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트릭스 루미 등 모션 캡처… “물리적 한계 없어 감격, 베스트 챌린지는 차은우”
▶ ‘스우파 3’서 활약…안무 저작권엔 “시간 오래 걸려도 잘 닦아나가야”

안무가 리정 [더블랙레이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창작의 경로를 물어보신다면 생각보다 별것 없어요.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게 의외로 메가 히트를 할 때가 있습니다. '소다 팝'(Soda Pop)을 듣자마자 (어깨춤이) 생각났어요." (리정)
올여름 전 세계를 강타한 화제의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흥행에는 여느 팝스타 못지않은 작품 속 가상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의 인기도 한몫을 했다.
헌트릭스의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과 사자보이즈의 '소다 팝'(Soda Pop)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상위권에 진입했고, 차은우를 필두로 제로베이스원·플레이브·라이즈 등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이 '소다 팝' 챌린지에 동참했다.
이들 노래의 퍼포먼스를 만든 안무가 리정은 24일(한국시간) 서울 용산구에서 이뤄진 공동 인터뷰에서 "사실 나는 '소다 팝'의 그 안무를 '이런 리듬에는 이렇게 추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 처음에는 어깨춤으로 인지하지도 않았다"며 "많은 분이 따라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리정은 소속사 더블랙레이블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약 3년 전 영화의 기획 초반부터 안무 제작에 참여해왔다. 그를 스타덤에 올려준 춤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눈여겨본 제작진이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의 안무를 맡기고 싶다고 제안한 것이다.
리정은 "더블랙레이블의 프로듀서가 OST를 만든다면 음악성은 보장될 것이고, 그런 음악에 춤추는 게 제 꿈이기도 했다"며 "제작진이 '하우 잇츠 던'의 노래와 스케치를 보여 주고 헌트릭스를 한명 한명 소개해 줬다. '이들에게 물리적 한계는 없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라'는 말을 듣고 너무 감격스러웠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저는 안무를 두 번 정도 하면 지치는데, 헌트릭스는 체력적 한계도 없으니 구상, 기획, 모션 캡처를 하는 날까지 너무 즐거웠다"며 "실제 K팝 가수를 안무의 모티브로 삼지는 않았다. 제게 가장 좋은 영감은 좋은 음악인데, 음악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내 꿈을 펼쳤다"고 덧붙였다.
리정은 영화의 핵심 캐릭터인 헌트릭스의 루미와 사자보이즈의 진우를 맡아 모션 캡처를 했다. 모션 캡처는 가상 캐릭터의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실제 인간의 동작을 디지털 정보로 기록하는 작업이다.
참여한 캐릭터와 영화가 이처럼 인기몰이를 할 줄 알았느냐고 묻자 "잘 될 줄 알았다. 예술의 분야에서 진심은 통한다고 믿기에 사활을 걸고 (안무를) 만들었다"고 답했다.
리정은 트와이스, 블랙핑크, 아이콘, 엔하이픈, NCT 드림 등 정상급 K팝 그룹의 히트곡 안무를 만든 스타 안무가다. 이런 그에게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돌풍은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왔다.
리정은 "(영화의 흥행이) 꿈만 같다. 기적이라고 믿고 싶다"며 "안무 창작이야 언제나 할 수 있지만, 안무를 누가 만들었는지까지 알아주시다니 꿈인가 싶다. 4년 전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만나기 전 나는 꿈이 크고 야망이 큰 사람이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성장하리라고) 예측해 본 적은 없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소다 팝'에 맞춰 춤을 추는 챌린지 콘텐츠 중 그룹 아스트로의 차은우가 한 것을 '베스트'로 꼽았다. 차은우는 작품 속 남자 주인공 진우의 모델로 알려지기도 했다.
리정은 "가장 와 닿은 건 차은우"라며 "진우가 차은우를 참고해 만들어진 캐릭터라는데, 차은우가 춤추는 것을 보니 너무나 진우 같더라. 진우가 살아 있으면 저럴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잘생긴 얼굴도 좋은 춤에 필요한 요소인가'라는 질문에는 "표정도 춤에 포함되지만, 얼굴은 포함되지 않는다"면서도 "물론 예쁘고 잘생기면 좋을 것"이라고 말하고서 웃었다.
리정은 22일 종영한 국가 대항 춤 경연 프로그램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한국 대표팀 '범접'의 멤버로 출연해 활약했다. 아쉽게도 범접은 세미 파이널에서 탈락해 결승에 오르지는 못했다.
리정은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아쉬움은 없다. 파이널에 가지 못했다는 것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며 "등수를 떠나 제게 좋은 발전과 성장을 줬기에 (성적)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의 경쟁은 끝났지만, 대한민국 댄서로서 이 나라를 대표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며 "춤이 데리고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어디까지라도 가 보고 싶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최근 가요계의 '뜨거운 감자'가 된 안무 저작권에 관해 리정은 "창작자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라며 "선배, 동료, 후배들과 함께 오래 걸리더라도 잘 닦아나가야 하는 과제"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춤꾼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며 직업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네이버 직업란에 '댄서'가 추가된 것만으로도 문화가 발전됐다고 느껴요. 이제 사람들이 좋은 무대를 봤을 때 안무를 누가 만들었는지까지 궁금해하고, 오리지널 창작 버전을 보고 싶어 해요. 창작자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는 시대와 환경이 됐다고 믿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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