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고문)
세계적 금융 위기가 드디어 실물경제로 번져 지구촌이 경기침체의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세계 곳곳에서 경기부진으로 유통업계가 타격을 받으면서 기업의 실적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올라가고 있다. 미국 경제는 금년도 3분기 - 0.3%를 기록했다. 미국 제 2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서킷트 시티가 파산했고 제 1업체인 베스트 바이도 파산 직전이라고 한다. 최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 백화점이 3분기에 적자를 기록했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며 모기지 파동, 금융위기에 이어 카드 대란이 걱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침체현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내년에는 더 심각할 것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다. IMF는 내년의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 달 3%로 잡았다가 이번 달 2.2%로 낮췄다. 세계은행은 6개월 전 3%로 잡았는데 지금은 1%로 낮췄다. 성장률 3% 이하라면 경기침체 상태라고 한다. 선진국의 상태는 더 심각하다. 내년도 성장률이 미국은 - 0.7%, 영국은 - 2%, 독일은 0%로 예측되고 있다고 한다.이에 비하면 신흥 공업국은 좀 나은 편이지만 선진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어려운 상태가 된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 공업국의 경제도 거의 마비 상태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각국에 경제 비상이 걸렸다. 위기에 몰린 금융권과 기업에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경기부양책으로 막대한 재정지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같은 고강도 대책이 실시되기 때문에 이 경제 위기가 대공황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경제전문가들이 많다. 그러나 한국이 외환위기 때처럼 위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은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어렵다고 느끼는 것처럼 미국이 공황상태는 아니지만 그와 흡사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세계적인 이번 경기침체가 사상 유례 없는 현상인 것처럼 이에 대한 고강도 대책도 사상 유례없는 시도이다. 마치 이번 세계 경제의 위기를 신종 암 환자에 비유한다면 이에 대한 세계적인 경제대책은 강력한 신약을 투여하는 것과 흡사하다. 이 대책이 특효를 거둘지 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지, 결과는 분명히 알 수 없다. 또 이 대책이 경제를 회복시키기는 하지만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 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이런 대책이 겉으로는 증상을 완화하지만 안으로는 더 병을 키우는 일이 되는지도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지금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에 구제금융을 주는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구제금융으로 얼마나 회사를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다. 도대체 구제금융을 어디에 써서 회사를 살릴 것인지, 경제가 계속 회복되지 않아 자동차가 안 팔린다면 계속 구제금융을 주어야 하는지, 또 경제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경쟁력이 없는 미국 자동차가 계속 안 팔릴 경우에 구제금융을 주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일시적인 위기에 몰린 건전 기업에게는 구제금융이 기사회생의 명약일 수 있지만 만성 고질병에 걸린 기업에게는 수명만 연장해 줄 뿐이다.
결국 기업도 죽고 돈도 날리고 마는데 그 낭비가 국민의 부담이 되고 국가 경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이번 경제위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이며 얼마나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인지를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경제학자들은 내년 상반기가 바닥이 될 것이며 하반기부터는 나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세계적으로 몰아치고 있는 경제 한파가 단순히 침체에서 회복하는 결과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번 침체는 개인이나 기업의 흥망성쇄를 판가름 할 뿐 아니라 각 국가의 경제력을 뒤바꿔 놓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선 경기침체 속에서 살아남는 개인과 기업, 산업이 있을 것이고 쇠퇴하는 개인과 기업, 산업이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수의 부유층은 상태를 보전하겠지만 전체적으로 가난한 계층이 양산되어 사회의 구성이 변화하게 될 것이다. 국가마다 침체의 강도와 이에 대한 대응책에 따라 경제력이 강해질 수도 있고 약해질 수도 있고, 크게 추락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번 경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문제 뿐 아니라 그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사업과 투자환경, 자산가치의 변화 뿐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서도 발빠른 대응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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