게 달갑지 않은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그재미너지가 최근 아시아계 메이저리거들의 트레이드시장 동향을 분석한 ‘아시안아메리칸 핫스토브 리포트’ 기사에서 박찬호의 선발복귀 강열의지와는 달리 그의 가치를 불펜투수로 한정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박찬호는 현재 FA인데, 우완 구원투수로서 얼마간 쓸모가 있다는 식이다. 선발투수로서의 가치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없고 구원투수로서도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기사는 이어 다저스가 샌디에고 파드레스와 결별한 마무리전문 트레버 호프만 영입에 흥미를 두고 있다며 이것이 성사될 경우 한국계 박찬호와 일본계 사이토 다카시가 더 이상 다저스에 필요하지 않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이토 역시 구원전문이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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