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민주당의 백악관과 상하 양원 장악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대통령 선거는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선거자금 모으기에서나 접전주에서의 인기투표에서나 매케인 후보를 능가하고 그 마진이 계속 커지고 있어서 오바마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쉬워 보인다.
대통령선거뿐 아니라 상하 양원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여러 가지로 불리해서 아마 오랜만에 민주당에서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하는 날이 올 것으로 보인다. 이제 사정이 이러하다면 우리는 11월 선거 이후를 마음으로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이 선거를 임하는 환경이 공화당에게는 너무 불리했다. 인기 없는 이라크 전쟁에다, 똑똑하지 못한 현직 대통령에다가, 한 세대에 나올까 말까한 금융위기에 경기침체까지 겹쳐서,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이기는 게 거의 기적에 가까울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월스트릿 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필자도 보통 미국인들의 월스트릿에 대한 감정이 그렇게 나쁜 줄은 처음 알게 되었을 정도로 힘없는 일반인들의 분노는 증오에 가까울 정도였다는 게 드러났다. 공화당의 기본강령인 자유시장 경제가 시험대에 오르게 되고 참담하게 비하되는 현실에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기는 힘들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장악한 행정부와 입법부에 경제에 대한 기대는 별로 하지 않는 게 좋다. 사실 이번 금융위기와 월스트릿의 문제는 민주·공화 어느 곳에서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이번의 핵심문제가 된 월스트릿 규제 불능의 면에 있어서도 그렇다. 기본규제 입법이 바뀐 시기는 클린턴이 대통령을 하던 시기였고, 바뀐 법안에 사인한 것은 클린턴이었다.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상하 양원을 장악한 것은 민주당이었다. 일이 터진 다음 네 잘못이라는 싸움은 하기는 쉬우나 앞으로의 진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월스트릿의 규제는 강화될 것이다. 잘되든 못되든 헤지펀드와 월스트릿의 규제는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실제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규제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접는 게 좋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이론은 기업환경이 어떻게 되든 적용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원의 낸시 펠로시 의장과 상원의 해리 리드를 의회 지도자로 둔 민주당에 무슨 기대를 하겠는가. 앞으로 의회가 어떻게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싶으면 지금의 미시간주 경제를 보면 된다.
미시간은 높은 세금과 복잡한 기업규제와 노조편향의 경제가 어떻게 되는가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전시장이다. 미시간은 생산성이 높고 경제효율을 따르고자 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떠나게 만들어 지금의 경기침체가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고 앞으로의 장래가 보이지 않는 곳이다. 반면에 기업 친화적이며 낮은 세금으로 생산성을 높이게 도와주는 텍사스 같은 주는 글로벌 경제시대에 가장 경기 침체가 덜한 곳이다. 미시간의 민주당이 장악한 주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타주들보다 상대적 주민 소득이 가장 심하게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 하던 시절 경제가 좋았다고 기억하는 분들은 그때가 닷컴 IT 시절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한다. 민주당 정책이 좋아서 경제가 좋은 게 아니었고, 그 같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가장 힘든 시기는 집권 1년 후쯤이 아닐까 한다. 사실 대통령이 경제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비즈니스들이 경제를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간섭을 안 하는 것이 가장 잘하는 것이다. 경제를 나쁘게 하고 인기 없는 전쟁이나 하는 정부는 바꿔하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시원해 하는 국민들이 한 1년쯤 지난 다음에, 이건 우리가 바란 변화가 아니잖아 하는 때가 그 때쯤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말까지 경제가 좋아질 것 같지는 않고, 누가 정권을 잡건 경제는 어려울 것이다. 오바마 후보는 사실 민주당 안에서는 중도파에 가까울 정도여서 지나치게 리버럴하지는 않다는 사실이 경제에 큰 악영향은 주지 않을 것 같다. 필자는 흑인들이 자기들과 같은 사람들 중에서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를 찾았다는 것을 이번 선거에서의 가장 큰 소득으로 본다. 분노와 싸움의 세월에서 좀 더 긍정적이며 선의의 세월로 변할 수 있다면 미국 전체에 좋은 변화로 기록될 것이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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