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초반 4점 따고 후반 2점 잃으며 1승1패
필리스, 거듭 득점타 불발에 애매판정 손해까지
오늘(25일)부터 필라델피아로 옮겨 3, 4, 5차전
올해 탬파베이 레이스는 강했다. 홈구장 트로피카나 필드에서는 특히 강했다. 정규시즌에 그곳에서 57승24패를 거뒀다. 아메리칸리그(AL)와 내셔널리그(NL)를 통틀어 홈구장 승율이 가장 높았다. 레이스가 작년 디비전 꼴찌에서 올해 AL 챔피언으로 도약하는 데는 홈구장 승리몰이가 든든한 보약이 됐다.
창단 이래 처음 오른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레이스는 홈구장 7경기 중 4번밖에 못이겼다. 22일 벌어진 월드시리즈 1차전을 포함해서다. 여전히 반타작 이상 승리지만 정규시즌에 비해 확 떨어진 승율을 어떻게 설명할까. ‘그래서’ 포스트시즌은 레귤러시즌과 다르다고 주장한 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레이스가 홈구장에서 쌓아온 통계를 믿는 이들도 있었다.
23일 밤, 레이스가 승리로 답했다. 레이스는 NL 챔피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4대2로 이겼다. 창단 이래 월드시리즈 첫승이었다. 시리즈 전적은 1승1패가 됐다. 3, 4, 5차전은 25일(토)부터 사흘간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팍으로 옮겨 벌어진다. 월드시리즈는 7전4선승제여서 어느 한쪽에 4승을 거두면 잔여경기는 자동으로 취소된다.
필리스의 1차전 ‘장군 승리’에 맞불을 놓은 레이스의 2차전 ‘멍군 승리’는 익혀지는 과정이 묘하게 비슷했다. 필리스가 1차전에서 4회까지 3점을 먼저 뽑아놓고 1점씩 내주며 아슬아슬 3대2 승리를 거뒀듯이, 레이스는 2차전에서 4회까지 4점을 먼저 뽑아놓고 막판에 1점씩 2점을 내주며 4대2 승리로 승패의 균형을 찾았다. 필리스가 22일 밤 1회에 기선제압 2점으로 분위기를 잡은 것처럼 레이스도 23일 밤 1회에 선취 2점을 뽑으며 주도권을 쥔 것 또한 비슷했다.
1회말. 센스있고 투지있는 선두타자 아키노리 이와무라가 볼넷을 골라내면서 레이스는 곧바로 분위기를 탔다. 1차전에서 1사만루 황금기회에 병살타를 쳤던 BJ 업튼이 우전안타로 뒤를 받쳤다. 운까지 따랐다. 필리스 우익수 제이슨 워스가 업튼의 타구를 처리하면서 에러를 범해 이와무라와 업튼은 거저 1루씩 전진했다. 무사 2, 3루. 카를로스 페냐가 2루수쪽 땅볼로 물러나는 사이에 이와무라는 홈에, 업튼은 3루에 안착했다. 업튼은 에반 롱고리아의 유격수쪽 땅볼 때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2대0.
2회말. 레이스는 또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1사후 디오네르 나바로가 중전안타를 치고 로코 발델리가 볼넷을 고른 뒤 제이슨 바틀렛이 내야안타를 쳐 만루를 만들었다. 전날 맹타를 휘둘렀던 이와무라가 ‘잘하면 안타, 못해도 희생타’를 노리고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으나 타구는 내야에서 솟구쳤다 떨어지는 맥없는 플라이볼. 4만800여 관중들은 장탄식을 흘렸다. 후속타자 업튼이 그걸 환호성으로 뒤바꿨다. 우전 적시타. 3대0.
기세가 오른 레이스는 4회에도 1점을 보탰다. 선두타자 클리프 플로이드가 중전안타를 치고나가자 디오네르 나바로가 2루수 뒤 중견수 앞 애매한 지점에다 바가지 안타를 엎으며 1,3후. 지명타자 로코 발델리가 친 타구는 하필 3루수쪽 땅볼. 3루주자 플로이드는 발을 동동 구르며 3루에 그대로 묶였다. 원아웃. 레이스의 조 매든 감독은 쥐어짜기 승부수를 띄웠다. 후속타자 제이슨 바틀렛은 스퀴즈 번트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속도가 확 떨어진 공이 필리스 선발투수 브렛 마이어스쪽으로 튀었다 구르는 사이 플로이드가 벼락같이 홈으로 파고들었다. 4대0. 공조득점의 정석을 시범한 이 점수는 결과적으로 레이스의 마지막 득점이 됐다.
필리스로서는 2회말 3번째 실점이 특히 약오르는 것이었다. 나바로의 안타 뒤 발델리에게 내준 볼넷은 시비의 소지가 분명했다. 3볼2스트라익 풀카운트에서 마이어스의 슬라이더 승부구가 스트라익 존을 스치는 듯 바깥쪽 아래로 빠지는 순간, 홈플레이트 엄파이어(구심) 케빈 댈리는 번쩍 오른 손을 올렸다. 삼진. 그런데 웬걸, 발델리는 능청맞게 방망이를 살짝 던지고 1루로 뛰어나가는 시늉을 했다. 시늉이 아니라 첫걸음을 뗐다. 댈리는 거의 다 올린 손을 접고 1루심 필딘 컬브레스를 가리키며 판정을 의뢰했다. 컬브레스는 양팔을 펼쳐 발델리의 체크스윙 방망이가 돌아가지 않았다는 사인을 했다. 구심은 발델리의 1루행을 추인했다. 투수 마이어스는 뭐 이런 판정이 있느냐며 항의했다. 필리스 덕아웃도 발끈했다. TV중계 리플레이는 발델리의 방망이가 확실하게 돌아갔음(삼진)을 이 각도 저 각도로 보여줬다. 그러나 판정이 내려진 뒤였다. 댈리 구심은 멋쩍은 듯 헤드기어를 한번 벗었다 다시 쓰더니 양쪽 덕아웃에 눈길을 주지 않고 투수에게 던지라는 사인을 보냈다. 1차전 승리의 여유 때문이었을까. 필리스 감독은 항의하러 나가다 말고 도로 물러섰다.
전날 레이스가 그냥 주저앉지 않은 것처럼 필리스도 거저 무릎을 꿇지 않았다. 8회초, 대타 에릭 브런틀렛이 레이스의 3번째 투수 데이빗 프라이스로부터 왼쪽 담장 너머에 1점짜리 홈런을 꽂았다. 필리스는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칼 루이즈의 2루타, 지미 롤린스의 유격수 플라이로 1사2루가 된 상황에서 제이슨 워스의 타구를 처리하면서 3루수 에반 롱고리아가 에러를 범한 틈을 타 1점을 더 뽑았다. 거기까지였다. 나머지 두 타자 체이스 어틀 리가 삼진으로, 마지막 타자 라이언 하워드가 내야땅볼로 물러나면서 경기는 끝이 났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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