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렬(교육가)
물건을 고를 때 무엇을 먼저 보나. 가령 옷을 고른다고 하자. 품질, 색깔, 디자인, 크기, 가격… 등을 보게 되는데 이 중에서 무엇에 치중하게 되나. 가구, 가전제품, 문방구, 구두, 장신구… 등을 고를 때는 어떤가. 일상 생활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디자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디자인이 고가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대량 생산으로 물품에 대한 일차적인 갈증을 풀고난 현재는 기능 이상의 미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디자인은 특정한 물품에만 필요한 것일까. 국가의 국토, 도시계획, 크고 작은 작업장, 생활 용품 말고도 디자인이 필요한 것은 없을까. 여기에 대한 의문은 눈에 보이는 것만 디자인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일이나 말, 글, 그 바탕인 생각도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말이나 글로 발표할 때도 디자인을 잘 하면 듣는 사람의 이해가 쉽고 아름다울 것이다.그러고 보면 생활 전체가 의식하거나 못 하거나에 관계 없이 하나의 디자인 안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경우 본인이 디자인을 한 생활이라면 더 개성적인 것이다. 개성적이란 뜻은 본인이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주위에서 보더라도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에서 즐거움을 준다는 뜻이다.
생활 주변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생각’이다. 우선 생각을 디자인하는 것을 즐기고, 마르지 않는 샘물을 가지고 있으면 새록새록 새로운 생각이 솟아난다. 이것을 말이나 글에 담으면 각자가 디자인한 말이나 글로서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다.말 잘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을 가리키나, 자기가 전하고 싶은 내용을 부족함 없이 효과적인 말로써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이런 표현력은 발표하기 전에 마음 속에 디자인이 잘 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글을 잘 쓰는 사람 역시 자기가 전하고 싶은 내용을 부족함 없이 효과적인 글로써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이 경우 말하거나 글을 쓸 때도 생각의 디자인이 먼저 이루어져서 그 바탕이 된다.
학생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어도 말할 게 없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글을 쓸 기회를 주어도 쓸 게 없다는 답이 돌아올 때가 있다. 학생이 말문이나 글문을 열 수 있도록 서로 이야기를 한다. 생각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한다. 그들은 차츰차츰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체념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계속 노력해야 하는 일은 주위에 있는 어른들의 몫이다.말하기와 글쓰기는 의사 전달의 도구이다.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표현력이 약해서 제대로 전하지 못 한다면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그러나 염려할 것은 없다. 대부분의 기능은 훈련
과 연습에 따라 향상될 수 있다. 따라서 그 성패는 본인의 의지와 도와주는 사람의 끈기에 달렸다고 하겠다. 여기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생각의 디자인임은 말할 것도 없다.
영어나 한국어를 아무리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더라도 그것이 생각이 빠진 언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들은 언어가 생각을 전달하고 교환하는 도구에 불과함을 깨닫고 매사에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힘써야 한다. 소위 ‘생각 키우기’는 학습 능력 중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이 훈련을 거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를 때 개성에 맞게 디자인하는 즐거움에 흠뻑 젖게 된다.각자가 제멋대로 생각 디자인을 하는 사회는 잡다하고 지저분하지 않겠느냐는 염려의 소리가 들린다. 이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유니폼을 입히자는 생각이다. 여기에 벌어지는 현상은 다양성이다. 다양성은 풍요로움과 새로움을 준다. 풍요로움과 새로움이 넘치면 개인이나 사회를 밝게
하고 앞으로 나가게 한다.
두 장의 널빤지가 비스듬히 엇갈리게 교차된 책꽂이를 디자인한 작품을 보았다. 이색적인 작품에 흥미를 느끼며, 거기에 꽂힌 책이 읽고 싶어졌다. 재미있는 디자인은 생각에 생각을 한 결과 탄생한다. 이처럼 ‘생각 키우기’는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생활의 자극제가 되며 삶을 즐겁게 편리하게 한다. 또 삶을 풍요롭게 한다. ‘상식’은 가끔 우리를 창살 속에 가두는 습성이 있지만, 그것을 밀어내고 밖으로 나오면 신선한 공기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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