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희(뉴욕가정상담소 카운슬러)
최근 한 유명 여자 연예인의 자살은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TV 등에서 밝은 미소를 보여주었던 그녀이며,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가 자살을 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언론은 이 사건을 두고 그녀가 조울증이 있었다는 사유에서부터 자살 모방을 염려하는 베르테르 효과까지 여러가지 생각과 염려들을 실었었다.
한국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25세에서 44세 사이의 자살이 전체 자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과 노년의 자살률이 높다는 점은 한국사회의 사회, 경제적 현실 뿐 아니라 정신건강에 대한 깊은 성찰과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본인이 이곳의 한인들을 상담하면서 느끼는 점은 자살의 원인과 한국의 높은 자살률이 이곳에서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한인들과 무관하여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여기서는 우울증에 대한 인
식을 높이고 자살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자살 경고 등을 알아차림으로써 자살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얼마 전에 자살한 여자 연예인이 조울증이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우울증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한 동료도 있었다고 한다. 우울증은 우리가 표현하고 있는 ‘우울한 기분이야’ 처럼 자주 접하는 말이기 때문에 경시하기가 쉽다. 그러나 우울증은 자신에 대한 낮은 자존감이 깊어지고 삶의 의미나 목적을 잃었을 때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신장애진단 기준인 DSM-IV에서 제시하는 우울증의 증상 중 4가지 이상의 증상이 2주일 이상 지속되었을 때는 치료가 필요하므로 의사나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아가 상의하기를 바란다. (1)지속적으로 슬프거나 공허한 기분 (2)무기력한 느낌, 가치 없는 느낌, 죄의식, 비관적 (3)약물(알콜)남용 (4)성생활 등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음 (5)섭식이나 수면 패턴에 방해를 받고 있는 경우 등이다.
아동의 경우는 우울증이 어른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학교 공포증이나 사회 기피증, 강박, 충동 등으로 우울증이 가려질 수도 있다. 이러한 아동들은 불행한 느낌, 불평, 통제할 수 없는 화, 파괴적인 행동, 자신이나 동물을 학대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주위에 이러한 사람이, 아동이 있다면 학교 선생이나 전문가와 상의하여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도록 도와주어야 한다.자살에 대한 우리들의 잘못된 생각도 자살을 방지하지 못하는 원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사람들은 자살에 대하여 묻는다면 그 사람에게 자살을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고 믿지만, 자살에 대하여 묻는 것이 자살할 생각을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질문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게 할 수 있다. 또 다른 잘못된 생각은 말만 그렇게 하고 실제로 자살로 실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실제로 자살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누군가에게 자살에 대한 암시를 한다. 또 다른 잘못된 생각은 자살하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살 생각은 치료가 가능한 질병과 관련되어 있고, 자살을 하려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마련해 주고 긴급한 위험에서 도와주고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준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주는 것이고, 이후 필요한 치료를 받도록 도와줄 수 있다.
우리는 또한 어떤 사람이 휴가 계획을 갖고 있거나 어린 아이들이 있거나 말이나 글로 자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거나, 그 사람이 가족이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으므로 자살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다. 자살하려는 사람에 대해서, 사람에게 있는 항상성Homeostasis)이라는 생명보호 시스템(정신이나 신체가 불균형이 되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스스로 이를 안정화 하고 균형상태로 되돌림으로써 원래의 정상적인 상태로 복귀하는 시스템)을 믿는 것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은 합리적인 생각을 벗어나 있는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누군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거나 암시하고 있다면 이를
경시하지 말고 바로 정신건강 전문가와 연락하여 도움을 받아야 한다.
또 주위에 이러한 증상을 경험하고 있거나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하므로 911이나 자살예방 서비스인 라이프넷 1-800-543-3638, 1-800-273-TALK(8255)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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