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려 왔던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VWP, Visa Waiver Program)이 드디어 시작됐다. 이에 따라 한국의 미 대사관을 둘러싸고 새벽부터 비자 인터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형성됐던 장사진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동안 미국 비자를 신청해 본 사람들은 적지 않은 번거로움과 마음고생을 했을 것이다. 만만치 않은 서류준비에 인터뷰 대기 등 “이렇게까지 하면서 미국에 가야 하나”라고 생각 했던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의 시행으로 여러 가지 불편 사항이 해소 되게 되었다.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VWP)이란 미국 정부가 지정한 국가 국민에게 대해 관광 및 상용 목적으로 최대 90일까지 비자 없이 미국 방문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기존에 VWP에 가입한 나라는 서유럽 22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등 대부분 경제 선진국임을 감안 할 때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한국인의 미국 방문을 허락 하는 것은 아니다. VWP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자여권을 소지하고 미국의 전자 여행허가시스템(ESTA)를 통해 사전 입국 승인을 받아야 미국에 입국 할 수 있다.
또한 90일 이상 체류 할 경우, 관광 및 상용목적이 아닌 경우, 미국비자 발급이 거절되었거나 입국이 거부 또는 추방된 적이 있는 경우, ESTA를 통해 비자 발급이 필요하다고 통보되는 경우 등은 기존 비자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VWP의 실행을 받아들이는 입장은 명암이 엇갈린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비자 입국을 한 상태에서는 미국 내에서 체류자격 변경이나 체류기간 변경이 안 된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그동안 많은 분들이 까다로운 한국의 미 대사관에서 유학비자, 취업비자, 투자비자등을 받는 대신 관광 비자로 미국에 입국 하여 체류자격을 변경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무비자 입국의 경우 90일 이내에 출국 하지 않으면 불법체류가 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자녀의 조기 유학을 뒷바라지 하는 학부모들의 경우 어려움이 가중 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꽁꽁 얼어붙은 한인 타운 경제에 VWP의 시행은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벌써부터 항공사들이 미주노선을 증편하고 숙박 업계와 요식업계들이 VWP의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유흥업소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이미 망신거리로 등장한 한국 ‘매춘 상혼’에 ‘조폭 문화’가 합세해 LA를 환락지역으로 전락 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가입되었더라도 시행 후 문제점이 많이 발생 할 경우 취소 될 수 있다. 가장 우려 되는 점은 미국인과 한국인의 정서가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은 공권력 집행이 엄격한 나라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작은 일이거나 큰일 이거나 법을 지키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이에 비해 한국인들은 “이쯤이야” “그런 것 가지고 뭘 그래, 좀 봐 주지”라는 식으로 작은 일은 하찮게 여기며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태도로 미국 사법기관을 대할 때 심각한 문제를 야기 할 수 있다.
선진사회일수록 법 집행은 엄격하고 그에 따른 개인의 책임도 비례해서 커진다. 남의 자유를 침해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 권리 주장은 난무하는데 개인의 책임 의식은 엷어지는 것 같다. 무비자 입국은 권리이다. 하지만 이것에는 분명한 의무와 규정이 따름을 잊어서는 안 된다.
VWP시행과 맞물려 불법체류 단속을 강화한다는 것이 이민 당국의 입장이다. 그러므로 90일 이내에 출국해야 한다는 VWP 기본사항들과 미국 현지에서 적용되는 기본법들을 미리 숙지하여 법을 준수하는 성숙한 국민 의식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자칫 이런 규정과 법을 가볍게 여겼다가는 나중에 아주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세계적으로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VWP시행으로 인한 특수에 지나치게, 또 수동적으로 기대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비즈니스의 체질을 강화하고 대응해 나가겠다는 적극적 자세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
제나 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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