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임상심리치료사)
자녀를 양육하는 모든 부모들의 공통 관심사는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것이다. 그런데 ‘제대로 키운다’는 것이 생각만큼 싶지 않다. 아주 유명한 목사님과 명문대학의 저명한 교수님의 자제들이 비행과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회적으로 명성과 성공을 이룬 부모들이라도 자기 자식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만큼 자녀를 양육하기가 수월치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어떤 때는 심하게 혼내 보고 가끔 사랑의 매도 들어본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행동이 달라지지도 않고 서로에게 감정적인 상처만을 안겨줄 때가 많다. 사랑하는 자녀와의 대화도 끊어진지 오래다. 서로에게 무관심하며 남남처럼 대하게 된다. 부모는 아이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사춘기에 들어선 자녀는 오히려 부담스러워하고 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자녀는 그럴수록 마음속에 외로움이 쌓여가고 그 돌파구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거나 비디오나 컴퓨터 게임에 몰두한다.
불행하게도 서로 사랑하고 사랑 받아야 할 관계가 오히려 증오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자녀양육이 아무런 변화나 결과를 초래하지 못하는 지루한 소모전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조금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우리들 주변에는 이런 비슷한 문제로 힘들어 하는 부모님들이 의외로 많다. 사실, 자녀를 잘 양육하고 싶지 않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를 가지고 효과적으로 자녀를 양육한다는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닐뿐더러 오히려 정반대의 급부만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열심히 뭘 해보려 하고 노력해 보지만 손해만 보고 있는 격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제적인 자녀양육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이 제기된다.
물론, 사랑과 헌신이 바탕이 되어야 할 자녀양육을 경제적인 원리를 가지고 설명한다는 것이 불합리한 면이 있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제학이라는 것이 제한된 수단과 자원을 동원하여 보다 큰 이익을 창출해 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부모양육에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즉, 자녀양육에는 왕도가 없겠지만 적은 투자로도 부모자녀관계에 큰 변화를 기대하며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경제적인 자녀양육방법이 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가장 유용한 자녀양육의 도구는 칭찬이라는 방법이다. 자녀를 칭찬한다는 것은 큰 노력과 에너지를 요하는 것이 아니다. 자녀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즉각적으로 칭찬해 주고 인정해 주면 된다.
가령 스쿨버스에서 내리면서 반갑게 엄마에게 인사를 한다든지, 동생과 보드게임을 한 후 게임박스를 치운다든지, 한 번 불렀는데 얼른 돌아봤다든지, 식사 후 양치질을 스스로 했다든지 하는 사소한 일들이라도 칭찬해 준다면 자녀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승인을 얻었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며 나중에 또 칭찬을 듣기 위해서 긍정적인 행동을 찾아서 하게 된다. 반대로 비난은 아주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매우 부정적인 손실을 가져온다. 소위 말해 잔소리하고 소리지르고 단점을 부각시키는 비난의 양육방법은 이미 쌓아온 노력과 실적을 한 순간
에 잃게 만들 수 있다. 경제적으로 말하면 그 동안 투자한 원금을 다 까먹는 효과와 맞먹는다.
더 나쁜 것은 자녀가 칭찬을 기대한 행동에 부모가 비난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온 자녀에게 너는 왜 오빠보다 성적이 안 좋니?라는 비난을 한다거나, 정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이야기 한 자녀에게 너 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 떠들고 다니지 말아라, 너 때문에 엄마가 곤란하게 됐잖아라고 혼을 낸다면 자녀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힐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혼란을 초래할 수 도 있다.
따라서 자녀양육의 가장 효과적이며 경제적인 방법은 큰 선물을 사주는 것도, 많은 용돈을 제공하는 것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도 아니라 다름 아닌 칭찬하는 것이다. 비난과 칭찬이 자녀들의 정서발달과 자신감 형성에 미치는 결과를 고려해 본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는 자명해진다. 부모의 칭찬과 승인 속에서 자라난 자녀들이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자아상과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반면, 잔소리와 비난만을 듣고 자라난 자녀들은 불확신감과 패배의식, 두려움 속에서 위축된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많아진다. 이것은 자녀를 양육하는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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