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로폴로지(Anthropologie)가 올 가을 시즌을 겨냥해 새롭게 선보인 빈티지 스타일 라인 ‘레입스도터’(Leifsdottir)의 블랙 로즈 프린트 블라우스와 블랙 레이스 오버레이 플리츠 스커트. <노스트롬 제공>
빈티지 느낌이 나는 지미 추(Jimmy Choo) 아이스 블루 메탈릭 스웨이드 라일리 토트백. <노스트롬 제공>
‘더 적게 더 싸게’를 외치는 요즘 신상녀(신상품에 집착하는 여성)를 따라하면 귀엽기는커녕 미움만 받게 된다. 그렇다고 아예 지갑을 꽁꽁 닫아버리면 졸라맨 허리띠가 더욱 아프다. 이럴 땐 중고품, 복고상품에 눈을 돌리자.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 스타일의 중고품이 최상의 선택이며, 복고상품에 대한 향수는 답답한 현실을 위로해 준다. 마크 제이콥스가 올 가을 루이뷔통 컬렉션으로 복고풍의 보수적인 스타일을 선보인 것도 유행을 타지 않는 것이 유행이 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큰맘 먹고 구입한 ‘신상’ 핸드백이 30분 간격으로 눈에 밟힌다면 명품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과 ‘쉽게 따라하지 못하는 스타일’을 갈망하는 당신이라면 빈티지 룩이 정답이다
LA 빈티지 매장과 샤핑 가이드
경기 안 좋을 땐 중고·복고상품 고쳐 유행 패션화
빈티지 룩 처음 시도한다면 액세서리부터 시작을
빈티지 샤핑을 떠나기 전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빈티지가 과연 무엇이냐’는 것. 빈티지 매장은 하나 같이 복잡하고 지저분해서 잡동사니 창고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빈티지는 구제(헌 것)와 다르다. 오래된 중고의류 혹은 시대에 뒤떨어진 스타일의 옷이나 액세서리를 고쳐 다시 입는 취향이 빈티지 스타일이다. 오래 묵은 옷을 첨단 유행패션으로 둔갑시키는 재미.
패션 전문가들은 빈티지 스타일이야말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패션이라고 말한다. 너도나도 입고 메고 다니는 획일적인 명품에서 벗어나 개성에 따라 귀엽고 깜찍하게 또는 터프하게,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보헤미안 룩으로 다양하게 자신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헌옷만 꺼내 입는다고 빈티지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고품을 잘 고르기 위해서는 일단 첨단 패션 트렌드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스타일 잡지를 참고하고, 패셔니스타들의 옷차림을 눈여겨봐야 한다.
할리웃 스타들의 파파라치 사진을 찾아보는 것도 공부가 된다. 시에나 밀러나 올슨 자매, 혹은 케이트 모스의 패션을 공부해 보면 가장 ‘핫’한 빈티지룩을 경험할 수 있다.
셋째, 중고품을 활용할 경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빈티지로 꾸민다고 해서 무조건 감각이 살아나지 않는다. 보헤미안 스타일의 드레스에 빈티지 가죽재킷을 걸친다든지 프리미엄 진에 빈티지 탑을 매치시키는 시크한 스타일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
빈티지 코티를 할 때는 전체 아이템 중 2가지를 넘지 않도록 한다. 올 가을 가장 멋지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은 어머니가 입던 낡은 스웨이드 재킷이나 손뜨개 스웨터이다. 사이즈가 크다면 하의는 스키니 팬츠나 펜슬 스커트, 쇼트 팬츠 등 딱 맞게 입으면 섹시한 느낌을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일’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빈티지 매장의 세일은 시즌이 지나서 하는 게 아니다. 팔고 팔아도 여전히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제품을 세일로 처분하는 것이다.
열심히 뒤져라
여러 개의 제품 진열해 두고 저렴하게 판다면 위장제품
‘이베이’등 경매 사이트 눈 여겨 보고 매장 찾아 가도록
또한 빈티지는 똑같은 아이템이 있을 수 없다. 만약 여러 개의 같은 제품을 진열해 두고 싸게 판매한다면 빈티지를 위장한 싸구려 제품임에 틀림없다. 빈티지 샤핑이 처음이라면 액세서리부터 시작하자. 빈티지룩의 완성도는 액세서리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인조 스웨이드 소재를 사용해 오래된 듯한 느낌을 주는 벨트, 손뜨개 모자, 여러 겹의 목걸이, 늘어뜨리는 형태의 귀고리 등 빈티지룩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로 마무리해 줄 필요가 있다.
빈티지 매장과 샤핑 가이드
패셔니스타들이 유독 핸드백과 구두만큼은 명품을 사는 이유도 브랜드가 아닌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라고 한다. 비록 중고품이지만 평범한 디자인보다는 입센 로랑(YSL)처럼 스타일이 있는 명품 브랜드가 좋다는 것. 펜디 스파이 백을 원가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에 건질 수 있는 매장이다.
실제로 빈티지 매니아들은 경매 사이트 ‘이베이’(ebay)나 벼룩시장(flea market)을 통해 1950년대 샤넬 2.55핸드백이나 지방시 블랙 미니드레스, 1970년대 입센 로랑 수트 등을 찾아내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다니는 상황이다. 빈티지 제품을 구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흔한 방법이 빈티지 매장을 찾아가는 것. 판에 박힌 브랜드 매장과 달리 규모는 작지만 열심히 뒤져야 하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핸드백과 구두만큼은 명품 브랜드를 고집하는 패셔니스타들이 중고 명품 위탁판매를 하기도 한다.
▷ 더 웨이 위 워(The Way We Wore)
라브레아와 3가에 위치한 ‘더 웨이 위 워’(The Way We Wore)는 2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빈티지 디자이너 매장이다. 운이 좋으면 2008년 가을 컬렉션으로 출시된 3,500달러짜리 샤넬 드레스를 1,450달러에, 3,700달러가 넘는 루이뷔통 마히나 백을 2,200달러에 장만할 수도 있다. 할리웃 스타가 에미상 레드 카펫에 딱 한번 신고 나갔다는 700달러짜리 지미 추 구두를 210달러에 판매하는 곳이기도 하다. 주소 334 S. La Brea Ave. LA, CA 문의 (323)937-0878
▷ 디케이드 앤 디케이드투(Decades and Decadestwo)
LA 패션의 메카 멜로즈 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디자이너 빈티지와 중고 패션 원스탑 매장이다. 디케이드(Decades)는 클래식 에르메스 백과 할스턴 앤 발메인 가운처럼 빈티지의 진수를, 나란히 붙어 있는 디케이드투(Decadestwo)는 지난 10년 동안 인기를 끌었던 디자이너 제품들을 판매한다. 주소 Decades. 8214½ Melrose Ave. LA, 문의 (323)655-0223, Decadestwo: 8214 Melrose Ave. LA, 문의 (323)655-1960
▷ 더 어드레스(The Address)
LA에서 가장 오래된 빈티지 매장으로, 1970년대 중고 명품 판매를 고안해낸 빈티지 샵의 선구자 모린 클레이빈이 운영하는 샵이다. 사스 앤 바이드 청바지부터 제임스 퍼스 티셔츠, 알마니와 구찌, 프라다 레드 카펫 가운까지 다양한 빈티지 제품들이 구비돼 있다.
주소 1116 Wilshire Blvd. Santa Monica CA, 문의 (310)394-1406
▷ 캣워크(Catwalk)
그다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조그만 빈티지 매장이다. 빅토리아 시대 페티코트가 있고 이번 시즌 출시된 웅가로 컬렉션이 있어 특정 아이템을 원하는 빈티지 매니아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주소 459 N. Fairfax Ave. LA, 문의 (323)951-9255
▷ 클로스 헤븐(Clothes Heaven)
패사디나에서 25년 동안 하이엔드 디자이너 제품만 취급해온 빈티지 매장이다. 사교클럽에 입고 갈 파티 드레스를 찾는다면 강력히 추천한다. 마니, 데렉 램, 필립 림의 파티룩이 최신 유행 스타일이고 에스카다와 구찌 수트도 인기 제품이다.
주소 111 E. Union St. Pasadena, 문의 (626)440-0929
<하은선 기자>
1950년대 상류사회를 살았던 로엘 기네스와 윈스턴 게스트의 심플하면서 여성스러운 패션(왼쪽부터)과 마이클 코어스, 루이뷔통의 2008년 가을 컬렉션.
어머니가 입던 재킷, 털실로 짠 머플러와 모자를 꺼내 입은 듯한 H&M의 클래식 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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