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에 사는 로빈씨는 현재 28살의 장성한 딸이 있다. 얼핏 보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는 로빈씨의 딸은 귀가 들리지 않는다. 딸이 어린 아기였을때, 귓병을 앓고 있었고, 이것은 조그만 관을 귀에삽입하는 간단한 절차로 예방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싱글맘이었던 로빈씨는 혼자만의 벌이로는 딸의 의료보험을 감당할 수가 없었고, 의사들은 보험이 없는 로빈씨의 딸에게 간단한 시술을 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결국 로빈씨의 딸은 사용가능한 항생제가 남지 않을 때까지 항생제를 복용하다가 결국에는 청력을 잃게 되었다.
로빈씨는 그 당시 어린이 건강 보험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메디칼을 받기에는 소득이 높고, 사보험을 사기에는 소득이 부족한 자신과 같은 부모들에게 삶을 이기고 헤쳐 나갈 수 있는 희망을 주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비단 로빈씨 혼자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심지어 대통령 당선인 오바마의 어머니와 그 가족들도 암에 걸려 죽어가는 상황에서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 때문에 눈물지어야 했다고 하니 미국의 의료 보험 제도의 문제점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1996년에 제정되어 수백만명의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켜왔던 어린이 건강 보험법이 2009년 3월 31일을 기점으로 말소될 예정이다. 1997년부터 10여년간 이 프로그램 덕분에 수많은 미국의 어린이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에서만도 90만명의 어린이들이 헬시 패밀리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을 보장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메디칼 혜택을 받기에는 소득이 많고, 사보험을 사기에는 소득이 부족한 근로 가정의 어린이들에게 의료 보험을 보장한다는 점과, 무료로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소득 수준에 맞는 적절한 보험료를 부과하여 근로 가정의 부모들이 일부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 등이다.
새 행정부는 이 법안의 재승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연방정부 차원에서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캘리포니아 주 예산의 어려움으로 인해 어린이 건강 보험 프로그램은 위기를 맞고 있다. 어린이 건강 보험 법안에 따른 헬시 패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의료 보험 위급관리 위원회에서는 빠르면 이번 12월부터, 늦으면 내년 1월부터 새롭게 헬시 패밀리를 신청하려는 어린이들을 대기자 명단에 올리거나, 현재 등록된 어린이들이 매년 갱신을 할 때 대기자 명단에 올리는 두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12월 한달에만 캘리포니아 주에서 15만 여명의 어린이들이 건강 보험을 상실하게 된다.
현재, 헬시 패밀리 인구 비율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스페인어를 쓰는 인구 다음으로 한국어를 쓰는 헬시 패밀리 가입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한인 지역 사회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잘 활용한다는 것을 말한다.
올해 8월부터 민족학교에서는 어린이 건강 보험 법안 재승인 캠페인을 벌여 왔다. 전국 50개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의료권익 조직 프로젝트의 회원으로 8,000여장이 넘는 서명을 모아 관계 요로에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12월 1일에 마감되는 어린이 건강 그림 경연대회를 통해 50여점의 작품을 선정하여 오바마 당선인이 대통령 선서식을 하는 내년 1월 위싱턴 DC의 유니언 스테이션과 연방 하원 레이번 하우스 빌딩에서 두 차례의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민족학교에서는 오는 12월5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일식당을 개최한다.
어린이들의 건강은 각 가정의 행복과 복지 뿐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들에게 밝은 미소와 행복을 줄 수 있는 그런 사회, 그런 나라가 된다면 모두가 다 같이 그 행복과 번영의 열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청력은 잃었지만, 로빈씨의 딸은 어머니와 함께 자신과 같은 처지의 어린이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미국의 의료제도 개혁을 위해 일하고 있다. 우리 한인 사회에서도 수많은 로빈씨와 로빈씨의 딸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어린이의 건강이 미국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한인 어린이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도움이 되고 싶은 분들은 민족학교(323-937-3718)로 연락해 주기 바란다.
류주연
민족학교
의료보건권익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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