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S 4차전도 13대4 대승… 3승1패
보스턴 레드삭스, 한번만 더 지면 ‘끝’ .
1승 남았다. 탬파베이 레이스가 월드시리즈 진출에 한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레이스는 14일 보스턴의 펜웨이 팍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 4차전에서 레드삭스 마운드를 실컷 두들기며 13대4로 대승을 거뒀다. 홈에서 1차전 패배 뒤 3연승 신바람이다. 만년 중하위권을 맴돌던 레이스는 1승만 보태면 팀 창단 이래 처음으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올라 내셔널리그 챔피언과 월드시리즈를 놓고 겨루게 된다.
월드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디펜딩 챔피언 레드삭스는 2차전에서 1점차(8대9)로 패하더니 3차전(1대9)과 4차전(4대13)에서 내리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패퇴, 월드시리즈는 고사하고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타이틀도 방어하기 버거운 벼랑에 몰렸다. 두 팀은 15일 하루 쉰 뒤 16일(목) 오후 5시(SF시간) 보스턴에서 5차전을 벌인다. 이 경기에서 레이스가 이기면 ALCS는 끝이다. 레드삭스가 이기면 탬파베이 홈구장으로 옮겨 18일과 19일(필요할 경우) 6, 7차전을 벌인다.
2, 3차전 패배로 오금이 저린 레드삭스가 더 이상의 후퇴를 차단하기 위해 4차전에서 내세운 선발투수는 42세 노장 팀 웨이크필드, 자타공인 최고의 너클볼 마술사였다. 느리긴 하지만 회전이 거의 없어 스트라익존에 가까워지면 제 힘에 부쳐 속도와 고도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너클볼로 타자들을 요리하며 그는 메이저리그 15년을 버텼다. 그리고 이날 ALCS 마운드에 오른 최고령 투수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사기충천한 레이스의 ‘젊은 그들’ 파워를 배겨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들은 능구렁이 너클볼을 잘도 받아쳤다. 승부의 추는 1회초에 일찌감치 표나게 기울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아키노리 이와무라가 타이밍을 못맞춰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2번타자 중견수 BJ 업튼은 가까이 와서 종이비행기 곤두박질하듯 가라앉는 너클볼에 속지 않고 볼넷을 골라냈다. 그리고는 웨이크필드의 공처럼 느린 피칭동작을 틈타 재빨리 2루를 훔쳤다. 다음타자는 1루수 카를로스 페냐. 레드삭스에 있다 레이스로 옮긴 그는 웨이크필드의 약점과 투구패턴을 훤히 꿰고 있었다. 공이 확 꺾이기 전에 걷어올려 왼쪽 담장 너머에 2점홈런을 꽂았다. 다음타자 겁없는 신인 에반 롱고리아가 받아친 공도 왼쪽 담장을 넘었다.
웨이크필드의 실투랄 건 없었다. 가슴높이로 유인구를 던졌는데도 예습을 철저히 했는지 롱고리아가 기다렸다는 듯 받아쳐 홈런을 만들었다. 1회초 3점리드는 그 자체만 해도 컸다. 보너스는 더 두둑했다, 말렸다 하면 골아픈 너클볼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해줬으니. 웨이크필드가 너클볼로 레이스타선을 요리한 것이 아니라 레이스타선이 방망이로 그 너클볼을 요리하는 지경이 됐다. 웨이크필드는 3회초 윌리 아이바르에게 또다시 안그래도 높은 펜웨이 팍의 좌측 펜스를 훌쩍 넘는 투런홈런을 얻어맞고 2.2이닝(3홈런 포함 6안타, 2볼넷, 2삼진, 5실점)만에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강판됐다.
레드삭스는 3회말 케빈 케이시의 홈런으로 1점을 따라붙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레이스 선발투수 앤디 소낸스타인에게 자만하지 말하는 웨이크업 콜 구실을 했다. 소넨스타인은 이후 12타자를 범타로 물러나게 하는 등 8회말에 흔들려 강판될 때까지 레드삭스 강타선을 능란하게 물먹이고 승리투수가 됐다(7.1이닝 6안타 4실점). 삼진이 2개밖에 없는데도 8회까지 마운드에 서고, 그런데도 피치카운트가 97밖에 안된다는 것은 그의 피칭이 그만큼 경제적이었음을 뜻한다.
5회초 아이바르의 좌익수앞 바가지성 안타로 1점을 보탠 레이스는 6회초 4안타를 치고 3볼넷을 골라내며 무려 5점을 보태 승리를 굳은자로 만들었다. 레드삭스는 7회말 데이빗 오티스의 3루타와 케빈 유클리스의 땅볼로 1점을 내고 8회말 더스틴 페드로이아의 중전적시타, 유클리스의 좌중간 2루타로 1점씩 보탰으나 대세와는 관계없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 레이스도 8회초 크로포드와 아이바르의 적시타로 1점씩 보태는 등 에누리없는 손매를 보였다. 칼 크로포드는 5타수 5안타, 윌리 아이바르는 4안타 5타점의 맹타를 과시했다.
롱고리아의 1회초 홈런은 이번 포스트시즌에만 5호째다. 이로써 유력 신인왕 후보 롱고리아는 팀동료 업튼이 전날 세운 ‘최연소 PS 5홈런’ 기록을 하룻만에 갈아치웠다. 이는 또 2003년 미겔 카브레라가 세운 루키의 포스트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깬 것이기도 하다. 롱고리아는 2회말 수비 때 ‘싱글 플레이 더블 에러’를 범하기도 했다. 제이슨 베이의 땅볼을 잡으려다 저글을 해 빠뜨린 뒤 부랴부랴 집어들고 송구하다 또 에러를 범했다. 중견수 업튼도 수비 때 글러브에 닿은 공을 놓쳐 실책으로 기록됐다. 레이스는 디비전 시리즈를 포함해 앞서 7경기에서 단 한차례도 에러를 범하지 않았다. 레드삭스는 이날 에러가 없었다. 빅타임 매치일수록 작은 실수 하나가 승부를 가른다는 속설은 먹혀들지 않았다. 그만큼 방망이와 마운드에서 워낙 차이가 컸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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