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고문)
이제 미국대선이 며칠 남지 않은 지금 선거 판세는 여론조사로 보면 오바마가 당선될 확률이 매우 크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10%내외의 격차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승패를 판가름하는 스윙 스테이트에서는 양당이 박빙의 승부를 다투는데 이같은 격차는 오바마에게 승리를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다. 승자독식의 미국선거제도에따라 오바마는 대승을 거둘 지도 모른다. 그래서 최근에는 콜린 파웰 전 국무장관, 버냉키 FRB의장 등 많은 거물들이 오바마에 줄서기를 하고 있다.
오바마가 이처럼 승기를 제압하게 된 것은 부시 대통령의 실정에 지쳐있던 미국인들에게 변화를 외쳤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이라크 전쟁이 지지부진한데서 피로를 느낀 국민들에게 변화가 먹혀 들어갔는데 난데없이 금융위기에 경제불황까지 덮치자 정말로 변화는 불가피한 명제가 되었다. 그런데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지금의 경제난국이 해결될 수 있을까. 그의 경제정책이란 서민층 감세와 정부지출 확대, 일자리 창출 등 원론적인 대책인데 그 정도는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에 대한 비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오바마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게 된 것은 공화당정부의 무능과 함께 매케인의 한계 때문이다. 매케인은 그의 전력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나이 탓인지는 몰라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채 무기력한 캠페인으로 일관해 왔다. 그는 오바마의 변화 바람을 차단하려는 젼략으로 젊은 층과 여성층에 어필할 수 있는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끌어들였는데 그것이 별로 도움이 된 것 같지 않다. 보수적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하고 많은 사람중에 왜 그런 신출내기를 골랐을까하는 실망감이 없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페일린은 인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많은 애를 썼지만 각종 구설수에 올라 표를 깎아 내렸고 최근에는 유세지에서마다 고가 명품샤
핑으로 돈을 물쓰듯 하고 다녔다니 오바마를 위한 선거 운동을 한 것이 아닌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이래저래 오바마의 당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그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지금 그를 저지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미국이 잘 될 것인가.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하기에 앞서 걱정해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닐 것같다. 우선 부자들의 세금을 받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발상은 매우 진보적인 방식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경제의 동력을 죽이고 미국의 근간을 허물어 뜨리는 일이 아닐지, 또 9.11직후 미국인의 애국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가슴에 성조기 배지를 달기 거부했던 그가 세계의 패권국가인 미국의 운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또 소수인종인 흑인출신으로서 다수인종인 백인을 어떻게 포용하여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 등등, 그가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할 강이 만만치 않다. 만약 그가 대통령이 되어서 이런 문제를 잘 못 다루게 된다면 그는 미국을 대재앙속에 침몰시킨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인들은 선거때마다 대체로 민주당을 선호하고 있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특히 오바마가 흑인출신이란 점에서 지지도가 더 높은 것 같다. 한인들은 백인사회에서 느끼는 차별감 때문에 소수인종인 흑인후보의 편에 서게 되는 것같다. 그런데 흑인이 같은 소수민족이라고 내세우면서 정치적 연대를 추구하는 것만큼 우리 한인들과 감정적으로 가까운 사이일까. 솔직히 말한다면 그렇다고만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곳곳에서 발생했던 한흑분규의 갈등원인과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잠재의식을 분석해 본다면 그 해답이 나올 것이다.
정책 문제를 따지고 볼 때 오바마의 정책은 한인 특히 한국의 이해관계에 어긋나는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오바마는 대북관계에 매우 우호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접근을 시도하려고 하는데 이로인해 북한의 핵개발이나 인권탄압에 대한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다. 또 한미 FTA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므로 그가 당선되면 한미관계에서 시련이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는 오바마보다 한미FTA를 적극 지지하고 대북문제에서 확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매케인이 한국이 선호하는 후보라고 할 수있다.
어쨌든 선거날이 가까워 왔고 두 후보중 한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다. 당사자나 그 측근, 그리고 정당은 정권을 잡느냐 못잡느냐하는 승부가 걸린 선거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 불황의 공포속에서 앞날을 더 걱정하고 있다. 오바마와 매케인, 과연 누가 이 걱정을 더 잘 해
결해 줄 수있을까. 우리 각자는 선거 날에 이 질문에대해 솔직한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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