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NBA 휴스턴 코메츠는 결국해체
뉴욕 양키스는 부자구단이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데릭 지터 등 수퍼스타 서너명의 연봉이 어지간한 구단 전체연봉보다 많다. 바비 아브레유는 양키스의 붙박이 외야수다. 주로 우익수자리를 맡는다. 올해 서른 네 살로 절정기다. 양키스는 십몇년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아브레유의 올해 성적은 괜찮았다. 20홈런에 100타점, 타율은 2할9푼6리였다.
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 기존의 계약이 만료돼 자유의 몸이 됐다는 뜻이다. 한창 나이에다 좋은 성적을 냈고, 양키스 프리미엄까지 붙어 그의 몸값이 뛰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그 이전에 양키스가 그를 내보내지 않기 위해 통큰 계약서를 내밀 것으로 예견됐다. 불과 몇주 전까지만 해도 그는 연봉 1,000만달러 내지 1,200만달러에 양키스의 러브콜을 받게 될 것이고, 아브레유와 양키스는 밀고당기다 대략 그 선에서 동거연장 합의서에 사인할 것으로 전망됐다. ESPN 등에 기고하는 야구전문가들이 내다본 시나리오였다.
예언은 빗나갔다. 양키스는 그에게 연봉조정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꼭 내보내겠다는 건 아니지만 나갈테면 나가라는 사인이다. 만일 양키스가 그에게 연봉조정신청을 하고 그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양키스는 쓸만한 재목을, 외부에서 영입할 때보다는 돈을 덜 들이고 확보하면서 신인 드래프트 때 우선지명권까지 덤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왜 돈 많은 양키스가, 현재로선 따로 점찍어둔 우익수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 양키스가 품 안에 든 아브레유에게 미련을 보이지 않았을까.
돈 때문이다. 그의 몸값이 높아서가 아니다. 경제난 때문이다. 미국은 물론 세계를 뒤덮고 있는 불황에, 게다가 앞으로 더 심해지리란 전망에 부자 양키스도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양키스는 아브레유뿐만 아니라 올해 FA 신분이 된 거의 모든 선수들에게 연봉조정신청을 하지 않았다. 포지션별 백업요원이 충분한 것도 아니고 외부영입 대기자들이 풍부한 것도 아닌데, 더군다나 올해 농사를 망친 뒤 끝에 새 구장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되는 내년 성적에 각별한 신경을 쓸 수밖에 양키스가 이 정도라면 다른 구단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보나마나다. 미국의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듯이,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지갑을 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매년 이맘 때 핫 스토브 시즌이 되면 각 구단들은 좋은 선수 영입을 위해 경쟁적으로 지갑을 열었던 것과 정반대다. 때문에 이번 겨울은, CC 사바티아와 매니 라미레스 등 불황을 타지 않는 몇몇 왕별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수들에게 핫 스토브 시즌이 아니라 그야말로 콜드 윈터가 될 게 틀림없어 보인다.
샌디에고 파드레스와 콜로라도 로키스는 예년에도 투자에 인색한 편이었는데 그나마 인건비를 줄이겠다고 고액연봉자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 파드레스는 파드레스 마운드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특급투수 제이크 피비를 내보낼 게 확실하다. 여기에다 프랜차이스 수퍼스타인 특급마무리 트레버 호프만과의 결별까지 불사하기로 해 호프만 본인은 물론 파드레스팬들을 놀라게 했다. 로키스는 강타자 맷 할러데이를 이번 트레이드 시장이 오픈되자마자 오클랜드 A’s로 내보냈다. 그렇다면 평소 투자에 인색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던 A’s는 경제난과 상관없이 곳간사정이 좋은 것일까. 물론 아니다. 연봉 1,300만달러의 할러데이를 영입한 것은 순수 현찰거래가 아니었다. 선수 몇명을 넘겨주고 차액만 지불하는 현물+현금 거래방식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예년 같으면 이번 겨울에 한밑천 잡을 수 있는 대어급 FA들이 울며겨자먹기로 상대적 헐값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올해 정규시즌에 메이저리그 통산 한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운 프랜시스코 로드리게스가 좋은 예다. LA 에인절스에 있다 FA가 된 그는 역사적 기록의 소유자인데다 아직 20대 중반밖에 안돼 천문학적 계약이 예상됐다. 야구전문가 버스터 올니는 ESPN 기고문에서 석달 전만 해도 만일 당신이 프랜시스코 로드리게스가 평균연봉 1,000만달러 내지 1,100달러 범주에서 3년계약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면, 당신은 아마도 정신나간 사람으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썼을 정도다. 그런데 이제 그게 맞아떨어지는 형국이다.
양키스 다음으로 재정사정에 넉넉한 것으로 알려진 LA 다저스도 최근 FA가 된 선수 14명 가운데 매리 라미레스 등 3명에게만 연봉조정신청을 하고 박찬호, 그렉 매덕스, 노마 가르시아파라, 라파엘 퍼칼 등 11명에게는 조정신청을 하지 않았다. 올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46세 나이에도 16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만개한 좌완 선발투수 제이미 모이어에게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같은 팀 팻 버렐 역시 연봉조정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편 여자프로농구 WNBA의 강호 휴스턴 코메츠는 진작부터 매물로 나왔으나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결국 해체된다. 호황기에도 인기를 누리지 못했던 취약종목 팀들이 본격적인 불황기에 접어들기도 전에 나가떨어지는 형국이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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