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아니 세계 경제 돌아가는 게 심상치 않다. 경기후퇴(Recession) 정도가 아니라 통화수축(Deflation)과 경제 대공황(Depression)이란 단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불량 모기지들의 모듬 채권들 때문에 시작된 미국 경제의 위기는 온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어 지구촌의 상호의존과 공생공사 현상을 보는 것 같다.
최근 몇 가지 사태만 들어보자. 골드만 삭스가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정부 감독 아래로 들어간 후 약 3,300여 명을 해고시키고 나서 4분기에 또 손실을 보았다고 발표할 모양이다. 실업자 수가 점점 늘어 1,000만에 육박하는 마당에 4~5달러 하는 스타벅스 커피가 잘 팔릴 리 없으니까 그 회사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세계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자기네들은 안전하다고 장담하는 중국마저 1년 예산의 15%나 되는 5,000억달러 이상을 경기부양책에 쏟겠다고 했지만 그 약발도 잠시뿐이다.
미국 연방 예산의 적자는 1조 달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디트로이트의 3대 자동차회사, 크라이슬러, 포드, 그리고 제너럴 모터스(GM)는 연방 정부에 직원들 월급 줄 돈을 꾸어달라고 손을 벌리고 있다. 이미 9월 달에 연방 의회는 이 세 회사들에게 연비 효율성이 높은 자동차들을 생산하기 위해 공장들을 개조하라는 명목으로 250억달러를 저리로 제공하기로 했었지만 그 회사들의 중역들과 미국 자동차 노조 대표들은 하원 의장 및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등 중진 의원들에게 250억달러를 더 지원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한 달에 20억달러씩이나 비용이 나가 회사 기금이 얼마 있으면 고갈된다는 GM의 실정은 회사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이 없이는 챕터 11의 파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소문마저 돌게 한다.
1908년에 설립된 GM이 어떤 회사인가. 한국전쟁 전후에 미국 국방장관을 했던 윌슨이라는 전 GM의 사장 말처럼 “GM에 좋은 일이면 아메리카에 좋은 일이다”(What is good for GM is good for America)라는 공식이 당연시 되던 회사가 아니었던가. 세볼레, 폰티액, 올즈모빌, 뷰익, 그리고 캐딜락 등 문자 그대로 미국의 상징이었던 대표 자동차들을 생산하던 GM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 생산회사였다.
1960년대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던 난공불락의 요새였지만 1970년대에 부상한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들의 경쟁과 노조들의 과격한 요구 및 은퇴자들의 연금, 그리고 생산성의 저하로 현재에는 도요타에게 세계 제1의 자동차회사 자리를 내주게 생겼다.
1980년대에 한 번은 어떤 미망인으로부터 그녀 남편이 타던 올즈모빌 디젤 승용차를 산 적이 있었다. 얼마나 고장이 잦은지, 심지어는 벨트웨이를 가다가 갑자기 엔진이 꺼지는 경우도 있어서 차를 바꾸는데 제일 값을 쳐주는 올즈모빌 딜러로부터 델타 88이란 새 차를 샀었다. 그러나 그 차마저 어찌나 말썽을 부리는지 신물이 날 정도였다. 2000년대 들어와서 올즈모빌 상표 자체가 없어진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업계와 미시건 주 출신 연방의원들은 대마불사(“We are too big to fail”)를 외친다. 아닌 게 아니라 GM이 파산이라도 하면 그 파장은 미국 근로자들 200여만 가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예측이다. 그래서 민주당 의원들과 오바마 당선자는 금융기관들을 구제하기 위해 통과된 7,000억달러 중에서 250억 불을 자동차 회사에 주자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부시 행정부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는 부시가 오바마를 만났을 때 부시는 민주당에서 콜롬비아와의 자유무역협정 통과를 지지해주면 자동차 업계 지원을 찬성하겠다고 반대급부(Quid pro quo)를 제안했다고 오바마 진영에서 발표하기까지 했다. 부시 대변인이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하니까 오바마 쪽에서도 부인하기는 했지만 GM의 몰락을 기뻐할 정치인은 없으니까 결국은 ‘대마불사’가 될 듯싶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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