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부실경영등으로 파산을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디아나주 에이본의 한 딜러에 자동차가 팔리지 않은채 재고만 쌓여있어 위기에 처한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긴급진단 - 미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
자동차 왕국 미국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생과 사의 기로에 서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소위 `빅3’의 최고 경영자들이 연일 의회에 나가 “살려달라”며 구제금융을 애걸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인근 캐나다 정부에까지 지원의 손을 벌리고 있다. 포천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중 4위(GM)와 7위(포드)에 랭크돼 있고, `빅3’의 연간 매출규모가 4,133억달러(2007년 기준)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구제금융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파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게 미국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이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3’
노조 비위 맞추다 가격 경쟁력 상실
업계 자구책 따라 정부 입장 결정
▲얼마나 심각한가
빅3가 파산위기에 처한 것은 물론 최근에 시작된 것은 아니다.
수년 전 부터 소비자 신뢰하락으로 판매부진이 계속된 상황에서 지난 9월 닥친 금융위기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업계에도 직격탄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GM은 2004년 부터 적자를 기록해 왔고, 포드도 2005년 15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적자를 기록해 왔다.
수년간 적자행진과 판매부진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지난 9월 발생한 금융위기는 판매급감을 초래하면서 빅3는 치명타가 됐다.
지난 10월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83만8,592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9% 감소해 25년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인구증가율을 감안할 경우 2차대전 후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였다. 특히 빅3의 판매량은 10월중에 38.9% 감소했는데, 빅3의 경우 판매 감소가 수년간 누적돼 오면서 현금 유동성위기 상황까지 직면한 것이다.
▲빅3 노조문제 못 고쳐
빅3가 이처럼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는 외제 차와 맞설 수 있는 기술개발 등 경쟁력 제고 대신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한 전략적 실수와 80년대 크라이슬러를 파산 위기에서 일으켜 세운 리 아이아코카 회장 같은 리더십의 부재가 꼽히고 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바로 ‘비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으로, 강성으로 유명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영향력이 빅3의 경쟁력 저하와 비효율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GM의 CEO는 파업 등으로 실적이 부진할 경우 경질될 수 있어 노조 요구가 부당하더라도 일단 들어주고 분쟁을 일으키지 않는 게 중요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런 경영진 생리를 이용, 회사가 어떻게 되든 간에 당장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빅3 노조원에 대한 건강보험료 지원은 1950년 처음 시작됐다. 당시 UAW는 GM 노동자와 그 가족의 의료비 50%를 사측이 지급하도록 합의했다. 이후 1961년 근로자 100%, 퇴직자 50% 지급으로 변경됐으며, 1967년부터 퇴직자에게도 의료비를 100% 지급하는 것으로 바뀐다. GM은 또 1970년 67일간 파업 끝에 노조원에게 30년 근속을 보장, 사실상 노조원 해고가 불가능해졌다. 일을 제대로 안 하더라도 평생고용은 물론 퇴직 후 건강보험까지 회사가 100% 내주는 ‘노동자 천국’이 탄생한 것이다.
이같은 퇴직자 복지비 부담만으로도 GM의 차 가격은 경쟁사들보다 대당 1,500달러가 비싼 셈이고 생산 현장의 비효율까지 합치면 일본 자동차사들보다 생산비가 대당 2,000달러 정도까지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비용요인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큰 문제로 불거지지 않았다. 빅3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했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치열하지 않았고 수익률도 매우 높았다. 따라서 노조가 파업을 해서 차를 만들지 못하는 것보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더라도 생산을 계속하는 것이 이익이어서 경영진들은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눈 감았다.
문제는 1980년대부터였다. 값싼 일본차가 밀려 들어오면서 빅3 경쟁력은 차츰 떨어졌다. 빅3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현재 45%까지 떨어졌다. 빅3는 과거 자신들의 최전성기 때 만들어놓은 과도한 임금구조로는 더 이상 경쟁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한번 고착화된 구조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다.
빅3는 노조 때문에 발생된 고비용 구조를 감당하기 위해 SUV나 픽업트럭을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남기거나 저가부품을 사용해 생산비를 아낄 수밖에 없었다. 이는 미국차의 품질 불량 문제로 이어졌고, 빅3의 자동차 생산구조를 대형차·SUV·픽업트럭에 편중시켜 위기에 매우 취약한 구조로 만들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전망은
빅3에 대한 정부의 최종 지원 여부는 다음달 2일 나올 자동차사들의 자구책 내용과 강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위기로 인해 생긴 주름이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깊게 패이고 있는 가운데 디트로이트 3사가 파산할 경우 미국 경제는 엄청난 파장을 낳을 수 있어 이를 방치만 할 수는 없을 것 이란 중론이다.
미국 자동차연구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빅3 및 관련 기업들이 공장문을 닫을 경우 1년 이내에 30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세수감소와 실업급여 등 정부부담이 3년간 모두 1,56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릭 와그너 GM회장은 이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빅3가 파산하면 미국 경제의 모든 것이 다 무너지는 파국적인 대재앙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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