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CS 6차전 패배뒤 7차전 3대1로 승리
가자, 빛나는 피칭…아이바, 화끈한 배팅
레드삭스, 선제포 상승세 잇지 못해 고배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창조할 수는 있다. 이 말은 올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에서도 영험을 발휘했다.
탬파베이 레이스 홈구장에서 벌어진 1차전을 보스턴 레드삭스가 승리하자, 올해 정규시즌 초반부터 이어온 레이스의 돌풍이 마침내 잦아든다는 예측들이 옥타브를 높였다. 더욱이 레드삭스의 2차전 선발투수는 자시 베켓. 적어도 2차전 예상은 빗나갔다. 레이스가 이겨 1승1패가 됐다. 그래도 레드삭스 우세 예측은 크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레드삭스 홈구장에서 벌어지는 3, 4, 5차전은 그런 믿음을 입증시켜줄 3부작 드라마가 될 것으로 얘기됐다. 그러나 3차전도 레이스가 이겼다. 4차전 역시 레이스 차지였다.
그리고 5차전. 레이스는 7회초가 끝났을 때 7대0으로 앞섰다. 이 경기 초반에 레이스가 조금 앞설 때만 해도 레드삭스가 작년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1승3패로 밀렸다 막판 3연승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끝내 우승을 차지했다며 중계팀은 레드삭스는 끝나지 않았음을 은연중 부각했다. 그러나 7회초 7대0 열세가 되자 중계팀은 올해 레드삭스는 왜 안되는가 이유를 열거하느라 바빴다. 그것도 섣부른 짐작이었다 레드삭스는 7회말부터 맹렬한 추격전 끝에 8대7 대역전승을 거뒀다. 그리고는 다시 레이스 홈구장에서 벌어진 6차전마저 승리했다. 3승3패. 작년 가을의 레드삭스 전설은 다시금 부리나케 세인들 입에 오르내렸다.
19일 벌어진 7전4선승제 ALCS 마지막 승부. 역시 레이스 구장에서 펼쳐진 7차전 결과는, 기껏 레이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등극을 점쳤다가 레드삭스의 5, 6차전 승리에 예상치를 정반대 바꿨던 사람들을 또한번 머쓱하게 만들었다. 레드삭스의 전설은 재현되지 않았다. 레이스가 3대1로 승리, 1998년 팀 창단이래 처음으로 아메리칸리그 타이틀을 거머쥐며 양대리그 왕중왕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만년 중하위권을 맴돌던 레이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 자체가 올해 처음이다. 레이스는 22일부터 내셔널리그 챔피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7전4선승제 월드시리즈를 벌인다.
응당 레드삭스의 전설 재현을 희원했던 레드삭스 팬들은 제쳐놓고, 5차전 후반까지 레이스신화 탄생을 철석같이 믿었다가 부랴부랴 마음을 바꿔 레드삭스의 전설 재현을 노래했던 이들이 7차전 초반부터 김샌 것은 아니었다. 들머리 몇장은 이들의 예상에 성스러운 기름을 뿌려주는 분위기였다.
선봉은 올해의 아메리칸리그 MVP 유력후보인 레드삭스 2루수 더스틴 페드로이아였고, 제물은 레이스의 선발투수 맷 가자였다. 1회초 1사후. 작지만 매서운 배팅을 자랑하는 페드로이아는 2번타자로 나서 예의 힘넘치는 방망이질로 레이스 팬들이 빼곡이 들어찬 담장 너머에 선제홈런을 꽂았다. 비록 1회초인데다 1점에 불과한 홈런이었지만, 레이스와 레이스 팬들에게 불길한 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왕대포였다.
다음부터 4회초까지 전광판에는 변화가 없었다. 달라진 것은 불의의 일격을 맞은 가자의 평상심 회복이었다. 레드삭스 타자들은 되살아난 가자의 피칭에 상승세를 잇지 못했다. 레이스 타자들도 레드삭스 선발투수 잔 레스터의 구위에 눌렸다.
4회말. 레이스 2루수 아키노리 이와무라가 좌전안타로 승부 균형잡기 포문을 열었다. 한 타자 건너 등장한 올해의 AL 신인왕 초강력 후보 에반 롱고리아가 레스터의 조심피칭을 받아쳐 우익수 옆에 떨어졌다 뒤로 빠지는 2루타로 1대1 동점을 만들었다.
첫 회 선제점 뒤 기나긴 침묵에 빠진 레드삭스와 달리, 레이스는 5회말 윌리 아이바의 2루타와 디오너 나바로의 내야안타, 로코 발델리의 좌전 적시타로 전세를 2대1로 뒤집었다. 레드삭스로선 아이바나 발델리의 잘맞은 안타보다 나바로의 엉거주춤 내야안타 처리가 뼈아픈 결정타가 됐다. 이 타구를 잡은 유격수 알렉스 코라가 병살처리 욕심이 앞섰던 듯 한순간 머뭇거렸다가 둘 다 잡기는 고사하고 한명도 못잡고 둘 다 살려주는 빌미가 된 것이다.
레이스 선발투수 가자의 피칭은 더욱 정교해졌다. 1회초 페드로이아에게 홈런을 맞은 뒤 7회초 제이슨 베이에게 단타를 맞을 때까지 21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볼넷 4개를 빼고는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았다. 베이의 안타로 잠시 뜨끔했던 레이스는 7회초 위기를 무사히 넘긴 뒤 7회말, 곧바로 쐐기박기에 들어갔다. 자잘한 안타나 볼넷 등을 섞은 다단계 방식이 아니라 선두타자 아이바의 솔로홈런 한방으로 한걸음 더 달아났다.
바로 다음 8회초, 레드삭스는 무사 1, 2루의 황금기회를 맞았다. 하위타선이었다면 주자들을 우선 2,3루에 보내놓고 동점을 노리거나 최소한 1점차로 따라가는 안전운행 작전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타선은 이날 홈런의 주인공 페드로이아, 5차전 대역전승 당시 두 주역 데이빗 오티스와 JD 드루였다. 테리 프랭코나 감독은 정석 대신 강공을 택했다. 셋은 모두 삼진과 범타로 물러났다. 반전의 맥은 거기서 끊겼다. 고사위기에 놓였던 레이스 돌풍은 화끈하게 살아났고, 재현직전에 닿았던 레드삭스 전설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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