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안이라도 자기의 경험과 의견에 의해 완전히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이를 두고 편견이라고 하고 이 편견은 투자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주식을 구입하기 전까지 그 회사를 꼼꼼히 분석하다가도 막상 사게 되면 그 회사의 좋은 점만 생각하고 싶어 하고 그러다가 그 주식이 떨어질까 염려돼 팔고나면 나쁜 점만 생각하게 된다. 이를 두고 자기결정의 합리화라는 무의식적 작용이라 한다.
지금 한국의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이곳 상당수 한인들이 한국에 돈을 가져가 나중에 환율이 올랐을 때 다시 가져와 환차익을 보겠다고 한다. 요즘 달러당 한국 원화가 1,400원까지 떨어졌으니 이 때 달러를 가지고 갔다가 원화가 1,100원대로 올라가면 달러당 300원의 이익이 생긴다는 아주 쉬운 논리이다.
이 논리를 그대로 다른 투자에 적용해보자. 요즘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가 작년 10월 14,000이상까지 갔다가 8,000대까지 떨어졌다. 한국 원화투자와 같은 논리라면 지금 다우존스에 투자했다가 다시 14,000대를 회복하면 75%의 투자수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야한다.
그런데 다우존스에 투자하라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할 것이다. 앞으로 더 떨어질 수도 있고 현재 금융위기나 경제의 침체위기를 볼 때 곧 다시 오른다고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의 원화에 대해 같은 원리를 적용해보자. 한국의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이유는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간단치가 않다. 심지어는 외환전문가들 조차도 파악을 할 수 없어 매 시간마다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래도 환율시장의 공황상태의 이유를 정리해보면 우선 한국의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달러가 부족해지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전 세계적 경기침체로 한국의 주 수출 대상 국가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어 곧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두번째는 한국에 투자를 했던 외국인들이 여러 이유로 투자를 회수하면서 달러로 돈을 빼나가기 때문에 달러가 부족해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돈을 빼나가는 이유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스스로의 돈이 부족해서 메꿔야 하는 측면도 있고 한국에 대한 투자가 위험하다고 봐서 나가는 측면도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달러부족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적 금융공황까지 갈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위기상황에서 은행들이 달러를 쉽게 내놓지 않고 간직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달러는 더욱 구하기가 힘들고 경제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양조차도 매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원화환율이 다시 1,100원대로 내려간다는 확신은 어디서 나오는지 의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수출이 갑자기 늘고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돌아서고 세계금융시장에서 달러가 풍성해져야 한다.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도 수출실적을 암울하게 봤고 지금 신흥 개발국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 조차도 큰손 투자기관들은 돈을 빼면서 달러와 일본의 엔으로 돌아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지급보증을 하는데도 은행 간 달러는 돌지 않는다. 원화가치가 곧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에 의문이 가는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타운에 불고 있는 원화투자 열풍은 무엇일까. 바로 투자자가 절대로 가져서는 안 되는 그런데도 수많은 투자자가 갖고 있는 자기합리화식 편견이다.
한국은 내가 알고 있는 국가고 한국은 IMF때 경험했듯이 한번 뭉치면 무엇이든 해내고 지금 한국의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현재의 원화가치는 저평가돼있다고 하고 있으니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처럼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금융당국이 그 금융기관들이 그리고 한번 뭉치면 무엇이든 해낸다는 한국국민들이 지난 1년 동안 괜찮다 괜찮다하던 사이 한국의 주식시장은 2,100에서 드디어 1,000을 깨고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거기에 외국투자전문지는 간간히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걱정하기까지 하고 있다.
투자는 가변적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확실하고 쉬운 돈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미 주식에서 채권에서 원유에서 원자재에서 체험하고 있는데 이제 환율시장에 또 확신을 갖는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자기확신이다. 한국원화에 대한 투자도 잘 될 수도 있고 거꾸로 될 수도 있는 투자일 뿐이다.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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