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대사 조절하고 어린이 발육 촉진 중요한 기능
호르몬 생산 지나치게 많거나 부족할 때 문제
보통 1~2년 약물치료… 폐경기 증상과 비슷하기도
조금만 몸이 피곤해도 “목이 부어서…” 혹은 “갑상선 때문인가 봐” 같은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여성이라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니, 저하증이니 조금이라도 몸이 이상하면 갑상선을 의심하게 된다. 여성이 남성보다는 더 갑상선 질환 위험이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갑상선암 발병률도 늘었다. 우울증, 만성피로, 체중증가 또는 감소 등이 갑상선 때문에 생기는 증상일 수도 있다. 갑상선은 마치 나비가 날개를 양 옆으로 쫙 펼친 모양의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내분비기관. ‘갑상선’ ‘갑상선’이라고 많이들 말하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갑상선 문제는 어떤 것이 생길 수 있는지, 또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초음파 검사로 갑상선 환자의 목 부위를 검진하고 있는 모습.
■갑상선은
갑상선은 우리 몸의 에너지 사용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기관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대사과정을 촉진함으로써 신체 모든 기관과 장기들이 원활하게 기능하도록 하며 신생아와 어린이의 성장과 발육을 촉진한다. 심장, 근육, 뼈, 콜레스테롤 등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흔한 갑상선 문제는 바로 비정상적인 호르몬 생산으로 나타나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갑상선 기증 저하증이다. 호르몬이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탈. 갑상선 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생산되는 것이 바로 갑상선 기능 항진증. 그 반대는 바로 저하증이다.
또 갑상선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목 전체가 붓는 것은 갑상선종이라고 하며, 갑상선암도 최근 증가 추세에 있는 암 중 하나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지나치게 호르몬을 많이 생산해 내는 것을 말한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5~10배 정도쯤 발생할 확률이 높다. 40세 이하에게 더 잘 생길 수 있다. 우리 몸의 대사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으니 신진대사가 너무 과도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자가 면역 질환인 그레이브즈 병(바제도병)이 큰 원인이다. 또한 뇌하수체 이상분비로 인해 생기는 선종, 갑상선암, 통증이 없는 갑상선염, 출산 후 드물게 생기는 갑상선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갑상선에 혹이 생겨 항진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항진증은 자가면역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자가면역 질환은 우리 몸의 자가 면역 시스템이 고장 나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 바이러스 등을 공격하는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자신의 세포인 갑상선의 일부 구조를 침입자(적)로 착각, 공격하는 게 특징이다. 면역체계의 공격을 받은 갑상선은 에너지 생산속도를 결정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더욱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몸의 대사속도가 빨라진다. 대사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이렇게 남은 에너지는 열로 발산된다. 바로 환자가 정상인보다 유난히 더위를 타게 되는 이유다.
갑상선 호르몬의 과다분비로 에너지 소비가 많아지기 때문에 증상은 더위를 너무 많이 타고, 땀을 많이 흘리며 몸이 덥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심장도 빨리 뛰고, 왕성한 식욕증가로 많이 먹는데도 체중은 빠지고, 손도 떤다. 갑상선도 커져 겉에서 봐도 목이 불룩하게 보인다. 눈은 놀란 듯 커 보이지만 면역물질이 눈 뒤에 지속적으로 쌓이면 눈이 앞으로 심하게 튀어나와 보이는 안구 돌출증으로도 경우에 따라 발전한다.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해 공격적이거나 심하면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장운동도 빨라져 화장실을 자주 가고, 설사도 자주 한다. 여성의 경우 월경불순이나 임신장애 등도 생기며, 심한 경우 무월경이 되기도 한다.
치료는 약물요법, 동위원소 치료, 갑상선 부분 절제 수술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약물요법은 갑상선의 활동을 막는 약을 통상 1~2년간 투여하고, 약을 끊은 후 재발 여부를 관찰하는 순서를 따른다.
‘갑상선 항진증’ 더위·피로 잘느껴
식욕 증가해도 체중은 감소… ‘갑상선 저하증’은 추위 잘 타는 증상
가장 보편적인 치료법으로 2개월 정도만 복용해도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증상도 사라진다. 한 번에 끊지 않고, 서서히 줄이는 게 재발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동위원소 치료는 대개 재발했을 때 실시한다. 치료제를 1~2회 복용하면 3~6개월 안에 치료된다. 동위원소 치료제는 갑상선에만 흡수돼 갑상선을 파괴하고, 신체의 다른 부위에는 거의 영향이 없는 방법으로 ‘먹는 수술치료’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수술은 과거 많이 시행했지만 최근에는 갑상선이 매우 큰 경우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시행하지 않는다.
우울증, 감정의 급격한 변화, 체중증가 또는 감소, 만성피로 등은 갑상선 문제 때문에 생기는 것일 수도 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항진증과 정반대다. 갑상선 호르몬을 제대로 생산해 내지 못해 신체 에너지 레벨이 낮아지고 피로를 매사에 느끼게 된다. 전신 대사과정이 느려지기 때문에 체온도 낮아지고 심장박동도 느리다. 미국에서는 약 2,500만명이 저하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년층, 특히 여성은 젊은 사람보다 저하증이 발병할 확률이 높다. 50세 이상 여성이 걸리기 쉽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콜레스테롤 레벨을 높일 수 있으며 동맥경화,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임신 중에 저하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아기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저하증은 쉽게 치료될 수 있다.
항진증처럼 저하증 역시 자가면역 질환으로 만성 갑상선염이 가장 큰 원인. 또한 과도한 요오드 노출, 갑상선 절제수술을 받은 경우, 리튬(lithium) 약물복용 등 때문에 생길 수 있다. 또한 갑상선 기능 항진증 치료를 위해 약물치료를 했거나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를 한 경우 부작용으로 저하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증상은 더워도 땀이 나지 않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며 손발이 차갑고 목소리가 허스키하게 거칠어지면 저하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몸이 으슬으슬 춥고, 추위를 잘 타며, 조금만 먹어도 체중이 늘며, 안 먹어도 살이 쉽게 빠지지 않는다. 쉽게 지치고,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과 몸이 퉁퉁 붓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둡고 창백한 피부 톤을 보이며, 얼굴도 푸석푸석하며, 손톱은 부러지기 쉽다. 또 이 병에 걸리면 위장 운동이 저하돼 소화불량이나 변비가 생기며 수면장애, 뇌기증 저하로 기억력과 집중력도 떨어진다. 탈모증상도 나타나며, 근육통, 우울증도 나타날 수 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혈액검사로 손쉽게 진단할 수 있다. 치료는 호르몬 부족이 원인인 만큼 호르몬을 꾸준히 보충해 주면 된다.
■갑상선종
갑상선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것을 말한다. 눈으로 보아도 목 주변이 심하게 부어 있는 증상을 보인다. 목이 조이는 느낌이 나며 기침을 자주한다. 또한 음식물이나 물을 삼키기 어려워하며 호흡곤란도 나타난다. 원인은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요오드 결핍이 가장 흔하다. 치료는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해 크기를 줄이기도 하며,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나 약물치료를 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 수술을 하기도 한다. 한편 환자에 따라 그냥 관찰만 하는 경우도 있다. 갑상선이 커지긴 했지만 어떤 증상을 일으키거나 문제가 없는 경우로 갑상선 기능도 정상이라면 경과를 보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갑상선암
갑상선암은 다른 암보다 암세포 진행속도가 느린 암으로 꼽힌다. 다행인 것은 수술 후 생존율도 높은 편. 초기 갑상선암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98% 정도다.
하지만 암은 암이다. 치료와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갑상선암 역시
다른 암처럼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조기발견이 중요한 것은 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 수술을 받게 되면 수술범위가 커져 성대를 지배하는 신경까지 잘라내 목소리를 잃을 수도 있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상선에 종양이 발견됐다고 해서 다 암은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종양이 커지면 목소리가 쉬거나 목에 멍울이 만져지고, 임파선이 붓기도 하며, 음식물을 삼키기가 어렵고 목 주변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 갑상선암은 초기에는 대개 증상이 없지만, 갑상선 혹이 딱딱하고,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주위 조직과 붙어 잘 움직이지 않으며, 옆 목의 림프절이 커졌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치료법으로는 기본적으로 암 덩어리를 떼 내는 수술이다. 주로 목 중앙 아래 부분에 가로로 피부를 절개한 다음 갑상선을 잘라낸다. 수술과정에 주변 후두신경과 부갑상선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것이 관건이다. 갑상선을 제거하면 호르몬 제제를 평생 먹어야만 한다.
갑상선 질환일까, 폐경기일까… 증상 비슷
미 내분비 내과의사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Clinical Endocrinologists, AACE)에 따르면 많은 여성들이 에스트로겐을 복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폐경기 증상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갑상선질환 때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두 증상 모두 피로, 우울증, 감정의 급격한 변화, 수면장애 등 증상이 비슷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신호를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대개 폐경기 증상으로 진단될 수 있다는 것. AACE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환자가 폐경기를 의사와 상담했을 때 4명 중 1명만이 갑상선 질환 검사를 받았다는 조사가 나온 바 있다.
갑상선은 우리 몸의 전체 신진대사와 심장, 뇌, 신장, 생식기, 근육, 식욕 등 모두 영향을 끼친다. 전문가들은 폐경기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면 갑상선 검사도 함께 받을 것으로 조언했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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