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범 워싱턴주 상원의원, 사랑의 교회서 집회
후배 양성위해 한미정치교육장학회 설립
“한인 2세들의 정치무대 진출과 주류사회 정복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한국에서 불우한 성장기를 보내고 미국으로 입양돼 워싱턴주 상원에 진출한 신호범 의원의 말이다.
많은 난관과 좌절의 시간을 극복하고 오늘의 성공을 이룬 신 의원이 서번 소재 사랑의교회 (권덕이 목사)에서 ‘21세기 한민족의 갈 길’이란 주제로 간증집회를 가졌다.
청소년과 장년을 대상으로 11일과 12일 이틀간 집회를 연 신 의원은 “오늘의 내가 된 것은 ‘I can do, I am possible’이 라는 자기 암시와 기도하면 들어주신다는 믿음, 입양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이 밑거름이었다”고 결론 지었다.
“나는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미국에서 재활용된 사람”이라고 자신을 평가하는 그가 청소년들에게 늘 당부하는 말은 “이 땅도 내 땅 삼고 미국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인 이민 100주년을 새롭게 열어가는 21세기는 우수한 한인 2세들이 정치무대와 주류사회를 향해 도전하는 세기가 되어야 한다고 그는 믿는다. 이민 1세들은 미국생활 정착을 위해 정치보다는 먹고 사는 일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지만 이민 2세들은 정치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신 의원은 “소수의 유대인들이 미 주류사회 정치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뿌리를 알고 기억할 뿐 아니라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을 많이 배출했기 때문”이라고 청소년들에게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한인 2세들이 지도자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정계 후배들을 많이 양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큰 비전을 품고 한미정치교육장학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현재 5명이 참여해 훈련을 받고 있고 내년에 2명, 2년 뒤에 3명이 시의원 출마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 장학회에는 뜻이 있고 관심과 열정을 보이는 한인 2세들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단 졸업 후 정치 일선에 나서 출마해야한다.
정계 진출 이유는 “권력 획득이 아니고 봉사하기 위해서”다. 신 의원은 “32년을 대학 강단에 선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를 갖도록 비전을 제시해왔다”고 말했다.
신 의원이 1935년 경기도 파주에서 출생해 4살 되던 해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의 가출로 고아가 돼 친척집을 오가며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16세 때 미군부대의 하우스 보이로 일을 하게 된 그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를 보내며 힘겨운 삶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도움의 손길은 뜻밖의 사람에게서 왔다. 미 군의관이던 폴 대위가 어느날 그를 보더니 따뜻한 위로의 말과 뜨거운 포옹을 안겨 주었다.
신 의원은 집회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아직도 그때의 넓고 따뜻한 양아버지의 포옹은 잊을 수가 없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미국으로 돌아가던 폴 대위는 신 의원에게 양아버지가 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두 사람은 부자의 인연을 맺게 됐다. 1955년 18세의 나이에 공부를 하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여러 곳을 찾았으나, 나이가 많고 실력이 안된다는 이유로 정규 학교 수업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여기서 낙망하지 않고 낮에는 양어머니에게서, 밤에는 양아버지로부터 교육을 받기 시작한 그는 16개월 만에 검정고시를 모두 통과했다. 당시 영어와 학과 공부를 동시에 해야 하는 터라 너무 고생스러워 좌절할 때 마다 그가 외친 말은 “I can do, I am possible”이라는 자기 암시다. 기도하면 하나님이 들어 주신다는 말씀을 붙잡았다.
신의원이 공식 정계 입문을 권유받은 것은 1987년이나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거절했다. 그러다 1989년, 차별 없는 평등사회 구현을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다. 그가 출마한 지역은 백인 97%, 소수계가 3% 인 지역으로 얼굴을 알리기 위해 가가호호룰 방문하는 선거전을 벌였다.
결과는 58%의 지지를 얻어 당선. 신의원은 “거부당하던 삶을 살다가 이젠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에 아이처럼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3선인 신 의원은 현재 워싱턴 주 상원 부의장, 세계입양아 협회 고문으로 있다.
<박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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