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최진실씨 자살로 본 ‘치료와 대처요령’
톱스타 최진실씨(사진)의 자살을 계기로 우울증, 조울증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울증은 갑작스레 나타나는 병이 아니며 멀리 떨어져 있는 희귀한 병도 아니다. 그렇다고 ‘오늘 울적해’ 같은 일시적으로 우울한 기분을 느낀다고 해서 다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벼운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우울증은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 조울증), 순환성 기분장애(cyclothymia), 주요 우울증(major depression), 산후 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 분열 정동장애(Schizoaffective disorder, 정신분열증에 우울증이나 기분 항진의 장애가 생기는 경우),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 치료 저항성 우울증(Treatment-resistant depression), 갱년기 호르몬에 의한 우울증 등 원인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될 수 있다.
우울증과 조울증의 차이점을 간략히 살펴보고 우울증 환자가 있는 경우 가족이나 주변인이 대처할 수 있는 일 등을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 성소영 임상심리학 박사의 도움말을 통해 알아본다.
“한동안 저러다 낫겠지” 방치 안돼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중요
우울증 인한 자살 남성이 더 위험
우울증 자가 진단
아래 증상이 5가지 이상 나타나며, 우울한 기분이 2주간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볼 수 있다.
1. 슬픔이나 의욕상실이 오래 지속되며, 이유 없이 펑펑 울기도 한다.
2. 입맛이나 수면 패턴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식욕이 없거나 너무 많이 먹는다. 또 수면이 불규칙적으로 변해 너무 많이 자거나, 아니면 전혀 잠을 자지 못한다).
3. 화를 잘 내거나 감수성이 예민하고, 분노, 걱정, 흥분, 불안 등이 나타난다.
4. 비관주의나 삶에 대해 무관심이 나타난다.
5. 지나친 죄책감 또는 무가치감.
6. 집중력 감소, 우유부단.
7. 이유 없는 통증이나 아픔.
8. 이전에 느꼈던 관심사에 대한 즐거움이 없어지고 무기력하다. 피로감, 기력 상실 등이 나타난다.
9. 죽음이나 자살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우울증? 조울증?
미국 내에서는 약 1,200만 명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음의 감기’로 알려진 우울증은 결코 정신적인 나약함이나 허약함, 게으름에서 오는 것이 아닌 명백한 의학적 질환이다. 전문가들은 우울증도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만성질환으로 장기간 치료돼야 할 질환으로 보고 있다. 그저 심리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방치하면, 자살이라는 치명적인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과 조울증은 언뜻 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차이가 있다. 우울증에 관해 그저 기분이나 정신상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는 정신과 인체에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의학적인 질환으로 분류된다.
우울증은 환자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줘 다양한 정신적, 정서적, 육체적 문제를 일으킨다. 평소 일상생활을 하던 것을 할 수가 없고, 더 이상 살아갈 기력이 없다는 생각을 일으킨다. 한편 조울증(양극성 장애)은 극도로 들뜨고 신나는 기분인 ‘조증’(manic)과 팍 가라앉아 우울해지는 우울증이 몇 달 혹은 몇 년을 번갈아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조울증은 쉽게 말해 우울증이 있으면서 조증이 나타나는 것. 하지만 간혹 조증만 주기적으로 나타내는 경우도 조울증으로 진단한다.
우울증은 서서히 우울해지고, 서서히 좋아지는 증세가 나타나는 반면에 조울증은 갑자기 우울해지고 좋아지는 증세가 번갈아 나타난다. 우울증은 식욕저하, 불면증이 많이 나타나며 조울증은 뭐든지 지나치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갑자기 사업 확장을 하거나, 지나치게 섹스에 몰두하기도 하며, 또 지나치게 많이 먹고 자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항우울제를 처방 받아 열심히 복용해도 우울증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우울증 재발이 잦은 경우, 10대 청소년기에 우울증 증세가 나타난 경우, 우울증이 계절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등은 우울증이 아닌 조울증 가능성이 높다.
■암이나 만성질환자에게도 찾아온다
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하면서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치료를 받는 중에 생기는 통증이나 피로, 구토, 탈모 등 부작용에 의해 우울증이 생기거나 정신적인 고통을 경험한다. 말기 암환자의 경우 매우 심한 우울증과 불안 등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암과 싸워 이기려면 신체적 건강과 함께 정신적 건강이 필수라 지적한다.
성소영 임상 심리학 박사는 “한인 암환자들은 가족들에게 ‘아프지 않다’며 통증을 숨기는 경향이 많다”며 “하지만 무조건 숨기고 아프지 않다고 하는 것보다는 자녀나 배우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상황을 설명하고 함께 대처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보고된 피츠버그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젊은 여성 유방암 환자로 자녀가 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있는 경우를 추적 조사한 결과 환자가 아픈 것을 숨길수록 자녀들의 우울증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성 박사는 “자녀의 나이에 맞게 어느 정도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 살펴 아이의 나이에 맞게 풀어 설명해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며 “간략하게 ‘엄마 아픈데 치료하면 다 나아’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엄마가 어디가 어떻게 아프고, 어떤 치료에 들어가고, 이런 치료 때문에 어떤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정제로는 우울증 치료 안돼
“긍정적 마음 가져라” 강요하면 당사자는 부담감·소외감 더 가질수도
미 심장학회(AHA)가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심장마비를 겪은 환자는 우울증이 나타날 위험이 3배나 높고, 또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다시 심장마비가 재발하기 쉽다.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는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을 일으킨 경우, 그 환자 또는 그 주변인에게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며 “일시적인 우울증일 수도 있으며, 계기가 돼 만성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하며, 성격이 변하거나, 심한 건강염려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우울증 환자의 가족, 주변인이 해줄 수 있는 일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들이 ‘우울증은 하나의 질환’이란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온가족이 함께 치료를 돕는 보조자로 함께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조 전문의는 “신문, 인터넷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우울증에 관해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가족이나 친지, 친구 등 주변인들은 전문의에게 우울증에 대한 지식을 배워서 치료보조자로 환자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박사는 “가족이나 주변인이 무조건 잘못된 생각을 바꾸면 나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라’고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그로 인해 환자들 자신은 더 패배감과 모멸감, 부담감을 갖게 되며 이해받지 못해 소외감마저 들게 된다”며 “따뜻한 배려와 사랑이 중요하지만 환자를 설득해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도록 데리고 간다든지, 치료비를 대준다든지, 운전을 해주거나 약 처방을 받은 경우 제대로 먹고 있는지 등을 모니터 해주는 것 등이 가족으로 최대한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나 친지 등 주변인은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쉽게 환자를 이해한다는 듯이 ‘나도 우울해’ ‘세상 사람 다 우울해’ ‘이 세상에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 등을 말하거나 ‘저러다 말겠지’하는 태도는 환자의 병을 악화시킬 위험이 높다.
전문의에게 데려가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 최대한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
우울증에 관해 여러 매체들이 많은 정보를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한인들은 여전히 우울증을 하나의 만성질환으로 인정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우울증 때문에 병원이나 전문기관의 도움 받기를 주저하는 것. 성 박사는 “미국에서 자란 2세 청소년들인데도 부모의 영향을 받아 ‘우울증하면 돌았다’ 등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전문의는 “전문의에 의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나 상담 포커스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교회 등의 정신적인 도움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잘못된 신앙관으로 ‘마귀가 들었다든지’ 약이 필요한 환자인데도 약을 끊고 기도에만 맹목적으로 의지한다든지 잘못된 치료태도를 보이는 것은 전혀 치료에 도움이 되지 못 한다”고 덧붙였다.
■자살
남성 자살률이 여성보다 4배나 높다. 자살의 주요 위험인자는 바로 우울증. 통상 여성에게 우울증 발병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성은 제대로 진단을 받고 있지 못하고, 또한 여성이 치료에 적극적인 반면에 남성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남성은 과도한 슬픔, 자신이 무가치 하다는 생각 및 과도한 죄의식 등 전형적인 증상을 나타내지도 않는다. 대신에 피로, 화를 잘 내거나, 수면 장애, 일이나 취미에 대한 의욕 상실 등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남성으로 알콜이나 마약 중독 등을 겪고 있다면 내면에는 우울증을 겪고 있을 수도 있다.
■우울증환자가 약물을 복용할 때 술을 많이 마시면 다음날 자살충동으로 이어진다?
조만철 전문의는 “진정제는 우울증, 조울증의 주된 약물치료가 아니다.
또 ‘우울증 약’하면 진정제로 잘못 알기 쉽지만, 조울증에 쓰이는 약물은 2~3가지를 같이 사용하게 되며 우울증 약은 항우울제로 부른다. 그저 단순히 강력한 진정제를 우울증에 쓴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지적했다. 또한 조울증에 쓰이는 약물은 진정제가 아니라 항조증 약이라 말한다. 또한 조 전문의는 “술은 우울증 환자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마셔도 자제력을 어느 정도 잃어버리게 된다”며 “때문에 싸움을 건다든지 충동적이 된다”고 지적했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자살 충동이 높아진다는 연구보고가 나온 바는 있다. 청소년기에 항우울제를 쓰는 경우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항우울제로 자살 충동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조 전문의는 “항우울제를 쓸 정도면 심한 우울증 환자로 그만큼 자살 확률이 높아 있는 상태”라며 “우울증이 너무 심하면 기력이 떨어져 있다가 항우울제 복용으로 잠시 기력이나 생기가 회복돼 생각해 왔던 자살을 실행에 옮기는 충동이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살 경고 사인
-죽음에 대해 자주 말하고 죽음을 항상 생각한다.
-임상 우울증: 극심한 슬픔, 의욕 상실, 일이나 취미에 대해 흥미를 잃거나 불면증 같은 수면 장애, 폭식 또는 단식하는 등 식습관의 변화 등 증상이 더 심해진다.
-자살 충동: 심리적으로 죽기를 바란다. 운전을 마구 하거나 과속으로 달려 교통사고로 죽기를 바라거나 빨간불에 길을 건넌다든지, 차가 막 달리는 도로변에 뛰어든다든지 충동적인 행동을 나타낸다.
-늘 하던 일이나 관심사 분야, 보살피던 일, 관리와 책임이 있던 일에 흥미를 잃는다.
-희망이 없다거나, 의지할 데가 없다든지, 아무짝에도 쓸 데 없다 같은 말을 자주 한다.
-유언장을 바꾸기도 한다.
-‘여기 내가 없었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든지 ‘죽고 싶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다’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말을 한다.
-매우 슬픈 감정에 있다가 갑자기 평온하거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지막 인사를 위해 주변 사람들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건다.
조울증의 ‘조증’ 진단 기준
조울증의 울증인 경우는 우울증의 증상 진단기준과 같다. 조증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1. 육체적, 정신적 활동이나 에너지가 넘친다.
2. 기분이 붕 떠있고, 과장되게 긍정적이며 자신감이 넘친다.
3. 불같이 화를 내거나 공격적인 행동.
4. 잠을 못 자도 피곤하지 않다.
5. 과장된 망상, 자만심이 하늘을 찌른다.
6.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하고 생각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하며,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7. 충동적인 행동을 하나 판단력이 아주 부족하다. 주의가 산만하다.
8. 무모한 행동을 한다.
9. 아주 드물지만 환각이나 망상에 빠진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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